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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불신 한파' 닥친 기부…"사랑의 온도 높여주세요"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불신 한파' 닥친 기부…"사랑의 온도 높여주세요"
  • 송고시간 2017-12-24 09:00:04
[현장IN] '불신 한파' 닥친 기부…"사랑의 온도 높여주세요"

[명품리포트 맥]

[앵커]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즐거운 하루 보내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연말연시,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은 움츠러들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강추위에 기부문화까지 얼어붙어 어려움이 더욱 크다고 합니다.

이번주 '현장IN' 에선 차병섭 기자가 우리 사회의 기부한파를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연말연시,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습니다.

또 매년 선행을 이어온 '이름없는 천사'가 올해도 연탄 2만장을 기부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마라톤대회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뛰고 참가비 일부를 기부하는 등 각종 이색행사도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올 겨울 사회 전반의 기부 온기는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 중인 '사랑의 온도탑'은 약 4천억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난 목요일까지 목표금액의 40%인 1천600억원만 모인 상태입니다.

2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0억원 적고, 온도는 9도 정도 낮습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최근 1년새 기부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015년 29.9%에서 올해 26.7%로 줄었고, 앞으로 기부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45.2%에서 41.2%로 내려왔습니다.

<김명희 / 서울 은평구>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민들이 살기 어렵기 때문에 선뜻 마음을 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부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란 답변은 63.5%에서 57.3%로 줄어든 반면, '기부에 관심이 없다'는 사람이 15.2%에서 23.2%로 늘었다는 점입니다.

<박순복 / 서울 은평구> "무엇보다 투명성이 결여된 거 같습니다. 내가 얼마를 기부했는데 어디에 썼는지 결과를 일반인들이 알아볼 수 있게 결과를 공표해주고…믿음이 안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부문화가 줄어드는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120억원 넘는 기부금을 빼돌려 제멋대로 쓴 '새희망씨앗' 사건이나, 딸의 수술비를 도와달라며 후원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호화생활을 하고 변태성욕을 풀려 딸의 친구를 살해한 사건은 기부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마저 만들고 있습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자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응답이 85.9%에 달했고,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해온 기부도 주저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도 72.1%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 기부는 개인과 기업이 각각 3대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개인이 지갑을 닫은 것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기부가 줄어든 것도 기부 한파를 불러오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500대 기업들의 기부규모는 전년대비 13% 넘게 줄어들었다는 한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의 조사결과가 단적인 예입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나 환율 등으로 수출이 줄어들었고, 지난해 미르재단 등에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냈다 뇌물 혐의를 받은 만큼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기업 관계자> "작년에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기업들의 기부가 많이 위축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50명 넘는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이 시설은 IMF 경제위기 전에 비해 기부 금액이 60% 정도로 줄었다고 합니다.

<박일남 / 홍파복지원 쉼터요양원> "근래 들어 상당한 (기부)액수가 줄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부정을 저지르는) 시설보다 건전하게 운영하는 시설이 더 많다는 것을 모든 분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기부한파'를 녹이기 위해서는 제도와 문화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재환 /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 "공익법인들에 세제혜택을 주고 있는데, 공익성 검증을 체계적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기부금 모집액이나 사용내역 정보를 공시해야할 의무가 있는 단체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진영 /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일반적인 시민의 자발적인 기부가 중심이 되고 그것이 튼튼하게 유지가 돼야 되는데 지금까지는 모금활동이 대기업 중심의 성과주의로 갔기 때문에 굉장히 불안하고 경기에 따라서 높낮이가 있는…일희일비해서는 안되거든요."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한편, 믿고 기부할 수 있도록 무너진 사회적 신뢰를 다시 쌓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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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