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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이슈] 대학가 성 도덕 불감증…인성교육 '뒷전' 탓?

사회

연합뉴스TV [라이브 이슈] 대학가 성 도덕 불감증…인성교육 '뒷전' 탓?
  • 송고시간 2016-07-12 09:45:52
[라이브 이슈] 대학가 성 도덕 불감증…인성교육 '뒷전' 탓?

<출연: 연합뉴스TV 사회부 황정현 기자>

[앵커]

최근 고려대에 이어 서울대에서도 남학생들이 모바일 메신저에서 여학생들을 성희롱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잘못된 성 인식이 부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인데요.

채팅방 내용을 외부로 공개하는 건 인권유린이라는 네티즌들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전파될 가능성만 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사회부 황정현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네, 황 기자.

어제 서울대 남학생들의 모바일 메신저 내용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먼저 짚어주시죠.

[기자]

서울대 인문대 남학생 8명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여학생들을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난 건데요.

여성 대상 범죄를 미화하거나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예를들어 '배고프다', '학교에 뭐 먹을 사람 없냐'고 묻자 동기의 이름을 대며 먹으라고 말했습니다.

또 동기가 늦는다고 하자 묶어놓고 때려야 한다고 여성범죄 미화 또는 여성혐오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과외하는 학생과의 첫 만남에서 '바지는 입히고 속옷은 벗겨야 한다'는 대화도 오고 갔습니다.

"이거 털리면 우리 뉴스에 나온다"는 등 대화가 공개되면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남학생들끼리 주고 받은 메시지라는 건데요.

이 같은 내용이 어떻게 드러난 건가요?

[기자]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위원회라는 단체가 학내 커뮤니티에 대자보를 올리면서 공개됐습니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의 제보를 토대로 조사에 착수해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언어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술자리에서 단톡방에 참여했던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메시지 내용을 보여주면서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대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고려대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었죠?

당시 가해 학생들이 사과문까지 게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고려대에서도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여학생을 성희롱한 사실이 알려져 사과문을 게시하는 등 파문이 일었는데요.

함께 수업을 듣는 남학생들이 여학생에 대한 성폭행을 암시하는가 하면 실제 지하철 몰카 촬영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 역시 피해를 당한 여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대책위원회가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교내에 대자보 형식으로 사과문을 게시했고요.

대학 측은 특별대책팀을 꾸려 조사에 나선 상태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서울대 사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요.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한 것이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일부 학생들이 해당 대화 내용을 보여준 것 자체가 잘못 아니냐고 지적한 건데요.

단톡방에서 공개된 내용을 얘기한 건 큰 죄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대화내용을 공개한 단체가 무슨 권한으로 외부에 대화 내용을 공개하느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판례에서는 메신저 대화가 사적 비밀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부로 전파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인데요.

상황에 따라서는 인터넷 게시글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이번 사례들처럼 대화 참여자 중 한 사람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내용 전체를 바깥에 퍼뜨릴 수 있다는 거죠.

또 단말기를 분실하거나 해킹 당하는 등 메신저 대화가 유출될 개연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입니다.

통신비밀 보호법상에서는 자신의 대화를 스스로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할 조항도 없다고 합니다.

[앵커]

결국, 메신저 대화에서도 문제가 될 행동은 안 하는 게 최선이겠네요.

[기자]

네, 법조계에서도 메신저 대화를 일상 대화처럼 생각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그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카카오톡에서 단둘이 나눈 대화라도 유출됐을 경우, 누군가에 대한 비난이라면 명예훼손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프로야구 선수 장성우 씨가 지난해 4월 당시 여자친구에게 치어리더 박기량 씨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카톡으로 보냈는데요.

여자친구가 이를 SNS에 올렸고 장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처벌받았습니다.

법원은 "일대일 대화였다고 해도 기록으로 남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 전파될 가능성만 있다면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지난 2011년 경기도 김포의 한 노인정에서 폭행시비가 일었는데,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린 A씨는 폭행 당사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했습니다.

A씨의 글은 모두 사실이었지만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를 적용받은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실 이번 사안에서 문제로 지적된 건 학생들의 삐뚤어진 성 인식일텐데요.

입시 위주의 교육이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었죠.

[기자]

네, 뿌리 깊은 학벌 지상주의와 입시 위주의 교육에만 매몰되다 보니까 인성교육은 뒷전이라는 비판입니다.

대학 입학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점차 도덕성이나 인성은 차순위로 밀려나는 게 현실이라는 건데요.

관련해서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시겠습니다.

<전상진 /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교육적 성취에 따라 사람들의 등급을 나누는 게 한국에서의 중요한 척도가 됐잖아요. 공부를 잘한다고 좋은 사람이 아닌 것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린 것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지점이 아닌가…"

[앵커]

실제로 이른바 '공부를 잘 한다는 학생'이 모이는 명문대에서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들도 일탈행위로 구설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잖습니까.

[기자]

네, 지난해 연세대에서는 한 남학생이 함께 술을 마신 여학생을 성추행했다가 교내에 실명 사과문을 붙이는 일이 있었고,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인 소라넷 창립자 부부 역시 명문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폭행이나 살인 등 강력범죄 사건에도 연루됐는데, 지난해 1월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식투자에 실패한 뒤 세모녀를 살해한 40대 가장도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학만 잘가면 된다는 인식부터 바꾸고, 보다 체계적인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네, 지금까지 사회부 황정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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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