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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과거를 겨누는 검찰의 칼…성공의 조건은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과거를 겨누는 검찰의 칼…성공의 조건은
  • 송고시간 2018-05-20 09:00:07
[현장IN] 과거를 겨누는 검찰의 칼…성공의 조건은

[명품리포트 맥]

[앵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

지난날의 잘못을 씻고 개선점을 찾아보겠다며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김근태 고문 사건 등 십여 개의 사건에 관한 재조사가 진행 중인데요.

검찰이 과거와의 전쟁에서 성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

김지수 기자가 '현장IN'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된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3월 구순을 넘긴 박 씨를 찾아 과거 검찰의 잘못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문무일 / 검찰총장> "저희가 너무 늦게 찾아뵙고 사과 말씀 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박정기 / 고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마워요."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은 과거 부조리를 바로잡고 새로운 검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후 이를 위한 전담 기구까지 생겼습니다.

과거사위원회가 지금까지 정식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포함해 모두 11건입니다.

2008년 국무총리실에서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사건처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축소나 부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핵심인데요.

술 접대 강요를 받고 자살한 고 장자연 사건 등 일부는 아직 정식조사 를 하기로 결정되지 않았고 사전조사 대상에만 포함됐습니다.

물론 상당 수 사건은 공소시효의 벽에 막혀있습니다.

2009년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장자연 리스트 사건도 관련자 처벌을 위해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공소시효가 임박한 과거사 사건은 조사 도중에라도 검찰에 재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도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믿음을 심어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정원이 조작한 증거로 간첩으로 내몰렸던 유우성 씨는 가슴에 커다란 멍을 안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당시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느꼈던 절망감을 한시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유우성 /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조작된 틀에다가 절 뜯어서 밀어 넣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재판이 진행될 때 검찰도 국정원이랑 조작에 가담해서 간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그 사람들의 의지가 보이더라고요."

당시 공소를 담당했던 검사가 국정원 대공수사국에 파견되어 근무했던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유우성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과거사위에서) 투명하게 조사가 진행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대는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되고 TF때처럼 '시간만 지나고 잊혀지지 않겠나'란 걱정이 더 큰 것 같습니다."

현재 수사가 한창인 사건들에도 검찰의 지난 과오가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15일 노조와해 공작을 기획하고 실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삼성전자서비스 임원을 구속했습니다.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사건 고소가 제기된 지 4년 반 동안 뒷짐만 지던 검찰이 이제서야 수사다운 수사에 나선 것입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피해자들의 고통도 컸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었던 염호석 씨는 4년 전 "지회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 뿌려달라"는 유서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나두식 /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 "검찰이 저희한테 묻더라고요. '15년도 이후엔 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고소를 안했냐' 의미가 없었다. 고소, 고발할 때는 이를 통해서 시정이 될 것이란 희망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 희망을 잃은 거예요."

이제라도 대법원이 인정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바탕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범죄 혐의 전반을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박다혜 / 법률원 변호사>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했고요. 한 개별사가, 삼성전자서비스가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던 주체는 삼성전자 서비스가 아니라 삼성그룹인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펴내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가장 가깝게 공유하는 사람으로 꼽히는 김인회 교수.

김 교수는 과거사 정리 과정에서 관련 검사 개개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지적합니다.

<김인회 /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70년대 군부독재시절 있었던 긴급조치 판결에 대한 과거사 정리를 하면서 판사 실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대법관 재직하셨던 분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판결문에 보면 판사 이름도 나오지만 개별적으로 다 책임을 진다는 것이거든요."

그릇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또 간과해서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부끄러운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제도도 빈틈없이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과거사위원회가 발표할 문제의 발생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독립성을 보장했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 검찰총장이 개입했다며 유례에 없는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검찰.

진정한 변화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국민의 시선은 검찰의 과거와 현재 모두를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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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