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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당신이 고개 숙이지 마세요" 미투가 일깨운 '평등사회'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당신이 고개 숙이지 마세요" 미투가 일깨운 '평등사회'
  • 송고시간 2018-03-11 09:00:02
[현장IN] "당신이 고개 숙이지 마세요" 미투가 일깨운 '평등사회'

[명품리포트 맥]

[앵커]

"미투, 나도 당했다"는 여성들의 외침이 사회 각계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대부분 조직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열세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피해 당사자는 물론 주변인들도 문제를 제기했을 때 어떤 보복이나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쉬쉬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런 권력형 성범죄의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일지,

최지숙 기자가 '현장IN'에서 들여다 봤습니다.

[기자]

오랜 아픔을 깨고 봇물처럼 터져 나온 증언들.

여성이기에, 또는 힘이 없었기에 겪어야만 했던 부당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성폭력에 대한 고발은 끊임 없이 이어졌습니다.

'강남역 살인 사건'부터 '미투 운동'까지, 여성들이 더이상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로 남기를 거부하고, 사회 변화를 요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미투 운동은 개개인이 직접 주체가 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고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제2의 촛불 혁명'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이 확산한 계기는 서지현 검사였지만 이미 2016년에도 한 남성 시인에 의해 성폭력 실태가 폭로된 바 있습니다.

김현 시인은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기고한 '질문 있습니다'를 통해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문단 내 여성 혐오를 처음 고발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폭력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지고 웃음거리로 회자됐던 일부 문인들의 실상에, 지금의 미투와 같은 해시태그 운동도 이어졌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생존자'라고 일컫는 김 시인은 미투 운동이 유명인 위주 소비에 그치는 것을 우려하며, 사회 전반에 뿌리 박힌 폭력적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김현 / 시인> "어떤 발언이나 가해에 대해 가장 빨리 옹호하는 말이 "그때 당시에는 다 그랬다"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얘기하는 것은 "그래, 그때 당시에 다 그랬던 것이 문제라니까"잖아요.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배워야하고, 깨우쳐야 하고, 인식을 전환해보자…"

특히 일련의 사건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성폭력이 약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에서 비롯된 '권력형 성범죄'라는 점입니다.

이에 각 계에서도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사회 제도적 개선과 처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권력을 이용한 폭력에 맞서 이처럼 지지와 연대가 이어지며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사각지대에서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유명인일 경우 사회적 논란이 되며 확실한 처벌과 보호가 이뤄지지만, 대부분의 일반 여성들은 도리어 피해자가 회사를 나와 후유증과 생계 걱정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2015년 한 의류 수출회사에서 해외 파견을 갔다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김정은 씨, 불과 파견 일주일 만이었습니다.

현장을 총 관리했던 해당 임직원은 처음 성폭력을 가한 뒤 사과는커녕, 자신의 지위와 정은 씨의 처지를 악용해 끊임 없이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김정은(가명) / 일반인 피해자> "갑자기 법인장이 저를 기숙사 공사하는 데 끌고가서 강제로 추행을 하는 거에요. 도망을 나왔어요, 그랬더니 계속 카톡이 오는 거에요. 보자, 보자(만나자)…"

말도 잘 안 통하는 타지에서 도망치거나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고, 동료들도 잘못 나섰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눈치만 살폈습니다.

견디다 못해 본사에 얘기해 해당 임직원을 징계하겠다는 답을 들었지만, '꽃뱀' 취급을 받고 퇴사한 정은 씨와 달리 가해자는 더 높은 직위로 승진했습니다.

한동안 도리어 자신을 책망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정은 씨는 같은 처지의 일반 여성들을 위해 어렵게 용기를 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가명) / 일반인 피해자>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들은 이슈가 되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지만 일반 개인들은 오히려 여자들이 피해를 보고 다 떠안아야 하거든요. 환경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런 인식이…"

권력형 성범죄는 대개 이처럼 자신의 힘과 우월적 지위를 과시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처지를 악용해 가해 행위를 반복하고, 피해자 수도 여럿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정부는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형량을 상향하기로 했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실효성있는 대책과 함께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미경 /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일단 피해자들이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겠죠. 법적으로도 오히려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요. 피해자들이 인권 감수성이 뛰어난 전문가에게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이 여러 차원에서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겪은 어떤 폭력도 결코 사소하지 않다. 당신은 존귀한 사람이다'.

변화를 바라는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모여, '인간 존중과 평등'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장IN'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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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