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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풍향계] 우리시대 '투명인간'의 꿈…노회찬이 남긴 과제는?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 풍향계] 우리시대 '투명인간'의 꿈…노회찬이 남긴 과제는?
  • 송고시간 2018-07-29 09:10:00
[여의도 풍향계] 우리시대 '투명인간'의 꿈…노회찬이 남긴 과제는?

[명품리포트 맥]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유서가 지난 월요일 공개됐습니다.

정의당은 노 의원 빈소가 마련됐던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유서를 공개했는데요.

'7월 23일 노회찬 올림'으로 마무리되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모든 허물은 제 탓"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이었습니다.

<최 석 / 정의당 대변인 (故 노회찬 의원 유서 공개>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노 의원은 유서에서 드루킹 측으로부터 4천만원을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노 의원은 기득권 정치의 위선과 무책임을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해온 진보정치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는 말을 유서에 남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정치권도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진보는 물론 보수진영 의원들도 비통한 심경과 함께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김성태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그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신) 고인의 모습을 우리 모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시민들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정치인들의 빈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조화가 도착했고, 여야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지만 빈소를 채웠던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들과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비정규직 노동자, KTX 해고 승무원들은 꽃 한송이를 바치며 노 의원의 영면을 기원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인사는 물론 유력 정치인들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줄을 선 채 조문을 기다리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김순권 / 경기도 수원> "너무 안타까워요. 이 삼복중에 내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80이 다 된 사람이 조문하러 여기 온 거잖아요. 이 뜨거운데 성의로 왔어요."

<이춘홍 / 경기도 용인> "모든 걸 버리고 저런 일생을 산 사람들이 많지가 않아요. 할 일도 많고 나이도 젊은데… 너무 빨리 갔어요. 그래서 왔어요."

진보정치의 등대이자 상징, 촌철살인의 정치인, 비유와 풍자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떠나 사회적 약자의 손을 잡아주고자 했던 그의 삶이 일반인들의 추모 행렬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노 의원에 대한 추모 물결은 어떻게 보면 기성 정치권에 보내는 국민의 소리없는 외침일 수도 있습니다.

'말빚', 그러니까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최소한이라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치,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를 요구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수진영의 한 정치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노회찬 현상을 보면서 두려웠다"며 "국민은 우리에게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책임감은 있느냐고 질책하는 것 같았다"는 자성이었습니다.

노 의원의 사망 이후 SNS에서 한 영상 자료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노 의원의 2012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수락 연설인데요.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이 연설에서 노 의원은 진보정당의 정치적 지향점을 제시했습니다.

6411번 새벽버스를 타고 출근해 강남의 한 빌딩에서 청소 미화원으로 일하는 아주머니들을, 노 의원은 '투명인간'이라고 지칭했습니다.

태어날 때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고, 그냥 아주머니에, 그냥 청소 미화원일 뿐인 6411번 버스 탑승객을 '투명인간'이라고 부른 겁니다.

<故 노회찬 의원 /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 "한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노 의원은 그러면서 '투명인간'에게 손을 내미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故 노회찬 의원 /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모습이었습니다."

기득권이 아닌 소외된 자들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치.

정파와 이념을 떠나 여야 정당 모두 스스로 투명정당이 아닌지 자문자답해봐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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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