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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따라잡기] '서 있기만 하면 스탠딩?'…취지 무색해진 '스탠딩 토론'

정치

연합뉴스TV [대선 따라잡기] '서 있기만 하면 스탠딩?'…취지 무색해진 '스탠딩 토론'
  • 송고시간 2017-04-25 14:46:15
[대선 따라잡기] '서 있기만 하면 스탠딩?'…취지 무색해진 '스탠딩 토론'

[앵커]

이번 대선에는 역대 대선에선 볼 수 없었던 스탠딩 형식의 토론이 도입됐습니다.

보다 생동감을 주고 후보들간 자유토론으로 치열한 정책검증을 해보자는 취지인데, 시선은 끌었지만 되레 유권자의 실망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민혜 기자가 대선 따라잡기에서 설명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미국 대선 토론회 장면을 준비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청중들의 박수를 받고 등장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원고 없이 선 채로 열띤 공방을 벌였습니다.

청중과 직접 소통했던 2차 토론회 때인데요.

후보들이 단상 밖으로 걸어나와 여유롭게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기대했던 게 아닐까요?

올해 대선에서는 '스탠딩 토론'이 선을 보였습니다.

앉은 채 진행됐던 딱딱한 분위기를 좀 바꿔, 생동감을 줘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자유토론도 곁들여서 말이죠.

신선한 시도에 유권자들의 기대감도 컸습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무늬만 스탠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한 네티즌은 SNS에 '마치 누가누가 오래 잘 서 있나 테스트하는 것 같다'며 비꼬기도 했습니다.

5명이 움직이다 보면 자칫 카메라 동선이 엉킬 수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단순히 서 있기만 한 모습은 역동감은 커녕 여전히 경직돼 보였습니다.

밀도 있는 토론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정책과 공약을 논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답변을 요구하는 식이 돼야 하지만, 유력 주자를 향해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공격을 가하거나 주제와 상관없는 정쟁과 헐뜯기가 이어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네거티브만 난무하다', '산만하고 집중도 잘 안 됐다' 토론회를 지켜본 유권자들 반응 일부입니다.

애초부터 스탠딩 토론은 현행 5자 구도에선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행 선거법은 5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 후보, 혹은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이면 반드시 토론회에 초청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 후보들이 난립할 경우 정책 검증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선관위는 지난 18대 대선 이후 토론의 집중도와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관련법 개정을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지지율에 따라 마지막 토론은 양자 대결이 가능하게 참석대상 선정기준을 바꿔보자는 거였는데,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흥행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작품성에선 낮은 점수를 받은 스탠딩 토론.

첫 시도인만큼 시행 착오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후보들이 토론에 임할 때 이것 한 가지는 반드시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유권자들이 서로 뜯고 할퀴는 모습을 구경하려 바쁜 시간을 쪼개 TV 앞에 앉은 건 결코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지금까지 대선 따라잡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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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