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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브리핑] '외교 박진·통일 권영세' 발탁…북한 전략도발 없어

정치

연합뉴스TV [한반도 브리핑] '외교 박진·통일 권영세' 발탁…북한 전략도발 없어
  • 송고시간 2022-04-16 19:13:14
[한반도 브리핑] '외교 박진·통일 권영세' 발탁…북한 전략도발 없어

<출연 : 지성림 연합뉴스TV 북한전문기자>

[앵커]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다시 정리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외교·안보 부처와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지성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북한이 이번 주에 핵실험과 같은 대형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는데요.

어제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었는데 열병식도 열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무력 시위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주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오늘 어떤 얘기를 전해주실지, 핵심 주제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새 정부 출범까지 이젠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주 새 정부 1기 내각 인선을 마무리했습니다.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제 입장에서는 외교·안보 부처의 장관으로 누가 지명이 됐는지가 제일 관심사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의 장관 후보자들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서두에 얘기하셨던 것처럼 김일성 생일을 계기로 한 북한의 대형 무력 시위는 없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분석을 해보고, 김일성 생일에 열리지 않은 열병식이 언제 열릴지도 말씀드릴까 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1일과 13일에 각각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고급주택단지 준공식에 참석했는데요.

이 두 날이 북한에선 얼마나 의미 있는 날인지, 이 행사들을 통해 북한 당국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인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평양의 최고 명당자리인 경루동에 호화주택 800가구를 지어 체제에 기여를 많이 한 공로자들에 선물했습니다.

이 고급주택을 선물 받은 주민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설명할까 합니다.

[앵커]

그럼 먼저 지 기자가 가장 관심이 있었다는 외교·안보 부처 장관 후보자들 얘기부터 해보죠.

지난 일요일에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먼저 발표되고, 이번 주 수요일 외교부와 통일부의 장관 후보자가 공개됐는데, 두 사람 다 4선 현역 의원입니다.

이분들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수요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내각 인선 2차 발표를 하면서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박진 의원을,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권영세 의원을 각각 지명했습니다.

윤 당선인이 왜 이들을 발탁했는지에 대해 직접 설명했는데, 우선 박진 후보자 지명 배경부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당선인> "박진 의원은 외교관 출신의 4선 의원으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한영협회와 한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분입니다. 외교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우리 외교를 정상화하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연대를 다 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거듭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박 후보자가 2008년 한미의원외교협회 단장을 지낼 때 조 바이든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단독 환담을 했었다는 사실을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대외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박진 의원을 외교부 장관에 발탁한 것은 결국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박진 후보자는 최근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어서 다음 주부터 정식 출근을 하는데요.

후보자 발표 당일 언론에 직접 나서지는 못하고 외교부를 통해 입장문을 배포했습니다.

박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외교·안보 문제는 당리당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랜 소신"이라며 "'외교에는 오직 국익뿐'이라는 자세로 국회 청문 과정부터 겸허하게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박진 의원이 외교부 장관에 낙점될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했었는데요.

이번에 더 흥미로웠던 인선은 권영세 의원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한 겁니다.

애초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병연 서울대 교수와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이 거론됐는데, 막판에 윤 당선인의 의지로 권 의원이 낙점됐습니다.

이번엔 윤 당선인이 권 의원을 발탁한 배경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당선인> "다음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입니다. 중도·실용 노선을 견지해온 권영세 의원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국회 정보위원장과 주중 대사를 역임했습니다. 통일·외교 분야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원칙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로 진정한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판단했습니다."

권 후보자는 인선 당일 회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기본적으로는 합리적이고 원칙에 근거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구체적 사안별로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통일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부 폐지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부정적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부를 맡게 돼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통일부와 외교부에 앞서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가장 먼저 발표됐는데, 이분도 소개해주시죠.

새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국방부가 요새 가장 핫한 부처가 됐는데, 어떤 분이 차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나요?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종섭 전 합참차장이 발탁됐습니다.

윤 당선인은 지난 일요일 내각 인선 1차 발표를 하면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에 이어 이종섭 후보자를 두 번째로 소개했는데요.

그만큼 안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최근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 어수선해진 군심을 달래는 의도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국방부는 장·차관실 등 핵심 부서를 제외하고 현재 이사 작업을 서두르고 있고, 다음 달 14일까지 나머지 부서도 모두 이전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이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우선 해야 할 일은 국방부와 합참 등의 이전 과정에 불만을 좀 가졌거나 흐트러진 군심을 수습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물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고요.

윤 당선인은 인선을 발표하면서 이 후보자에 대해 "야전 지휘관과 국방부, 합참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군사작전과 국방정책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이 후보자는 합참 한미연합방위추진단장을 지내며 안보 동맹에도 크게 기여했다며 동맹국과 긴밀한 공조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당선인이 이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한미동맹 강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아까 지 기자가 권영세 의원의 발탁을 가장 흥미 있게 지켜봤다고 했는데, 권 후보자와 관련한 얘기는 많이 못 했습니다.

권 후보자는 국민의힘으로,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는데, 결국은 지명을 수락했습니다.

그 배경도 본인이 직접 설명했다고 하죠?

[기자]

권영세 의원은 원래 중량감 있는 정치인입니다.

4선 중진 의원으로,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때 주중 대사도 지냈습니다.

당에서는 전략기획위원장, 최고위원에 이어 이번 대선까지 3차례나 사무총장을 지냈습니다.

검사 출신이지만 통일 문제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관심 정도를 넘어 전문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렇게 원래 중진인데,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선거전을 진두지휘했고, 선거가 끝나고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새 정부의 핵심 실세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특히 윤 당선인과 같은 대학 2년 선배고, 40여 년을 친하게 지낸 사이입니다.

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죠.

일각에서 보수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별로 관심이 없다, 북한과 대결만 추구한다,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또 대선 전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때 '통일부 폐지론'도 나왔고요.

그런데 윤 당선인은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에 자신이 가장 믿는 사람을 보낸 겁니다.

그래서 윤 당선인이 북한이나 남북관계에 아주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장담했던 것처럼 김정은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라고 실세 정치인 권 의원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합니다.

사실, 이런 실세 정치인이 장관을 맡으면 부처 위상도 올라가고 하니, 통일부 내부에서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권 후보자는 인선 발표 다음 날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로 첫 출근을 하면서 출입기자단과 약식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통일부 장관 지명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권 후보자는 행정부에는 자신이 아니라도 여러 전문가가 많이 있는데, 당에는 경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자신이 당으로 가는 게 윤석열 정부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권 후보자는 평소 당으로 돌아가겠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그런데 권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뜻이 간곡하고, 또 첫 조각인 만큼 당선인의 뜻을 따르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출근길 인터뷰에서 권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강조했던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어떤 의미인지도 설명했는데요.

"북한의 비핵화 자체가 남북관계 정상화로 가는 같은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정상화는 어렵다며 북한의 핵 위협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진전되는 게 남북관계의 정상화라고 강조했습니다.

평소 폐지를 주장해왔던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서는 대북전단 문제를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대북 전단 살포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헌법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앵커]

앞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경고했었고, 북한이 김일성 생일이 있는 이번 주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전략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는데, 정작 북한은 이번 주에 잠잠했습니다.

북한이 애초부터 대형 무력 시위 계획이 없었는데, 한미 당국이 너무 예민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던데, 이번 주를 조용하게 넘어간 배경이 있을까요?

[기자]

과거 전례를 봤을 때 북한은 김일성 생일이나 김정일 생일, 정권수립일 등 주요 기념일을 코앞에 두고 '축포'를 쏘듯이 미사일이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했습니다.

북한이 5년, 10년 단위의 이른바 '꺾어지는 해'인 올해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성대하게 경축할 것이라고 연초부터 거듭 예고했던 만큼, 김일성 생일이 있는 이번 주에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할만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실제 무력 시위나 심지어 김일성 생일 당일 열병식도 열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당장 감행할 가능성이 큰 전략 도발로는 대체로 핵실험과 정찰위성 명분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신형 ICBM '화성-17형' 재발사 등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핵실험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현재 갱도 복구 속도로 봤을 때 일러도 다음 달 초에나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찰위성 발사 장소로 유력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도 현재 조용합니다.

정찰위성을 발사하려면 발사대에 운반 로켓을 세워놓고 연료를 주입하는 등의 준비 과정이 필요한데, 정부 관계자는 현재 동창리엔 특별한 동향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한미 당국이 실패로 평가하는 화성-17형은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발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달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는데 굳이 다시 쏠 이유가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ICBM 발사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며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과 같은 '화려한' 편집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정론에서 김일성 시대에 씨를 뿌린 경제·국방 건설 병진노선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으로 발전했고, 그 결과물이 자신들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신형 ICBM '화성-17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화성-17형 발사했다고 주장하는 3월 24일에 대해 "역사는 이날을 금문자로 아로새길 것이며 우리의 후대들은 영원토록 이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김일성 시대의 병진노선까지 언급하고, 화성-17형 발사일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화성-17형 발사가 결국 김일성 생일 110주년에 바치는 '선물'이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마디로, 김일성 생일 110주년 경축 '축포'는 3월 말에 화성-17형 발사로 이미 쐈으니 이번 주엔 경제건설 성과만 부각하고, 김정은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집중한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앵커]

화성-17형 발사가 김일성 생일 경축 '축포'였다는 얘기에 뭔가 공감이 가네요.

무력 시위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어서 안 했다고 쳐도, 어제 김일성 생일에 열병식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열병식은 그럼 언제 열리나요?

[기자]

열병식만 개최하지 않았을 뿐, 북한은 김일성 생일을 성대하게 경축했습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조부인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습니다.

어제 낮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일성 생일 110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와 평양시민들의 대규모 경축 군중 집회가 열렸습니다.

김 위원장도 이 행사에 참석해 열을 지어 광장을 행진하는 집회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김일성광장에서 청년들의 무도회가 열렸고, 무도회에 이어 예술인들이 출연하는 경축 대공연이 열렸습니다.

어젯밤 대동강변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 것은 덤이고요.

평양뿐 아니라 북한 전역의 대도시들에서도 주민들의 무도회와 불꽃놀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처럼 열병식만 빼고 북한이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경축 행사를 치렀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 100주년인 2012년과 105주년인 2017년에는 전략무기 등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김일성 생일에는 열병식을 열지 않았는데요.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김일성 빨치산부대 창설 90주년 기념일인 오는 25일에 열병식을 개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일제강점기 때인 1932년 중국 지린성 안투현에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창건했다"고 선전하는데요.

김정은 집권 이후 4월 25일에 열병식이 열린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4월 25일이 기존의 '건군절'이었는데, 김정은은 2018년에 정규군 창설 기념일인 2월 8일을 '건군절'로 지정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는 4월 25일에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90년 전 소총만 가진 부대로 출발한 자신들의 무력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핵탄두와 ICBM 등 다량의 전략무기를 보유한 소위 '최강의 혁명무력'이 됐다고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부각했다고 좀 전에 얘기하셨는데, 이번 주에 김 위원장이 주택단지 준공식을 두 군데나 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맨 처음에 핵심 주제를 소개하면서 준공식이 열린 11일과 13일이 북한엔 특별한 날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날이죠?

[기자]

2011년 12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후계자 김정은은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됐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4월 노동당 수반과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추대되면서 공식적인 '김정은 시대'의 출범을 선포했습니다.

지금은 노동당 수반을 '총비서'라고 부르는데, 당시에는 '제1비서'라고 불렀고, 지금은 최고지도자 직책이 '국무위원장'이지만, 당시에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었습니다.

4월 11일은 10년 전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에 추대된 날이고, 4월 13일은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자리에 오른 날입니다.

즉 이 두 날은 김정은의 공식 집권 10주년 기념일인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죽은 영웅'인 김일성의 생일보다 현재 지도자인 김정은의 공식 집권 10주년 기념일이 더 중요할 겁니다.

그래서 북한은 지난 11일에는 평양시 동쪽 외곽에 새로 건설한 송화거리 준공식을 성대하게 열었습니다.

8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까지 들어선 송화거리는 북한이 1년 만에 완공한 1만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입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평양시 주택난을 풀기 위해 앞으로 5년간 매년 1만 가구씩 주택을 건설하라는 목표를 제시한 이후 처음으로 완공된 '신도시'입니다.

그리고 13일에는 평양시 중심부 경루동에 새로 세워진 고급주택 단지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두 준공식 모두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이렇게 주민들에게 새 주택을 선물하는 행사를 김정은 집권 10주년 기념일에 맞춰서 개최한 겁니다.

즉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라는 거죠.

특히 대북 제재와 코로나 국경 봉쇄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에게 마땅히 보여줄 만한 경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주택 건설 성과라도 부각하려는 의도입니다.

[앵커]

김 위원장의 치적을 선전하고 이른바 '애민 행보'를 부각하기 위한 행사였네요.

그런데 1만 가구 대단지에는 일반 주민들도 많이 입주할 텐데, 경루동 고급주택 단지는 어떤 사람들이 선물로 받은 거죠?

[기자]

경루동 지역은 김일성 주석이 1970년대 주석궁으로 옮기기 전까지 살았던 '5호댁 관저'가 있던 곳으로 최근까지도 호위사령부가 지키고 일반인은 접근이 안 되던 땅이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그 지역에 800여 가구의 호화주택 단지를 건설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이 주택단지 건설에 각별히 공을 들였습니다.

<조선중앙TV> "김정은 동지께서는 우리의 건축 발전에서 새로운 도약대로 되는 호화주택구를 마련하여 나라의 부강발전에 이바지한 공로자들에게 안겨주시기 위하여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건설을 발기하시고 몸소 설계가, 건설주, 시공주가 되시어 건설 전 과정을 직접 조직·지휘하셨습니다."

이 주택단지 바로 옆에 역사 유적인 보통문이 있는데, 보통문에서부터 평양의 중심 거리인 천리마거리와 창광거리가 시작됩니다.

창광거리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만 사는 중앙당 아파트가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고, 천리마거리는 평양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로 꼽히는 평천구역으로 이어집니다.

경루동에서 보통교라고 불리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신흥 부자들이 선호하는 거주지인 보통강구역입니다.

보통강을 사이에 두고 경루동 주택단지 바로 맞은편에는 북한 최고의 영재학교인 평양제1중학교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평양에서 최고로 좋은 입지이고, 명당 중의 명당입니다.

거기에 번쩍거리는 호화주택들을 세운 겁니다.

그럼 이 고급주택 단지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살게 되느냐.

<조선중앙TV> "오늘 우리 수령님(김일성)께서 자신의 저택이 철거된 대신 그 뜰 안에 애국자, 공로자들의 행복 넘친 보금자리가 마련된 것을 아시면 만족해하실 것이라고…"

김 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북한은 체제에 충성하고 기여도가 높은 이른바 '애국자'들에게 이 호화주택을 선물한 겁니다.

북한 매체는 경루동 주택단지 준공식을 보도하면서 이 동네 입주민 중 대표적인 인물 3명의 이름을 거론했습니다.

리춘히와 최성원, 동태관, 이 세 사람인데요.

우선 리춘히는 남쪽 사람들도 대부분 잘 아는 북한 조선중앙TV의 간판 앵커입니다.

최고지도자의 공개 활동 보도나, 북한의 중요 성명 등을 전할 때면 반드시 리춘히가 등장해 특유의 엄숙한 억양으로 발표합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의 '입'으로 불립니다.

최성원 역시 조선중앙TV의 대표 아나운서로, 최고지도자 우상화 영상의 내레이션을 맡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노동신문의 동태관 논설위원은 김정일 집권 시기부터 북한 당국이 매우 아끼는 북한 최고의 '글쟁이'입니다.

동태관은 주요 계기 때마다 노동신문 1면에 장문의 '정론'을 기고하는데, 최고지도자와 북한 체제에 열과 성을 다해 충성하라고 선동하는 화려한 문장들이 차고 넘칩니다.

북한은 선전·선동 분야의 간부와 언론인들을 "사상 전선의 기수, 혁명의 나팔수"로 치켜세우고, 리춘히나 동태관 같은 실력자들을 특별히 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경루동의 새 입주민이 된 사람들은 리춘히나 동태관처럼 북한 체제에 특별히 충성하고,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계층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 '말랑말랑한' 얘기가 재밌네요.

다음 주에는 한미연합훈련이 본격적으로 열리는데요.

이번에는 실기동 훈련도 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북한은 매번 한미훈련을 할 때마다 강하게 반발하는데, 다음 주 한미훈련에 대응해 무력 시위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고요.

다음 주 대담에서는 이 얘기를 나누게 되겠네요.

지 기자, 그럼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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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