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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 제대로만 쉬어도 경제파급효과 16조원

경제

연합뉴스TV [뉴스현장] 제대로만 쉬어도 경제파급효과 16조원
  • 송고시간 2017-07-17 14:53:57
[뉴스현장] 제대로만 쉬어도 경제파급효과 16조원

<출연 : 연합뉴스TV 경제부 이경태 기자>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주어진 권리는 휴가조차 평균 절반 정도만 쓰고 일만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차를 다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 내 분위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휴가를 많이 써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보도국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경태 기자, 연차 휴가만 다 써도 경제가 살아난다, 무슨 이야기입니까?

[기자]

네. 일단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일년에 평균 15일 정도 휴가가 있습니다. 연차라는 것이죠.

그런데 실제 사용량을 조사했더니 절반 정도 수준인 7.9일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책연구기관 조사 결과 미사용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면 여가 활동으로 소비되는 지출액으로 '16.8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휴가를 가서 숙박비를 쓰고 외식을 하고 또 오가면서 기름값에 톨게이트비로 세금도 내고 뭐 이런 금액을 합친 것입니다.

생산유발효과까지 합치면 29조 3천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3조 1천억 원, 고용유발인원은 21만 8천명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생산효과를 놓고보면 쏘나타 46만 대 또는 삼성 갤럭시노트 4 1천670만 대 생산 시에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와 같습니다.

[앵커]

한마디로 휴가를 써서 그 소비되는 지출액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노린다는 이야기인데 어디서 조사한 것인가요?

[기자]

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의뢰를 받아 산업연구원이 수행한 연구결과입니다.

만 20세부터 59세까지의 민간기업, 공공기관 근로자 중 재직기간 1년 이상인 임금 근로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중소기업·대기업 인사·복지 담당을 대상으로 하는 심층면접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연간 휴가사용일수가 5일 미만이란 응답이 33.5%, 그중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1.3%에 달했습니다.

[앵커]

일년에 휴가를 한번도 안가는 직장인이 11%라니 놀랍습니다.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인가요?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의 평균 휴가일수가 20.6일, 휴가사용률은 70% 이상이었습니다.

통계상으로 보면 OECD 국가 중 한국의 노동시간은 년간 2천113시간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는데요.

가장 일을 적게하는 나라인 독일은 1천371시간으로 한국의 거의 60%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금은 세금 전 기준 한국의 거의 1.5배 수준으로 시간당 임금은 두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독일은 1년에 30개 정도 휴가가 주어지는데 많이 쉬고 돈은 우리보다 더 벌고 참 부러운 이야기입니다.

[앵커]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셨는데 독일도 한때는 주6일 근무가 있었죠?

[기자]

네. 무려 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 국가로 전락할 당시 이야기입니다.

오래전 이야기일 뿐인데요.

하지만 기술 발전을 이루면서 주 5일제 근무가 정착이 되었고 야근 문화도 그렇게 없어지게 됐습니다.

지금 한국은 독일 못지 않은 기술발전을 이뤘기 때문에 사실 재택근무라든지 원격근무 등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교통이 좋고 국토는 더 좁고, 하지만 직장인의 직무고과를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 얼마나 회사에 오래 앉아있으면서 헌신하느냐 등으로 평가를 하는 문화 때문에 쉬는것도 아니고 일하는것도 아닌 그런 비효율적인 시간이 생기면서 선진국들과 이렇게 큰 근로환경 격차가 벌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앵커]

근로 문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직장인들이 휴가를 안가는 이유 어떤 응답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장애요인으로는 직장 내 분위기가 44.8%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로는 업무 과다 또는 대체 인력 부족, 연차휴가 보상금 획득의 순이었습니다.

심지어 연차휴가 사용이 불필요하단 응답도 16%나 되었는데, 이는 50대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쉬는 문화를 체득하지 못한 세대다운 응답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앵커]

50대라면 직장에선 임원급이잖아요?

이 분들이 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하니 부하 직원들도 휴가를 가는게 눈치가 보이겠어요?

[기자]

네. 앞으로는 휴가를 가는게 결국 조직 뿐 아니라 기업을 살리고 국가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할 거 같습니다.

[앵커]

대체인력 부족으로 휴가를 못간다는 응답도 있었는데요?

일자리 나누기 문제랑도 연관이 되는 내용 같습니다.

[기자]

네. 정작 정규직은 휴가를 가고 싶어도 대체자가 없어 휴가를 못가고, 밖에서 구직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아예 일년 내내 휴가고,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 기업의 인력구조가 2명이 해야 할 일을 1명에게 시키고 대신 임금을 1.5배 정도 주면서 효율성을 취하는 식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휴가 문제가 일자리 나누기와 소득 불평등 문제까지 결합된 구조적 모순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미치는 영향도 조사됐죠?

[기자]

네, 삶에 대한 만족감 하락이 49.9%로 가장 높았고 스트레스 누적으로 인한 업무 능률 저하, 피로 누적으로 인한 건강 문제 등을 꼽았습니다.

우리 직장인들, 참 처절하게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경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본인의 건강을 잃을 경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또 비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여러 가지로 안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휴가사용이 짧다보니 휴가는 국내여행으로 많이 가는 것으로 조사됐군요.

[기자]

네. 대체로 연차휴가를 3일 정도 쓰고 주말을 붙여서 5일 정도 쉬는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습니다.

다만 36.8%가 국내여행을 선호해 16%에 그친 해외여행보다 비중이 높았는데 대신 해외여행은 한번 나가면 239만원을 썼고요.

국내여행은 74만 원을 썼습니다.

결국 만약 휴가가 길어진다면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턱대고 휴가가 길어진다고 내수가 살아다느냐는 좀 생각해 볼 문제인거 같습니다.

[앵커]

정부가 10월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최장 10일짜리 추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때 해외로 다 떠나는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기자]

네. 한국은행에 따르면 관광수지 적자가 올들어 한달 평균 1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여행이나 출장으로 한국에 와서 쓴 돈 보다 우리 국민이 해외 여행에서 쓴 돈이 이만큼 많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요즘 사드보복으로 유커 발길이 뜸한데, 외국인 뿐만 아니라 내국인도 국내 관광을 외면하고 있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네. 더 문제는 다수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가운데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비교적 여유 있는 계층이 해외에서 돈을 쓰고 있는 점이 특히 악재입니다.

국내 여행시 휴가비를 지원하는 프랑스의 '체크바캉스' 같은 보다 파격적인 대책을 추진해 당장 올 여름과 10월 황금연휴 대목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앵커]

결국 휴가를 떠나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볼멘 소리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기도 어려운데 휴가만 활성화 한다고 해결되느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죠?

[기자]

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월 157만원 수준으로, 1인가구 최저생계비인 210만원에 여전히 부족합니다.

또 휴가는 대기업 직원만의 잔치일 뿐 이를 장려할 수록 중소기업 직장인은 상대적 박탈감만 심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산업화시대의 쥐어짜기식 근무 환경으로는 더 이상 한국경제가 도약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일을 할때는 집중력있게 하고 쉴땐 제대로 쉬는 방식으로 근로문화 전반에 대하나 인식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대로 쉬는 문제가 일자리 나누기와 소득불평등 문제와도 연관이 되는 문제란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경제부 이경태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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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