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여의도 족집게] '경선 불복'의 질곡, 이번엔 벗어나나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 족집게] '경선 불복'의 질곡, 이번엔 벗어나나
  • 송고시간 2017-03-26 08:55:00
[여의도 족집게] '경선 불복'의 질곡, 이번엔 벗어나나

[명품리포트 맥]

[앵커]

각 당의 경선 레이스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본게임에 들어갔습니다.

누가 대선 본선에 나가는 승자가 될지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있지만 패자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지원에 나설지도 관심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오늘 여의도족집게에서는 불복으로 얼룩진 우리 정당사를 되돌아보면서 승복문화 정착을 기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김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미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패배 확정 후 10시간만에 연단에 선 클린턴은 나라를 위해 하나가 되자며 깨끗한 승복을 선언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 미 민주당 대선후보> "미국을 위해 우리가 공유한 가치, 우리가 함께 했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해 유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클린턴의 감동적인 승복 연설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저런 전통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우리나라 선거, 특히 당내 경선의 역사는 결과에 불복하는 아픈 기억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한결같이 승복을 약속하지만 패배한 후보가 결과를 깨끗이 받아들이고 승자를 본선에서 지원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92년 민자당 경선에서 김영삼 후보와 경쟁하던 이종찬 후보는 경선을 이틀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해 국민당 정주영 후보를 지지했고, 5년 뒤 97년 신한국당 경선에선 이회창 후보와 경합했던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서 진 뒤 탈당했습니다.

2002년 대선은 최악의 불복 사태를 겪었습니다.

시작은 노무현 바람, 노풍을 일으킨 민주당 광주경선이었습니다.

'이단아' 노무현은 기성 정치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질적 존재였습니다.

<김영배 / 새천년민주당 선관위원장> "기호 2번 노무현 후보, 득표수 595표."

<노무현 / 새천년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오늘 여러분들의 저에 대한 지지가 광주시민 여러분들의 승리, 그리고 민주당의 승리, 그리고 한국민주주의의 승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세론을 구가하다 노무현 바람에 침몰한 이인제 후보는 탈당의 길을 걸었고, 이인제 후보를 지지하다 일격을 당한 주류 동교동계는 노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중도 사퇴를 압박하며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정몽준 후보는 대선 전날 단일화를 파기하고 노 후보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5년 전 대선도 끝이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손학규 후보를 꺾은 뒤 안철수 후보와 논란 끝에 단일 후보로 나섰지만 경쟁자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했는지를 놓고는 여전히 주장이 엇갈립니다.

불복으로 점철된 한국정당사에서 아름다운 패자도 있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근소한 표차로 패한 박근혜 후보가 그 주인공입니다.

<박근혜 / 한나라당 대선경선 후보> "저 박근혜 경선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이제 잊어버립시다."

그러나 그랬던 박 후보도 10년 뒤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긴 하지만 '불복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역사는 거꾸로 가는 것인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정미 / 헌법재판관>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

<민경욱 / 자유한국당 의원>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현재 당내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은 결과에 불복해 탈당을 하더라도 해당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일명 이인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조항은 2004년 총선을 목전에 두고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집권 가능성이 유력해 예선이 곧 본선이라는 민주당 경선레이스가 네거티브 양상을 보일 만큼 가열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대세론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직도 일부 후보의 탈당 후 출마설이 돌고 있는데, 이는 현행법상 불가능한, 그야말로 공상입니다.

그만큼 승복 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한 탓이 큽니다.

대한민국은 '고소·고발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전세계에서 고소·고발 사건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사촌이 땅 사면 배아프고 다 참아도 억울한 건 못 참는다는 한국인 특유의 경쟁심리 때문일겁니다.

이번 주말 각 정당은 경선의 본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대선에선 패자가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고 승자는 그런 패자의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가는 감동적인 장면을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족집게였습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41(기사문의) 4409(제보),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