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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족집게] 방송토론의 정치학, 승부는 이제부터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 족집게] 방송토론의 정치학, 승부는 이제부터
  • 송고시간 2017-03-05 10:22:25
[여의도 족집게] 방송토론의 정치학, 승부는 이제부터

[명품리포트 맥]

[앵커]

대통령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변수 중 하나인 TV 방송토론이 마침내 막을 올렸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선 TV토론은 20년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결정적 순간 선거의 흐름을 뒤바꿔 놓을 만큼 위력을 발휘해왔는데요.

오늘 여의도족집게에서는 TV토론의 영향력과 주자들간의 셈법을 짚어봅니다.

김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 대선에서 TV토론이 도입된 것은 20년전인 1997년이었습니다.

YS 김영삼, DJ 김대중 후보가 격돌한 1992년 대선 때 처음 열릴 뻔 했지만 YS의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수많은 어록을 남긴 YS인데 왜 TV토론을 거부했을까요.

그 배경에는 철의 여인 매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있었습니다.

1992년 대선을 석달 앞두고 한국에서 YS와 만난 대처는 TV토론은 지는 쪽에서 이기는 쪽의 실수를 유도하려는 게임이라며 토론에 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것입니다.

YS는 "TV토론을 거부해서 모든 언론에 두들겨 맞았지만 막상 선거가 시작되니까 국민들이 다 잊어버렸다"면서 "그 여자 말이 참으로 훌륭하고 옳았다"고 회고했습니다.

YS는 결국 200만표 차이의 압승을 거뒀는데 TV토론에 응했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대처 총리의 말대로 TV토론은 이기는 쪽보다 지는 쪽에 유리한 구도입니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3자가 경쟁하는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후위그룹이 TV토론에 적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재명 / 성남시장> "선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토론을 회피하는 것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왜 라디오 토론은 되는데 영상 토론은 안 되는지, 한 번은 되는데 원래 약속했던 세 번은 안 되는지…"

<박수현 / 안희정 캠프 대변인> "국민에게 후보 각자의 비전과 철학을 말씀드리고 선의의 경쟁을 합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토론의 장에서 각자의 소신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지난해 미국 대선 TV토론도 앞서는 쪽보다 뒤지는 쪽에 유리한 구도였습니다.

TV토론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사업가인 트럼프가 아이비리그 엘리트의 상징인 힐러리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비록 거칠기는 하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트럼프의 쉬운 말과 정제되지 않은 몸짓은 말과 행동에서 빈 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힐러리보다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클린턴은 경험이 많지만 나쁜 경험이 많습니다. 전 클린턴보다 훨씬 나은 사람입니다."

트럼프의 사례에서 보듯 후위주자의 독설은 위력을 발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힐러리에 대한 트럼프의 막말은 거센 비난을 샀지만 진보진영의 이중성에 염증이 난 일반 서민대중에게는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와 같았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사람이 미국의 사법체계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만약 그랬다면 당신은 감옥에 가 있겠죠."

TV토론에 있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다른 점이 있다면 양자가 아닌 다자구도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엉뚱한 곳에서 초대형 변수가 터져 판을 뒤흔드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격돌한 2012년 대선이 대표적입니다.

<이정희 / 18대 대선 통합진보당 후보>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것입니다.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룰 것입니다.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끼 마사오. 누군지 아실 것입니다. 한국 이름 박정희."

상대 후보 면전에서 부모를 공격한 이정희 후보의 독설은 진보진영에는 사이다와 같은 시원함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보수 정권의 독주에 환멸을 느끼고 진보에 마음의 문을 열던 중도를 다시 돌려세운 결정적 패착이 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결국 TV토론의 최종 승자는 논리정연한 변호사 문재인, 이정희 후보가 아닌 별 대꾸 없이 주로 준비된 말을 했던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민주당을 시작으로 대선 TV토론의 막이 올랐습니다.

후보들의 공약을 듣고 자질을 살펴보는 자리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돌발 변수가 토론회의 또 다른 백미가 될 것입니다.

산전수전 끝에 본격 검증대에 오른 후보들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족집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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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