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현장IN] 산 깎고 나무 베고…'친환경 에너지'의 역설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산 깎고 나무 베고…'친환경 에너지'의 역설
  • 송고시간 2017-09-17 09:00:10
[현장IN] 산 깎고 나무 베고…'친환경 에너지'의 역설

[명품리포트 맥]

[앵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데요.

전국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지고 수십만 제곱미터의 태양광 발전 단지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원칙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산이 깎이고, 나무가 무더기로 잘려 나가는 등 오히려 환경이 파괴되는 일도 잦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어두운 이면과 바람직한 방향을 박현우 기자가 현장IN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전남 여수의 한 어촌 마을입니다.

홍합양식도 하고, 요즘엔 농어 잡이가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평화로웠던 마을이,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서 시끄러워지고 있습니다.

2300키로와트와 750키로와트, 총 2기의 풍력발전기가 가동을 시작한 건 지난해 7월부터입니다.

총 400여가구가 사는 발전기 주변 4개 마을 주민들은 발전기 가동 이후부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재윤 / 대율마을 주민> "할머니들도 이야기를 하지만, 옛날 도깨비 소리라고 하는 휘파람 소리 같은 소리가 납니다. 친환경이 됐든 뭐가 됐든 일단 소리가 시끄러우니까 주민들은 원성이 많습니다."

<강상두 / 성두마을 이장> "주민들이 생전 저런 소리가 안 나다가 저런 소리가 나니까 신경이 예민해졌습니다. 마을이 울릴 정도라니까 날개 바람소리가… 저 윗 마을은 소가 기형아를 낳고 그랬다고 하는데…"

풍력발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풍력발전으로 인해 생태계 파괴와 소음, 저주파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군민들은 이처럼 군청 앞에서 농성을 한 달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풍력발전기를 건설하기 시작한 경북 영양군은 현재 가동 중인 59기의 풍력발전기를 포함해 총 130기까지 개수를 늘려 국내 최대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권영택 / 영양군수> "영양군이 좋은 자연을 가지고 있고, 이 자연을 원료로 해서 실질적으로 청정에너지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군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임기덕 / 홍계리 풍력 반대대책위원장> "수리부엉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갈 곳을 못찾아서 마을에 내려오고 돼지와 노루 같은 산짐승들도 동네에 침입을 합니다. 그 위에 살지를 못하니까…"

<조을환 / 홍계리 주민> "신재생 에너지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과 자연에 폭력을 가하지 않고 주민의 삶을 짓밟지 않고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그런 신재생 에너지를 원하는 겁니다."

풍력발전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있는 곳은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한 야산인데요.

산을 깎아 이처럼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선군에선 현재까지 70만여제곱미터, 축구장 100개와 맞먹는 크기의 부지에 태양광 발전기를 건설하는 안에 대한 허가가 난 상태입니다.

추가로 34만제곱미터에 대한 허가를 검토 중인데, 산을 깎거나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태양광 발전 패널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생태계 파괴와 산사태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최열 / 환경재단 이사장> "태양광으로 가기 위해서 숲을 과도하게 훼손한다던지 이런 식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환경에 영향을 적게 줄 수 있는 건물이라든지 아니면 고속도로변 이런 곳을 충분히 활용해야…"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9%로 OECD 평균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2030년까지 그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등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홍하오 / 중국공업상업연합회 신에너지협회 부회장> "한국이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있어서 빠른 시일 내에 다른 OECD 회원국들의 방법을 따라가길 바랍니다. 다만 신재생 에너지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에 대한 영향과 파괴를 한국이 신재생 에너지로 가는 길에서 피하길 바랍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게 큰 틀에선 옳은 방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는 역설이 발생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41(기사문의·제보)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