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집값 폭등, 그리고 부동산 난민들

경제

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집값 폭등, 그리고 부동산 난민들
  • 송고시간 2021-07-24 22:00:10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집값 폭등, 그리고 부동산 난민들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서울을 떠나는, 이른바 '탈서울'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올해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탈서울 풍선효과에 경기, 인천 집값마저 들썩이고 있는 상황을 정다예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올해 10만명 탈서울 행렬"…주변 집값도 들썩 / 정다예 기자]

40대 이모씨는 3년 전 서울을 벗어나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로 이사를 왔습니다.

잠시 지방에 살다온 사이 서울 전셋값이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이모씨 / 경기 남양주 다산동> "전세가 너무 뛰어가지고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이더라고요. 서울 전세 살 가격으로 여기서는 집을 살 수가 있더라고요."

강북권의 오래된 아파트에 살던 30대 박모씨도 최근 서울을 떠났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아이가 늘면서 주거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박모씨 / 경기 남양주 다산동> "생각했던 예산안에서 서울 쪽 아파트를 볼 때는 너무 부족함이 많았어요. 오래된 아파트니까 녹물 문제 이런 것도 걱정이 됐고…"

고민 끝에 선택한 '탈서울'.

도심에선 멀어졌지만, 두 사람은 삶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합니다.

<이모씨 / 경기 남양주 다산동> "삶의 질이 너무 많이 바뀌었거든요. 가까운 도보로 공원들이 있고, 아울렛도 도보로 가능하거든요"

<박모씨 / 경기 남양주 다산동> "삶의 질이 떨어지는 그곳(서울 노후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는 같은 값이면 신축에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는(게 낫죠)…"

부동산 업계가 고른 올해 아파트 시장 키워드는 이런 '탈서울 내 집 마련'입니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가까운 경기나 인천으로 떠나는 사람이 는 겁니다.

특히 '노도강'이라 불리는 노원, 도봉, 강북구 집값이 크게 뛰었습니다.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값까지 크게 오르면서 '탈서울'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 들어 5월까지 서울의 인구 순유출은 4만4천여 명.

이 추세면 연말까지 10만여명에 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다보니 이젠 경기·인천, 특히 신도시나 교통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들썩이고 있습니다.

<권대중 /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GTX 노선이 확정되면서 소외된 지역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어요. 저평가된 지역 위주로 오르면서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계속 찾아가는…"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한 당분간 탈서울화는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연합뉴스TV 정다예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집값의 등락, 그리고 그에 따른 삶의 변화.

살기 위해 집을 고르는 게 아니라, 집을 위해서 살아가는 세태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최근 화제 속에서 분양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이유가 있습니다.

수백대 1, 수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사람들은 곧바로 10억원 넘는 시세차익을 본다고 합니다.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로또를 찾아 청약 미계약분을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을 '줍줍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잦은 청약제도 변경탓에 부적격 당첨자가 늘고, 대출 규제 탓에 당첨되도 목돈을 못 구해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죠.

사실 수도권에 사는 2030세대들, 1인 가구든, 결혼을 했든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집을 얻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디 높은 곳 올라가서 아파트숲을 내려보며, 이 많은 집 중에 내 집 하나가 없다니, 이런 생각 다들 해보셨을테죠.

이제 아파트를 사려면 '자금조달 계획서'란 걸 써야 하는데요. 부모에게 빌려도 차용증 쓰고 원금은 물론, 다달이 이자까지 갚아야 하니, 가히 '부모론'이라고 불릴 만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부모를 잘 만나야 가능한 일이라, 집을 통한 부의 대물림, 세습 자본주의, 양극화, 더 심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깨끗하고 좋은 집을 포기하고, 낡은 집에 들어가 재건축을 노리거나, 개발 호재 지역에서 버티는 '몸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젊은층들 사이에서는 '임장 데이트'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임장이란 유망한 동네를 발품 팔아 둘러보는 걸 말하는데 여기서 밥도 먹고 이사갈 곳 찾아보는 게 임장데이트죠.

또 10대들 일부는 SNS 소개글에 '한남더힐', '트리마제' 이런 아파트 이름을 적어놓는다고 합니다.

가장 비싼 것은 호가가 100억원에 이르는 아파트들인데요.

외모든 학벌이든 뭔가 과시의 대상은 끊임없이 있어 왔죠. 이제는 집이, 그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뒤 집값 급등은 세계적 현상이었습니다. 저금리로 넘치는 유동성, 재택근무 확산으로 업무도 가능한 집 수요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매일 체감하는 우리나라 사정도 매우 심각하죠. 세계 주요 도시 중 서울의 집값 상승률이 1위란 분석도 있습니다.

이렇게 가파르게 뛰어오른 집값은 이전에 못보던 사회 갈등을 불러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집을 사고파는 사람들,집주인과 세입자 간 다툼이 송사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부동산 소비자 목소리를 이재동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가계약금 보내도 계약 무효…치솟는 집값에 갈등 증폭 / 이재동 기자]

2년 전 A씨는 서울 잠실의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15억5천만원에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주인에게 1억5천만원의 계약금을 주기로 하고, 일단 그 자리에서 가계약금 2천만원을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를 쓰기로 한 날, 집주인으로부터 자신은 집을 판다고 한 적이 없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 A씨 / 아파트 매수인> "집값이 워낙 상승이 빨라서 매물이 별로 없었거든요…그 얘기 들었을 때는 진짜…어떻게 설명을 못 하겠습니다."

A씨는 계약이 무산됐으니 집주인에게 약속했던 계약금 1억5천만원을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 A씨 / 아파트 매수인> "문제가 터졌는데 중개사 입장에서는 다들 매도자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는 본인들 소관 밖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로 중개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답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가계약금을 보내긴 했지만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집주인은 당시 공인중개사에게 아파트 매매를 확실히 동의하지도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매도자 우위의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A씨와 같은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김성호 / 변호사 겸 공인중개사> "(가계약시) 계약 시기, 금액, 목적물에 대해서 확실히 특정하는 게 중요하고요. 그런 부분이 특정돼야지 법원에서도 가계약이 아닌 계약으로 인정된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최대 4년까지 세입자의 거주가 보장되는 새 임대차법이 도입된 임대차 시장의 경우는 갈등이 더 심각합니다.

올해 상반기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임대차 분쟁 조정 건수가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늘었을 정도입니다.

세입자의 계약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집을 샀는데도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으로 입주를 못 하는 문제 등이 여전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을 보호하는 입법과 촘촘한 제도 설계가 따라주지 못한다면 시장 혼란에 따른 부작용은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합뉴스TV 이재동입니다.

[이준흠 기자]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대책은 국회의 입법으로 구체화돼 왔습니다. 하지만 속출하는 부작용에 기존 정책을 뒤바꾸거나 법안 핵심내용을 수정하는 일도 벌어지면서 정책 불신을 키운다는 따가운 비판이 나오는데요. 이 내용은 장윤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불신 키운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정치권 해법 고심 / 장윤희 기자]

<윤호중 /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지난해 7월 29일)> "이의 있으십니까?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들도 180석 범여권의 힘으로 잇따라 통과됐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입법 취지와 달리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매물은 잠기고 값은 치솟았습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은 집권 여당에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안겼습니다.

대선 정국에서도 빨간불이 감지되자 민주당은 법안 수정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이 입법 과정에서 백지화됐습니다.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법안이었지만 임대차 3법의 '세입자 보호 원칙과 어긋난다'는 이유였습니다.

민주당은 치열한 당내 격론 끝에 종부세와 양도세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는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상위 2%주택에만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상위 2%를 계산할 때의 반올림 기준을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민주당은 법안 처리 시도를 다음달로 미루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의 경우 문재인 정부 초에는 혜택까지 주며 장려했지만 이를 다시 폐지하려는 과정에서 시장 혼선은 커졌습니다.

방침이 오락가락하면서 정부 정책을 따르다 피해를 본 시민들의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국회가 법안을 만들 때 부작용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는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일제히 "부동산 문제로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경선 후보들은 공급 확대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다만 규제 완화 등에는 신중한 태도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늦춰진 경선 일정이 올가을 본격화되면 부동산 공약은 더욱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은 부동산 공약을 내년 대선 주요 의제로 삼으며 정권 심판론을 부각할 방침입니다.

야권 주자들은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동시에 대체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부동산 세제 완화 등 현 정부 방향성과 다른 공약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처럼 내년 대선에서도 부동산 민심은 핵심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한 여야 대권주자들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장윤희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사는 동네가 계급이 되고, 그 계급에 들지 못해 부동산 난민이 되는 부동산 잔혹사, 무주택자의 분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집 마련의 꿈이 좌절된 것뿐만 아니라,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규제를 피해 집을 사고 있다는 박탈감이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의지가 없어서 일까요, 아니면 대책이 잘못된 탓일까요. 여태 부동산 정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부는 거의 없습니다. 역시 부동산 자산 많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이 만드는 정책, 별로 기대가 안 된다는 국민이 많습니다.

차기 대선주자들도 한목소리로 집값 문제 해결을 제 1과제로 꼽고 있는데요. 선거용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