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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만들면 끝? 여성이동노동자 쉼터 무용지물…탁상행정 논란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만들면 끝? 여성이동노동자 쉼터 무용지물…탁상행정 논란
  • 송고시간 2017-08-20 08:55:00
[현장IN] 만들면 끝? 여성이동노동자 쉼터 무용지물…탁상행정 논란

[명품리포트 맥]

[앵커]

'이어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학습지교사나 요양보호사 등 고정된 업무공간이 없는 여성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입니다.

서울시 내에만 18곳을 마련했지만 이용객이 없어 텅 빈 채 방치돼 있다고 합니다.

현장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김지수 기자가 현장인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요쿠르트 판매원이나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고정된 일터가 없기에 궂은 날씨에도 쉴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들을 위해 서울시는 '이어쉼'이란 전용 쉼터를 마련했습니다.

올해로 벌써 4년째 운영중인데도 정작 여성 이동 노동자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요쿠르트 판매원> "(혹시 들어보신적 있나요) 저는 못 들었어요. (주변에서 이어쉼 쉼터 들어보셨다는 동료분은 있나요?) 못 듣고 못 만나 봤어요."

서울시는 2014년부터 2년에 걸쳐 1억원 가까이 예산을 투입해 '이어쉼' 쉼터 18곳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쉼터 중 이용객이 하루 10명을 넘은 곳은 4곳 뿐이고 대부분은 적게는 하루 한 명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쉼터 운영 시간대인 한낮입니다.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발마사지기 까지 시설은 잘 갖춰져 있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이용하는 이동노동자는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직접 시내 곳곳 쉼터들을 찾아가 보니 건물 안에 작은 간판 하나만 걸려 있어 외부에서 이어쉼을 확인하기 힘든가 하면, 때론 건물 안 외진 곳에 위치해 쉼터까지 찾아가기가 힘든 곳도 있습니다.

이용객이 없다보니 아예 운영시간에 문이 잠겨있기까지 합니다.

쉼터 운영시간대로 정해져 있는 시간대이지만 안에선 사람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고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쉼터 관리자> "(보통 몇 분 정도 이용하시나요?) 10명 정도. (하루예요?) 아뇨 한 달에."

접근성을 고려해 위치를 선정했다고 하지만 오르막을 올라온 후에도 한참을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만 쉼터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언덕 계단을 오르는 시간만 5분이 넘게 걸립니다.

접근성보다 '비어 있는 장소' 위주로 쉼터를 만든 탓입니다.

업무에 시간을 다투는 이동노동자들에겐 접근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건물 꼭대기층이거나, 대형공원 외곽에 있어 찾아올 시간을 낼 수가 없습니다.

실제 이용객 기록부에 이동노동자의 기록은 찾아 볼 수 없고, 아예 기록을 남기지 않아 이용률 자체가 확인이 안되는 곳도 많았습니다.

<이어쉼 관리자> "필요성이 있을까… 몇명 이용하는게 중요한 건지 그렇게 많이 이용도 안 하는데…"

각 단체에 운영을 일임하다보니 쉼터가 문을 여는 날도 주 5일에서 7일까지 제각각이고, 개방 시간도 통일돼 있지 않습니다.

무작위로 찾아간 9곳의 쉼터 중 이용 중인 이동노동자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어쉼 관계자> "(이동여성노동자분들은?) 거의 이용을 안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홍보가 안되었다는 거죠."

전문가들도 수요예측 실패를 지적합니다.

<최병섭 /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치밀한 수요조사를 통해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인가 하는 부분, 상대적으로 놓친 부분이죠. 수요자 우선적 차원에서 공간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최근 마련된 퀵서비스나 대리기사를 위한 쉼터는 인기가 좋습니다.

수요조사를 통해 기사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에 쉼터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어둑해진 밤 시간 신논현역 인근 대리기사 쉼터에선 기사들이 핸드폰을 충전하고 부족한 수면을 채웁니다.

<백종호 / 대리운전기사> "더울때, 추울때 마땅히 가 있을 데가 없었어요. 여기가 생기니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새벽 1~2시엔 앉아 있을 자리가 없죠."

대리기사 영업시간에 맞춰 심야에 연 이곳은 개소 이후 1만 8천명 넘게 찾았습니다.

장교동에 위치한 퀵서비스 쉼터도 점심 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는 기사들로 붐빕니다.

선정 당시부터 기사들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꼭 필요한 장소와 비용을 추정해 마련한 덕분입니다.

정책의 취지가 좋더라도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의미가 무색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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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