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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족집게] 당당, 사과, 솔직…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 족집게] 당당, 사과, 솔직…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 송고시간 2017-08-20 08:55:02
[여의도 족집게] 당당, 사과, 솔직…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명품리포트 맥]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지난 석달여가 국정 운영의 기틀을 다잡는 기간이었다면 이제 그 토대 위에서 본격적으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취임 100일은 첫번째 시험대로 평가되곤 합니다.

역대 정권도 다르지 않았는데요.

여의도 족집게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여러가지로 화제가 됐습니다.

기자회견장이 있는 청와대 춘추관이 아닌, 손님을 맞거나 대규모 행사를 여는 영빈관에서 진행된 것도 이례적이었고 그 형식도 파격이었습니다.

<현장음> "사랑해 이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회견장에는 문 대통령이 즐겨들었던 노래를 포함해 익숙한 대중가요가 흘러나왔습니다.

클래식이나 행진곡을 주로 틀던 기존 청와대 행사장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는데요.

한 걸음만 내딛으면 닿을 거리에서 회견이 진행됐고 5분의 모두 발언이 끝난 뒤 곧 바로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일문일답으로 넘어갔습니다.

<윤영찬 /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대통령은 여러분이 무슨 질문을 할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대통령님 긴장되시죠?"

기자들은 질문마다 경쟁적으로 손을 들었고 대통령도 긴장한 듯 몇 초간 생각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외신 기자와는 설전에 가까운 문답을 이어갔습니다.

<이케하타 슈헤이 / NHK 기자> "강제징용 문제는 과거 노무현정부 때 이 문제는 한일기본조약에서 해결된 문제이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한국정부가 하는 것이다라고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위안부 문제가 알려지고 사회문제가 된 것은 한일회담 훨씬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회담으로 다 해결되었다라는 것은 그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봅니다."

하나라도 더 물으려던 기자도, 최대한 진솔하게 답변을 하려는 대통령도 기자회견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의 100일 회견은 어땠을지 궁금해집니다.

지금은 청와대의 관행이 된 100일 기자회견의 시초는 김영삼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첫 회견 당시 김 대통령은 당당했습니다.

문민 정부 출범 기대감 속에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공개 등 개혁행보로 정권 초반 지지율이 80%를 웃돌았기 때문입니다.

내용도 희망적이었습니다.

<김영삼 / 14대 대통령> "자신과 희망을 갖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계획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믿음을 갖자는 것입니다. 자신을 갖는 것이야 말로 절반의 성공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질의할 기자를 직접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음> "이번 회견은 내외신 기자들과 질문에 대한 사전협의 없이 이뤄져 문민시대의 또 하나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임자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100일 회견은 희망적일 수만은 없었습니다.

초반의 기대와 달리 김영삼 정권이 외환위기로 막을 내리면서 수습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동시에 극복을 위한 국민적 협조도 요청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개혁과 고통 감내에 메시지의 초점이 맞춰졌고 보다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김 대통령은 기자회견 대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국민과의 대화'를 택했습니다.

일반 국민 희망자와 41개 직능단체에서 선발된 7백여명의 시민이 대통령에게 실업 대란 해법 등에 대해 직접 질문을 던졌고 시청률이 40%를 웃돌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았습니다.

100일 회견이 대국민사과가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취임 초반 이 대통령은 이른바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20%대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하고 보름여가 지나 대국민담화 형식의 회견을 가졌는데 소회와 향후 구상을 밝히기보다는 '광우병 파동'을 잠재우기 위한 자리가 됐습니다.

질의 응답도 없었습니다.

<이명박 / 17대 대통령> "정부가 국민들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100일 무렵 지지율이 40%대에 머물렀던 노무현 대통령의 회견도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는데, 대선비자금 등 측근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노무현 / 16대 대통령> "먼저 불법 대선 자금 문제와 제 주변의 이런 저런 허물까지 붉어져서 국민 여러분들 실망스럽게 해드렸습니다.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노 대통령은 공이 있지만 부족한 점도 있었다고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질문자와 질문 리스트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고, 예민한 질문에 노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여 반박하는 '생생한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습니다.

재임 내내 불통 논란을 빚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이벤트'로 비춰질 수 있다며 100일 회견을 생략했는데요.

당시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으로 청와대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희비가 엇갈렸던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그러나 그때의 분위기가 임기 내내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어느 때보다 높은 국민적 지지 속에 자신감 넘치는 회견을 했던 김영삼 대통령은 초라한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고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초반보다 더 좋지 않은 지지율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화의 발걸음을 뗐을 뿐이라며 자화자찬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문재인 / 대통령> "이제 물길을 돌렸을 뿐입니다.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과제와 어려움을 해결해 가야 합니다."

취임 100일이라는 시험대를 비교적 좋은 점수로 통과한 문 대통령 앞에는 북핵 해결, 한반도 평화라는 최대 난제가 버티고 있습니다.

문재인표 정책 구상이 베일을 벗으면서 야권의 반발도 본격화하는 등 국내 정치 상황도 녹록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점점 더 난이도를 높여갈 시험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족집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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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