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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 헌정사상 첫 헌재소장 낙마…정국 '소용돌이'

정치

연합뉴스TV [뉴스초점] 헌정사상 첫 헌재소장 낙마…정국 '소용돌이'
  • 송고시간 2017-09-12 09:41:00
[뉴스초점] 헌정사상 첫 헌재소장 낙마…정국 '소용돌이'

<출연 : 연합뉴스TV 정치부 나재헌 기자>

[앵커]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 배경과 의미를 정치부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나재헌 기자, 어서오세요.

어제(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결국 부결됐는데 그동안의 진행상황 한 번 짚어주시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9일 만이죠.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김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인사 청문 과정에서 이념 편향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보수야당의 반발로 인준 표결이 지연됐습니다.

이후 고비마다 낙마한 다른 공직 후보자들과 연계되면서 인준 투표는 여러차례 밀려왔는데요.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낙마 이후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처리하는 쪽으로 여야 간 합의를 이루면서 약 100일간 벗지 못 했던 후보자 신분을 벗어내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정기국회 개회일이 되자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한국당이 전격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국회 표결이 다시 한 번 무산됐습니다.

이후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한 첫날 열린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의해 극적으로 표결에 부쳐졌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과반의 찬성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결국 부결됐습니다.

[앵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 직전까지의 분위기 어땠나요?

[기자]

네. 사실 개표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가 당시 국회 안팎의 객관적인 진단이었지만 내심 '그래도 결국 통과될 것이다'라는 것이 국회 분위기였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여당 내부적으로도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약 10표 이상은 더 얻으리라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죠.

실제로 어제 오전까지만해도 보수야당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과 함께 표결에 붙이자며 표결 연기를 주장한 반면에 여당은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런 분위기가 어느정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여당 입장에서는 내심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을텐데 부결 직후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여당은 실망스러움, 허탈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물론 부결 직후 곧바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여는 등 발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굳은 표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태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고려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의 분위기 자체도 아주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는데요.

추미애 대표는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적폐청산을 짓밟았다'고 말하며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청와대에서도 감지됐습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상상도 못했다" "다수의 횡포다"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가라앉았던 민주당의 분위기와는 달리 표결 직후 본회의장 한쪽에서는 환호성이 들리기도 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들렸는데 알고보니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반대해오던 한국당 의원들이 서로 자축을 하는 소리였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보여주듯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은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당이란 것을 보여줬다"는 입장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존재감을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면서도 이같이 자평했습니다.

바른정당은 "이 같은 결과는 '국민의 판단'"이라며 "앞으로 중립적인 인사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고 여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던 정의당에서도 "국회 운영의 표결 전략 부재가 드러났다"며 정부여당에 쓴 소리를 냈습니다.

[앵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자]

무엇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들의 표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총 투표수 293표 중 한국당 102표, 바른정당 20표에 보수성향의 대한애국당과 이정현 의원의 표까지 더한 124표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더라도 총 반대표 145표에 21표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기권표와 무효표까지 더하면 24표가 부족한 것이죠.

이 반대 24표가 어디서 왔냐하는 문제를 놓고 국민의당에서 절반 이상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민의당은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자유투표에 나섰는데요.

최근 김 후보자의 동성애 관련 입장이 논란이 됐었는데 국민의당 내에서 기독교계 표심을 의식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했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다만 김동철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의원 중 20~22명은 확실히 찬성한 것으로 본다"면서 오히려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책임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믿었던 국민의당에서 무더기 반대표가 나왔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국민의당은 표단속의 책임은 여당에 있으니 남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긋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정치지형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기자]

우선 일차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로서는 지도력에 상처를 입은 모습입니다.

내부 단속을 못 했다거나 혹은 국민의당 설득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가운데 책임론을 둘러싼 후폭풍이 일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자유한국당은 일단 원내 투쟁 첫 무대에서 제1야당의 단결력을 확인했다는 것이 소기의 성과일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협조를 끌어낸다면 여권 견제의 추가 성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감안할 때 오히려 역풍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인 형국인데요.

이번 국면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했습니다만 호남출신인 김 후보자의 낙마에 어느 정도 일조했다는 점에서 '호남홀대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각당의 이해득실을 떠나서 전체적인 정국은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야당들이 여소야대 위력을 과시했고 개혁드라이브에 급제동을 걸면서 향후 개혁입법 처리에도 비상등이 켜진 형국입니다.

[앵커]

헌법재판소장 자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기자]

우선 청와대로서도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진만큼 헌재소장 공백사태가 더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후임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바 없다"고 전했는데요.

여당으로서도 일단 법적 절차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남겼습니다.

헌재 주변에서도 청와대가 후임 헌재소장 후보자를 고르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아예 새로운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동시에 소장 후보자로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어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는 물론이고 정치지형에도 소용돌이를 피할 수가 없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나재헌 기자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뉴스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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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