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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관광객 몸살' 북촌 한옥마을…상생대책은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관광객 몸살' 북촌 한옥마을…상생대책은
  • 송고시간 2018-06-24 13:03:37
[현장IN] '관광객 몸살' 북촌 한옥마을…상생대책은

[명품리포트 맥]

석달 전 북촌 한옥마을로 이사온 박 모 씨.

조용한 한옥살이를 꿈꿨지만 현실은 그리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낯선 사람이 대문을 열고 불쑥 들어오는가 하면 관광객들이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통에 창문을 열어놓기가 무섭습니다.

<박 모 씨 / 북촌 한옥마을 주민> "저희 집을 배경으로, 저희집 창문으로 사진을 찍어요. 흐린 날은 창문 열고 불을 켜놔야 하는데 그럼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거든요."

북촌에서 60년 평생을 살아온 김미숙 씨도 마찬가집니다.

낮이나 밤이나 관광객들 말소리가 커 신경이 부쩍 예민해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김미숙 씨 / 북촌 한옥마을 주민> "(긴장이) 풀어진 상태에서 웃고 떠들고 하니까 엄청 시끄러워요."

하루에도 관광버스 수십 대가 골목길 바로 앞까지 주·정차를 하다보니 매연에 시달려야 하고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오물로 골목길은 조금만 소홀해도 금방 쓰레기장이 됩니다.

골목길 곳곳에 조용히 해달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집집마다 대문에도 관광객들의 협조를 구하는 안내문이 4개 국어로 작성돼있습니다.

동네 모습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주민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세탁소나 목욕탕 같은 생활에 꼭 필요한 가게는 하나 둘씩 문을 닫았고 시장에는 관광객들의 간식거리들만 넘쳐납니다.

2012년 101만 명이던 북촌 한옥마을 외국인 관광객은 2014년 217만 명, 2016년에는 268만 명까지 늘었습니다.

내국인 관광객까지 합하면 하루 평균 1만 명이 좁은 골목길을 찾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반대로 한옥생활을 포기하고 떠나는 사람들은 늘었습니다.

북촌 주민 수는 최근 5년 사이 15% 정도 줄었는데 서울 종로구 전체 주민 감소의 2배 이상입니다.

제 옆으로 보이는 이 한옥도 얼마 전 주인이 이사를 나가면서 빈집이 됐습니다.

일부 관광객들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빚어지는 일인데 북촌이 좋아 발걸음한 대다수 관광객들의 마음 역시 편치 않습니다.

여기저기 붙은 조용히 해달란 글귀를 보면 왠지 눈치가 보이기 마련입니다.

<치피ㆍ웰리 / 인도네시아 관광객> "한옥 마을을 볼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요. 한편으로는 주민들이 우리 때문에 편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임채은ㆍ정동훈 / 강북구 인수동> "자고 있을 시간에도 시끄러울 것 생각하면 저도 같은 마음일 것 같아요. 최대한 조용히 하면서 사진찍고 넘어가고…"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면서 서울시는 고심끝에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다음 달부터 오전 10시부터 5시 사이에만 관광객들이 골목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일요일은 통행을 아예 제한합니다.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단속구간을 지정하고 쓰레기 수거 횟수도 하루 2회에서 3회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단체 관광객으로 인한 피해가 큰 만큼 가이드가 미리 관광예절을 교육하도록 여행사에 협조도 구할 방침입니다.

<김재용 / 서울시 관광정책과 과장>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관광업계의 참여가 중요하고 개별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데 이분들도, 저희들도 홍보를 많이 하겠지만 동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셈법은 이보다 복잡합니다.

관광객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지만 관광 수익이 주민들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읍니다.

유료 콘텐츠를 만들어서 꼭 필요한 관광객만 오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김미숙 씨 / 북촌 한옥마을 주민> "여기에 좋은 시설을 만든다면 유료화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들어와서 체험할 수 있는 쿠폰을 만들던지, 꼭 우리 한국문화를 접하고 가고 싶은 사람만 왔다 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

한옥을 함부로 고치거나 마을에 상업시설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미일 씨 / 북촌 한옥마을 주민> "관광 수입의 10%만 재투자 해도 저는 충분하다고 보거든요. 한옥의 장점을 마련해 주고 혜택을 달라는 것이고요. 용도를 좀 풀어 달라는 것이에요. 한옥에서 예를 들어 먹고 살기 위해 음료수를 팔 수도 있잖아요."

전문가들도 주민 삶을 우선으로 하되 관광 혜택이 상인뿐 아니라 모든 주민에게 돌아가야 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 훈 /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관광으로 오는 혜택이나 편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가는 체계가 됩니다. 직접적인 보상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여러가지 혜택이나 보상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고요."

다만 북촌의 가치는 '살아있는 한옥 주거지'에 있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 석 /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상업 기능이 못 들어 오도록 막고 있고 고층 개발 못하도록 높이 규제하고 있는데 이런 규제들이 무분별하게 풀려 버리면 북촌이 더 이상 북촌 다움을 간직할 수 없겠죠. 살아있는 한옥 주거지, 그것이 북촌의 가치거든요."

600년 전통의 한옥 주거지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정주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되 관광객과 조화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ba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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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