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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미투 두 달…본질 흐리는 '진실공방ㆍ유투ㆍ아우팅'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미투 두 달…본질 흐리는 '진실공방ㆍ유투ㆍ아우팅'
  • 송고시간 2018-04-01 09:00:06
[현장IN] 미투 두 달…본질 흐리는 '진실공방ㆍ유투ㆍ아우팅'

[명품리포트 맥]

[앵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진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미투는 각계에서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행해져 오고, 감춰져 왔던 성범죄를 드러내고 환부를 도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몇몇 사건은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이며 피로감을 자아내는가 하면 당사자의 의중을 무시하고 제3자에 의해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사례까지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는 사례들을 박현우 기자가 이번주 현장IN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미투 열풍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 지사가 법원에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입니다.

안 전 지사는 그 행위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한 상황이죠.

하지만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미투가 나오다보니, 그 사실관계를 두고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주 배우 곽도원 씨와 곽 씨의 소속사 임사라 대표의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습니다.

곽 씨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감독의 성폭력 피해자들로부터 금품을 요구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임 대표가 SNS에 올리면서 부터입니다.

피해자들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곽씨 측도 당시 상황에 대한 녹취 파일과 문자메시지 등을 피해자 쪽에 보냈다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피해자 쪽에서 곽씨 측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면서 '진실게임'의 결과는 수사기관을 통해 가려지게 됐습니다.

<이명숙 / '이윤택 피해자' 변호인>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민사건 형사건, 진정서라던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단호하게 대처할 예정입니다."

성폭행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수 김흥국씨와 상대 여성과 관련한 사건도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해당 여성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경찰은, 이번주 중 김흥국씨를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가운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또 다른 '진실게임'은 지난주 일단락 된 모양새입니다.

서울의 한 호텔 앞 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이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곳인데요,

2011년 12월23일 이곳에 온적이 없다던 정 전 의원은 미투 폭로가 있은지 3주만에 스스로 말을 바꿨습니다.

정 전 의원은 '미투 폭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당일의 행적이 담긴 사진 등을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당일 해당 호텔에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한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습니다.

정 전 의원은 그러나 호텔에 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성추행' 사실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희봉 / 피해 여성 변호인> "피해자는 용기를 내서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끄집어 냈습니다. 그런데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사실이 기억에 없다며 사과와 사실 인정을 하지 않고 있어요. 이 부분이 특히 안타깝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미투 폭로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유명인을 둘러싼 미투 사건이 이처럼 '진실게임'으로 번지며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자, 지켜보는 이들마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임새라 / 대학생> "혼란이 있고 진실공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고… 뭐가 진실인지 궁금해 하다가 부진해진다면 더이상 관심이 안갈 수도 있고…문제에 대해서 미투 본연의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아가 이같은 양상이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릴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박훈 / 변호사> "미투 운동은 그동안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대한 저항으로 문화혁명이라 할만합니다. 그럼에도 가해자들은 그런일이 없다며 진실게임으로 몰고 갑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깨끗이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그런 문화가 정착됐으면 합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상에서는 '익명 미투 폭로' 감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유투' 활동도 생겨나고 있는 상황.

<페이스북 페이지 '유투' 운영자> "무고 사례나, 익명으로 누군가 고발을 했을 때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미투 운동에 대해 지적이나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줄 명칭이나 표어로 '유투'를 붙이고 싶었습니다."

또, 스스로 알리고 싶지 않은 피해 사실이 '미투' 확산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알려지며 의도치 않게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아우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택광 /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미투 운동에서 본인을 드러내면서 피해 당사자가 고발하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 죽음까지도 각오하는 대단한 행위입니다. 주변인들이 (공개 결정을) 대신 내려주는 건 상황을 악화시키고 피해 당사자들에게 2차 가해 위험성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미투 운동 두 달째, 경찰은 현재 미투 관련 총 70여건을 수사 중입니다.

그 종착지가 수사기관이 아니더라도 '진실게임'이나 아우팅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건강한 미투 운동이 확산하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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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