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선임의 성추행을 신고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소속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와 전속 부대에서도 발생한 2차 가해 때문인데요.
국민을 지킨다는 군대가 여군 부사관 한 명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국방부가 대대적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신새롬 기자입니다.
[기자]
상관의 성추행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중사의 영안실입니다.
숨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빈소는 차려지지 못했습니다.
유족들은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만 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故 이 중사 어머니> "분명히 여기 오신 분이 너 한 풀어주실 거야. 너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거야. 엄마가 못 알아줘서 정말 미안해."
지난 3월, 저녁 자리 뒤 귀가 차량 뒷자리에서 선임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이 중사는 이튿날 피해 사실을 정식 신고했습니다.
청원 휴가를 받고 부대 전속도 요청했지만, 2차 가해에 시달리던 이 중사는 다시 출근한 지 나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고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국방부는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욱 / 국방부 장관> "민간 전문가도 참여하고 조언을 받아 가면서 투명하게 수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딸을 돌본다는 그런 마음으로 낱낱이…"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은 이 중사의 추모소를 방문하고, 대국민 사과도 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건이 국방부로 이관된 지 이틀 만에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는 구속됐고, 강제 추행과 보복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피해자를 회유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 등을 받는 '2차 가해' 핵심 인물들도 수사가 진행 중이고, 피해자가 전속했던 15비행단 부대원과 20비행단 군검사 등을 비롯해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는 사람은 10여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 신고 후 부대 내 조치와 보고 체계가 '먹통'이 된 이유는 오리무중입니다.
<김정환 / 故 이중사 유족 측 변호사> "정상적인 절차에 따르면 지휘체계를 따라서 보고하는 라인이 있고,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보고하는 라인이 따로 있고, 군 수사단계를 통해 보고하는 라인이 있는데, 그 3가지가 모두 작동하지 않아서 국방부에서 이 사건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무슨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분명히 수사를 하고 확인해야 한다…"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 등 합동수사단이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 은폐에 가담한 관계자들에게 확실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군은 신뢰 회복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TV 신새롬입니다. (ro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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