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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격동의 석 달…특검과 탄핵이 남긴 기억들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격동의 석 달…특검과 탄핵이 남긴 기억들
  • 송고시간 2017-03-05 10:29:56
[현장IN] 격동의 석 달…특검과 탄핵이 남긴 기억들

[명품리포트 맥]

[앵커]

지난 석 달 동안 신문을 펼쳐도 텔레비젼을 켜도 혹은 거리를 나서도 '특검' '탄핵'을 빼놓고는 도무지 대화가 안 될 정도였습니다.

성장통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에 특검과 탄핵심판이라는 처방이 내려졌고 치료가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지난 겨울의 아픔을 온전히 씻어낼 수 있을까요.

이소영 기자가 현장IN에서 돌아봤습니다.

[기자]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앞입니다.

수사가 진행된 지난 70일 동안 특검을 응원하러, 혹은 비판하러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는데요.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온 이곳에서 저와 함께 숨가빴던 지난 여정을 돌아보시죠.

<이규철 / 특별검사보> "수사기간 마지막 정례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해 세밑, 조용했던 이 빌딩은 특별검사팀의 현판이 내걸리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검 사무실은 빌딩 17층부터 3개층, 수사팀이 아닌 이들에게는 간판을 내걸던 당일 아주 잠시동안만 문을 열어줬습니다.

일반 엘리베이터로는 올라갈 수 없고 계단에는 잠금장치가 설치됐습니다.

보안은 그야말로 철통같았습니다.

이처럼 특별한 곳에 가까이 갈 수 있었던 한 사람, 최순실 씨 면전에서 욕설을 내질러 유명세를 탄 청소노동자 임애순 씨를 통해 그곳의 분위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임 씨는 이후에도 화장실에서 수의 차림의 최 씨를 여러 번 마주쳤지만 주눅든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임애순 / 특검빌딩 청소노동자> "보고서 그냥 힐끔 쳐다보고 그냥 고개 (숙이고) 코만지고 지나가버리고…잘못했으면 송구스럽다고 죄송하다고 하거나 고개라도 숙이든가 전혀 그런 것이(태도가) 안보이고…"

조사실로 향하는 관문인 3층 주차장은 언제나 기자들로 붐볐습니다.

최순실, 이재용, 김기춘, 조윤선…

유력 인사들이 이곳을 거쳤고 이들을 맞기 위해 추위를 버텨야 했던 기자들에게 이곳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이보배 / 연합뉴스 기자> "소환자가 누가 오는지 체크하기 위해서 각 회사마다 말진들이 주로 3층에서 대기를 했고요. 워낙 아시다시피 3층 주차장이 춥기 때문에 대부분 핫팩이나 낚시의자, 오랫동안 앉을 수 있는 낚시의자, 이런 것들을 필수품으로 가지고…"

70일 동안 특검은 13명을 구속했고 30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인 만큼 수사 성과에서도 많은 기록들을 남겼습니다.

특검은 내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곳을 떠나게 됩니다.

국민의 눈은 이제 탄핵심판이 이뤄지는 헌법재판소로 향하게 됩니다.

이곳 헌법재판소의 시계도 특검만큼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시작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하면서부터였습니다.

81일 간 법정문은 20차례 열렸고 법정에 선 증인은 25명에 이릅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나온 겨울도 특검 못지 않게 뜨거웠습니다.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검토하기 위해 이른 아침 출근하던 재판관들, 이들에게 주말은 그저 평일의 연장이었습니다.

관심이 집중되는 변론이 열릴 때면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재판에 몰두했습니다.

<김향수 / 헌법재판소 구내식당 조리실장> "요즘 재판관님들이 많이 바쁘셔가지고 식사(밥)맛도 없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 많이 안잡수시고…맛있는 음식 많이 잡수시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재판관들뿐 아니라 대리인단의 '입'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탄핵 찬성과 반대라는 좁혀질 수 없는 평행선에서 만난 양측은 처음에는 웃으며 인사도 나눴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은 날을 세우며 비판의 강도를 높여갔습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일정 속 여유는 그들에게 사치였습니다.

재판정에서 태극기를 펼치는 변호인, 재판관을 깎아내려 눈총을 받은 이들, 이따금 고성을 지르기까지.

법정 밖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 저마다 진지한 태도로 80일 간의 여정에 임해왔습니다.

법정 안 싸움은 헌법재판소 앞 거리도 바꿔놓았습니다.

지금도 이곳은 광장과 마찬가지로 탄핵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뚜렷이 갈라져 있고 하루하루 긴장감은 이어가고 있습니다.

춥기만 했던 겨울은 물러가고 끝내 새순 돋는 봄을 앞둔 지금, 머잖아 나올 헌재의 현명한 결정으로 대한민국의 상처에 새살이 돋기를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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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