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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재개 '문턱' 확인한 北美…기싸움 이어질듯

정치

연합뉴스TV 대화재개 '문턱' 확인한 北美…기싸움 이어질듯
  • 송고시간 2021-06-26 13:32:57
대화재개 '문턱' 확인한 北美…기싸움 이어질듯

[앵커]

미국과 북한이 대화 재개를 둘러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잇단 담화를 통해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는데요.

북미 사이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 것인지, 외교가의 분석을 서혜림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북미대화는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일주일간 외교가는 이 질문과 계속 씨름을 했습니다.

북한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고,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바로 뒤이어 한국을 방문하면서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한 모종의 논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보자면 기대감에서 시작했다가 간극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당장의 대화 재개는 어렵겠다는 판단으로 이어진 일주일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화 촉구에 북한이 잇단 담화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전망이 어두워졌죠.

그렇다면 양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엇갈렸는지, 북미가 내놓은 메시지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성 김 대표의 발언을 보시죠.

<성 김 / 미국 대북특별대표>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하기를 계속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계속 이행할 것입니다."

이 발언은 김 대표가 지난 21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한 말입니다.

먼저 주목해 볼 것은 북한에 '조건 없이 만나자'라고 제안했다는 대목인데요.

이는 북측의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죠.

그리고 그 적대시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대북제재입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한 겁니다.

나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위해 가동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계속 이행하겠다고 강조했죠.

따라서 뒤이어 나온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에는 이런 미국의 입장에 대한 불만이 담겼습니다.

김 부부장은 미측의 대화 촉구에 대해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릴 것"이라고 했고, 리 외무상은 "무의미한 미국과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죠.

그러니까 미국도 북한도 당장은 기존의 입장에서 나아갈 뜻이 없다는 점을 서로 확인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팽팽한 신경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당분간은 이런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북한 전원회의 결과를 놓고 봐도, 당장 움직이기보다는 정세를 주시하면서 전략을 세워나가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의지가 드러난다는 것이죠.

<조선중앙TV>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나갈 데 대하여 언급하시면서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시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가장 급한 건 한국 정부입니다.

임기 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개 기반을 단단히 다져놔야 한단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역내 정세를 보면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심화하는 대결 양상이 북미 대화의 교착 상황을 더 경직시키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최근 북한과 중국은 서로에게 바짝 다가서며 양국 관계의 밀월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양국 대사가 주재국 당 기관지에 나란히 기고문을 싣는가 하면 양 정상의 상호 방문을 기념하는 사진전과 공동 좌담회를 잇따라 열기도 했죠.

이는 북중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장면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우선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한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고, 중국으로선 미국의 좁혀오는 포위망을 뚫기 위해 북한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 측을 향해 자신들이 북한 문제의 '키'를 쥐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과 미국이 가까워지는 상황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북미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미중의 갈등 상황은 대화 재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일단 정부는 대화의 가능성이 아예 꺼지지는 않았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미국도 대화와 외교, 실용적 접근에 기반한 대북 원칙을 유지하고 있고, 북한 역시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며 도발보다는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겁니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서혜림입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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