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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워치] '공동부유' 외치는 시진핑…사회주의시장경제 변곡점

세계

연합뉴스TV [차이나워치] '공동부유' 외치는 시진핑…사회주의시장경제 변곡점
  • 송고시간 2021-08-27 17:44:31
[차이나워치] '공동부유' 외치는 시진핑…사회주의시장경제 변곡점

[앵커]

최근 중국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을 보면 '공동 부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함께 잘살자"라는 뜻인데요.

이 단어가 최근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베이징 연결해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임광빈 특파원.

[기자]

네, 베이징입니다.

[앵커]

'공동 부유'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나오기 시작한 것인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공동 부유는 '함께 잘살자'라는 뜻인데요.

최근 중국 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이달 중순쯤부터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지도부와 가진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 부유'를 강조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당시 회의에서 공동 부유의 개념과 목표를 상세히 제시했는데요.

"고소득 계층의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면서도, 너무 높은 소득은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욱 많은 보답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부유층과 기업이 쌓은 부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분배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앵커]

시진핑 주석이 이처럼 부의 분배를 강조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시진핑 주석은 지난 7월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가난한 사람이 없는 전면적 샤오캉 사회, 쉽게 말해 중산층 사회를 이뤘다고 선언했습니다.

집권 초기 절대 빈곤에서 탈출하는 '탈빈곤'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던 시 주석이 샤오캉 사회 완성을 계기로 '공동 부유'라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인데요.

중국은 국내총생산 GDP 기준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극심한 양극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베이징의 중심 번화가를 다니다 보면, 바로 인근에 여전히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극심한 빈민촌이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농민공을 비롯한 도시 빈민들은 십여 명이 아파트 한 채를 빌려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날 중국의 성장은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이 토대가 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먼저 부자가 될 사람은 부자가 돼라"는 이른바 '선부론'을 앞세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빈부격차가 성장의 그늘로 지적되면서 중국 공산당이 '공동 부유'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그런데요, 그동안 성장을 강조해 온 중국이 '공동 부유'로 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중국 경제 전반에도 큰 파장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중국의 빅 테크 기업들은 올해 들어 당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빅 테크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던 중국 정부가 개인정보 수집 문제나 독과점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기업에 책임 있는 행동을 강조한 것도 '공동 부유' 기조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이 기사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수수료를 낮춰 받도록 했고요.

중국 최대의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 역시 배송 기사들에게 떼는 수수료를 낮췄습니다.

출산과 육아 부담을 줄이는 정책으로 사교육 시장 규제도 강화했는데요.

이 영향 때문인지 중국 대도시에서 이른바 '좋은 학군'으로 불리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섰는데, 광둥성 선전시의 명문 학군에서는 시세보다 약 9억 원 이상 싼 가격으로 경매에 나온 아파트가 유찰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기존에 없던 보유세나 상속세, 자본 이득세를 새로 도입하고, 공공 기부금에 대한 우대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인가요.

벌써부터 중국 기업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의 대표적 기술기업 텐센트가 가장 먼저 우리 돈 9조 원에 달하는 돈을 내놓기로 약속했습니다.

그것도 앞서 시진핑 주석이 '공동 부유'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로 다음 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텐센트는 "국가 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이라면서, 공동 부유를 위해 의료와 농촌경제, 교육 등의 분야를 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텐센트 외에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가 1조 8천억 원 규모의 농업과학기술전담 기금 조성 계획을 밝히며 사회 환원을 약속했는데요.

중국 당국이 빅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공산당이 요구하는 '사회 보답'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기부금의 성격을 '보호비'라고 정의하면서 "빅 테크 기업들이 돈을 안 낼 수도 없지만, 냈다고 해서 당국의 감독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공동 부유'의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기업과 부자들의 '사회 보답'을 요구했던 중국 공산당은 기업들의 기부는 자발적인 것으로 강제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공동 부유'가 부자를 죽이는 정책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중국 공산당이 이처럼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 만에 정책 노선의 방향을 바꾼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내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보통 당대회라고 불리는 전국대표대회는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요.

여기서는 지도부 재편이 논의되는데, 시진핑 주석은 기존 관행을 깨고 장기집권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부자와 기업들이 아닌 민생을 더 챙긴다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회 불안정 요인으로 꼽히는 빈부격차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는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고위직에 대한 사정 작업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전해진 소식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왕치산 국가 부주석의 측근이 8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둥성 칭다오 중급인민법원에 따르면, 사정 감찰기구인 중앙순시조 부조장을 지낸 둥훙이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우리 돈 832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지난 20여 년간 광둥성과 하이난성, 베이징과 국무원 등에서 왕치산 부주석과 함께 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왕 부주석은 시진핑 주석 집권 초반, 중국의 사정 작업을 주도했던 인물로 '시진핑의 오른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고위직에 대한 가차 없는 사정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어제(26일) "시 주석 집권 이후 반부패로 90여만 명이 제명됐다"면서, "특히 지난 한주에만 8명이 낙마하고 13명이 처벌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 당서기 저우장융이 심각한 기율 및 법률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알리바바와 관련된 인물을 솎아내는 동시에 '공동 부유'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당국이 반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 역시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민심을 챙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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