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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처럼 평온한 無의 세계로…김창열 화백 별세

문화·연예

연합뉴스TV 물방울처럼 평온한 無의 세계로…김창열 화백 별세
  • 송고시간 2021-01-06 13:16:16
물방울처럼 평온한 無의 세계로…김창열 화백 별세

[앵커]

'물방울 화가'로 널리 알려진 추상 미술의 거장 김창열 화백이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 화백은 수십년 간 일관되게 다양한 물방울 회화를 선보였는데요.

최지숙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처럼 영롱하게 맺힌 물방울.

그 생생함과 함께, 세상을 투영하는 듯한 투명함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사의 거목, 고(故) 김창열 화백의 대표작 물방울 회화입니다.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인 뒤, 50년 가까이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물방울 소재의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마구간에서 지내던 가난한 유학 시절,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던 캔버스 위의 물방울을 본 것이 계기였습니다.

<故 김창열 화백 (2013년)> "씻으려고 대야에 물을 담았는데 잘못하다 뒤집어 놓은 캔버스 위에 물방울이 튀었어요. 크고 작은 물방울들이 캔버스 뒷면에 뿌려지니까 아주 찬란한 그림이 되더라고요."

김 화백은 물방울에 인간의 불안과 분노, 공포 등을 용해시켜 깨끗한 무(無)의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故 김창열 화백 (2013년> "물방울은 무색무취하고 뜻이 없습니다. 그냥 투명한 물방울. 어떨 때는 영혼하고 닿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겠구나 하는…"

소멸 직전의 아름다움과 동양의 철학을 담은 화풍은 세계 화단에서 주목받았고, 미술 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고인이 한국전쟁 당시 머물며 제2의 고향으로 여겼던 제주도에는 2016년, 그동안의 대표작들을 내건 '김창열 미술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평생 찰나의 물방울에 세상을 담았던 김 화백은, 그가 그리던 평온한 무(無)의 세계로 돌아갔습니다.

연합뉴스TV 최지숙입니다. (js1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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