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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족집게] 정치권 해묵은 숙제…'풀릴 듯 안 풀리는' 협치방정식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 족집게] 정치권 해묵은 숙제…'풀릴 듯 안 풀리는' 협치방정식
  • 송고시간 2017-10-01 09:01:01
[여의도 족집게] 정치권 해묵은 숙제…'풀릴 듯 안 풀리는' 협치방정식

[명품리포트 맥]

[앵커]

지난 주 문재인 대통령과 4당 대표 간 회동으로 막혔던 협치 물꼬가 트이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가 남았는데요.

엇갈리는 정치적 노선 속에 협치는 정권마다 난제였습니다.

그 해묵은 역사를 '여의도 족집게'에서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지난 주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장면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만찬 회동이었습니다.

엄중한 안보 정국 해법 모색을 위한 자리였는데 과연 성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깨고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 부결로 얼어붙었던 협치에 물꼬가 트인 모습인데 아이러니하게도 6·25 전쟁 이후 최고의 안보 위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엄중한 안보 상황이 도움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문재인 / 대통령>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고 그 틀에서 안보 문제를 상시적으로 여야가, 정부가 함께 협의해 나가는 모습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리 정치권이 평화수호 의지만큼은 하나된 목소리로 내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그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북한의 핵위협으로 인한 불안감을 덜어줄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인들에게 주어진 가장 크고 급한 숙제입니다."

이렇게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진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협치는 실현이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협치를 위한 도구로 여야정 상설협의체라는 다소 생소한 방식을 택했는데 국정 전반에 대해 여야정이 수시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문 대통령이 첫 여야 지도부 회동 때 제안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일단 안보에서는 의기투합이 됐습니다.

그러나 불참을 선언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설득해 참여시켜야 하는 또 다른 과제가 남았습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여소야대 정국 속 협치는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방법으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왔는데 해법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협치를 넘어 아예 합당을 택했습니다.

노 대통령 취임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125석을 얻는데 그치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집권 여당이 과반수 획득에 실패해 여소야대 국회가 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평화민주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 등이 두 자릿수 의석을 나눠가지며 지금과 비슷한 4당 체제로 재편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여당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급기야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는데 공교롭게도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부결 당시와 비슷합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결국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해법으로 합당이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노태우 / 13대 대통령>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그리고 신민주공화당은 민주발전과 국민대화, 민족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오로지 역사와 국민에 봉사한다는 일념으로 아무 조건없이 정당법 규정에 따라 합당한다."

사실상 3당 야합이라는 비판, 결과적으로 지역구도를 심화시켰다는 꼬리표.

평가는 엇갈리지만 노 대통령은 안정적 국정기반을 확보함으로써 북방정책 등 굵직굵직한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협치를 논할 때 떠올리게 되는 단어 중 하나는 연정입니다.

이념이나 정책 비전이 다른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집권을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인데 우리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에 전격적으로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7월, 노 대통령은 정치적 목표였던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고자 대연정 카드를 꺼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충분한 준비없이 꺼내든 카드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거센 반발을 샀고 국민과 지지층의 정서적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경선에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연정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이른바 '적폐세력과도 손을 잡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에 부딪히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안희정 / 충남지사>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개혁 과제에 동의한다면 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원내 교섭단체 누구라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정치적 노선이 다른 세력과 손을 잡는 일이 아직은 익숙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다시 부상하면서 협치의 매개체 역할을 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지역구별로 의원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만큼 개편을 통해 다당제를 정착시켜 시스템적으로 협치가 불가피한 정치구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여소야대 정국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을 비롯해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이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이에 대한 논의를 매개로 국정 전반에서 힘을 모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협치는 이제 시대정신이 됐습니다.

지역주의, 이념대립이라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협치는 필수라고 정치권도 입을 모으지만 실천에는 번번이 실패를 해왔는데요.

여야정 국정협의체라는 문재인 정부의 협치 실험이 과거와는 달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족집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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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