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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풍향계] 지방선거 '묻지마 줄투표'의 명암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 풍향계] 지방선거 '묻지마 줄투표'의 명암
  • 송고시간 2018-05-20 09:00:08
[여의도 풍향계] 지방선거 '묻지마 줄투표'의 명암

[명품리포트 맥]

[앵커]

전국단위 선거 가운데 지방선거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줄투표인데요.

줄투표란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특정정당의 후보만 차례로 찍는 것을 말합니다.

줄투표의 명암을 이번주 정윤섭의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7장의 투표 용지를 받게 됩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의원, 지역구 기초의원, 비례 광역의원, 비례 기초의원, 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전국 12곳에서 '미니총선' 규모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실시됩니다.

재보선 지역 유권자들은 최대 8번 투표를 해야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어느 후보가 어느 선거에 나왔는지조차 모르고 투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줄투표 현상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어떤 후보를 찍을지 스스로 선택하지만,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의 경우 후보의 이름도 모른 채 자신이 지지하는 광역단체장과 같은 정당의 후보를 차례로 찍게 된다는 겁니다.

<김형준 / 명지대 교수> "특정한 광역단체장 선거를 중심으로 줄투표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실제로 역대 지방선거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났고요. 이번에는 특히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줄투표의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줄투표의 위력은 역대 지방선거에서 여러차례 입증된 바 있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사실상 싹쓸이하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만 보더라도 이런 현상은 되풀이됐습니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의 고건 후보가 국민회의 소속 19명의 구청장과 함께 당선됐습니다.

2002년에는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고, 한나라당은 22곳의 구청장 선거를 휩쓸었습니다.

오세훈 후보가 2006년 선거에서 당선됐을 때 한나라당은 25개 서울 구청장 자리를 모두 독차지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역 줄투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여당인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간발의 차로 패배했지만, 민주당은 야권 돌풍의 여세를 몰아 구청장 21곳에 깃발을 꽂았습니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줄투표에 따른 싹쓸이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재선고지 등정에 성공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20개 구청장 선거에서 압승했습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줄투표의 바람이 거셌던 만큼 이번 선거를 앞둔 여야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더불어민주당은 싹쓸이 압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방어선을 구축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입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반도 경제가 살아나도록 평화와 공존이 번영이 함께하도록 지방선거 압도적으로 승리합시다."

<홍준표 / 자유한국당 대표> "민생과 드루킹으로 대표되는 '가짜나라 만들기' 그것으로 이번 지방선거의 심판을…"

이처럼 여야가 줄투표 현상의 전략적 득실을 따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줄투표가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줄투표는 여야를 떠나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당을 심판하는 효과가 있지만, 묻지마 투표현상이 반복되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인데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투표를 한다면 되레 지방자치의 후퇴를 불러온다는 지적입니다.

<김형준 / 명지대 교수> "후보가 가지고 있는 비전이나 공약이나 정책을 보고 선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분위기에 휩쓸려서 더 나아가서는 특정한 세력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그래서 선거의 질을 오히려 떨어트릴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1인 다표제라는 지방선거 특성상 줄투표 관행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동네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기본 정보와 공약을 미리 살펴보고 투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후보별 기본정보와 각종 정책공약, 시민단체가 집계한 후보자 전과기록 분석, 공천배제 기준을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차태욱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언론팀장> "가정에 배송되는 선거공보와 선관위 홈페이지의 정책공약알리미에는 후보자의 정보와 주요공약이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시고 투표에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제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결국 유권자의 손 끝에 달려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차분하게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살펴보는 시간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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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