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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겁 없는 아이들' 청소년 잔혹 범죄

사회

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겁 없는 아이들' 청소년 잔혹 범죄
  • 송고시간 2021-09-11 22:00:11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겁 없는 아이들' 청소년 잔혹 범죄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집단폭행, 성범죄 등 각종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 자주 접하셨죠. 범죄 연령은 어려지고 수법은 더 지능적으로 변해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신현정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어려지고 지능화된 청소년 범죄…선도·대응 고심 / 신현정 기자]

지적장애가 있는 또래 학생을 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얼굴에 오물을 뿌린 A양 등 일당 5명.

< A양 / 상해·감금 혐의 피의자> "(학대가 한번도 아니고 상습적이던데 죄책감 안느끼셨습니까?)…"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해 범죄수익을 챙긴 '박사방' 2인자 강훈.

<강훈 / 성 착취물 제작·유포 조직 운영자> "(본인 때문에 피해본 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죠.) 죄송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합니다."

사회적 화두가 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모두 미성년자입니다.

10대들의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최근 3년 동안 매년 6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러 검거됐는데요. 소년범 10명 중 3명은 다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범행은 잔혹해지고 지능화됐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강력범 중 특수강도범 비중이 커졌습니다.

정보통신망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청법을 위반한 특별법 위반 피의자도 늘었습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꾸려진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3월부터 한 달간 검거한 피의자 중 30%는 10대였습니다.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 SPO를 도입해 비행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선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내 지리에 익숙한 지역경찰은 위기청소년을 찾아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 교육도 이뤄집니다.

<현장음> "평생 성폭력 사건이랑 관련있을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성폭력 사건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회사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비대면 시대에 맞춰 SNS, AI 기술을 접목한 예방활동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들이 형사 처벌이 불가능한 점을 악용하는 등 대응에 어려움도 따릅니다.

<김미라 / 서울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본인들이 형사 미성년자니까 처벌을 당연히 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경찰서에 검거가 되서 와서도 죄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고…경찰관에게 욕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0대 청소년 범죄를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워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웅혁 /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일부는 어른 못지않은 흉악범죄를 합니다. 형사 제재의 사각지대에 있고요. 청소년 문제, 촉법소년의 문제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 각각의 문제라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사회의 문제입니다. 정책 어젠다를 위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TV 신현정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일단 성인이 아니면 성인과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어느 정도 낮은 처벌을 받습니다.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소년법'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소년은 어린 사내아이가 아니라, 남녀 관계없이 19세 미만 모두를 가리키는 법정용어인데요,

만 10살 미만 범죄자는 '범법소년'으로 분류해,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만 14살 이상 19살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사형이나 무기형을 완화해주는 등의 특별조치가 있긴 하지만 형사처벌은 받습니다.

문제는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에 해당하는 '촉법소년'입니다.

이들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이렇게 사회봉사나 보호관찰 같은 조치가 내려지고요.

가장 강한 조치가 일명 10호 처분이라 불리는 건데, 소년원에 2년 송치하는 겁니다.

이 나이 기준이 정해진지 70년 가까이 바뀌지 않으면서, 이들의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추자는 주장은, 이 나이쯤 되면 아이들이 알 거 다 안다, 게다가 범죄 수법도 날로 흉폭해지고 있다, 이런 점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 통계상, 촉법소년의 범죄는 해마다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미성년 범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력범죄가 한해 1,900건 가까이 발생하는데 대부분 '성범죄'입니다.

또 최근에는 직접 물리적 피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SNS 등으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괴롭히는 등 범죄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죠.

물론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린시절 수감될 경우, 오히려 범죄를 학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를 보면, 거의 절반 가까이가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 신창원도 "학창시절, 선생님 때문에 마음 속에 악마가 생겼다"고 해서 화제가 됐죠.

결코 범죄자의 잘못을 두둔해선 안 되지만, 범죄의 원인을 따라가고,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은 해야할 겁니다.

다른 나라의 촉법소년 기준 연령은 어떨까요?

대부분 우리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프랑스와 캐나다, 영국 호주 정도가 우리보다 낮은 편입니다.

일단 법무부와 정치권은 1~2살 정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깁니다.

여권에선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제 막 논의의 물꼬를 텄습니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 일부가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논의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장보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野주자들 '촉법소년 연령' 이슈화…與 "논의 시작" / 장보경 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는 지난달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 미성년자의 나이를 현재 만14세에서 만12세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유승민 /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 "범죄피해의 고통은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촉법소년의 성폭행이나 성인의 성폭행, 모두 똑같은 흉악범죄"

유 후보는 얼마 전 딸을 성폭행한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호소한 한 어머니의 청원게시판 글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회복적 사법 절차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보호소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도 '만 10세 이상 형사처벌' 안을 꺼내 들었습니다.

소년법상 보호대상 연령과 촉법소년 연령을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심각한 중범죄 등은 소년부 송치를 제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야권 대선주자들이 먼저 '촉법소년 연령 하향' 의제 설정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선 정세균 후보가 "촉법소년 범죄도 강경을 따져볼 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습니다.

대선후보 선출 본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당장 지역순회를 하며 각 지역 민심을 겨냥한 공약에 집중하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지도부를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될 여지가 생겼습니다.

<윤호중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교섭단체 대표연설)> "촉법소년의 연령 조정과 처벌 강화에 대한 범부처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에 착수하겠습니다."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법사위에서도 얘기가 나왔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많아 논의는 할 것 같다"고 당 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논의 시작 단계라 입법화는 불투명합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소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10여건입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소년에 대한 소년부 송치를 제한하고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전용기 /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TV 인터뷰)> "국회 일정 때문에 논의는 많이 안된 것 같아요.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서 해당 법안 논의되지 않을까"

연령을 얼마나 낮출지 소년범죄 예방효과는 얼마나 될지 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입법화까지 숙고의 시간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장보경입니다.

[이준흠 기자]

처벌도 처벌이지만, 예방도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 주변에는 가정과 학교에서 벗어나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고, 어디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취약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그 실상은 어떤지 한지이 기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청소년 보듬기 어떻게?…"유기적 자립 지원 뒷받침" / 한지이 기자]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청소년 쉼터.

9살부터 24살까지의 여성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보호를 통해 자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와 가정을 떠나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 수는 학령기 아동 840만명 중 40만 명 정도.

이들을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자립체계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은 물론 예산 배정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준호 / 엔젤스헤이븐 대표> "의사결정자와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를 연결시켜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예산을 차근차근 늘려가는 것이죠. 성공적인 경험들을 늘려나가는 구조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충격적인 청소년 사건들의 근본 배경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무관심과 방치'에서 청소년들을 벗어나게 하기 위해선 상담과 보호, 예방책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유혜진 /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체계적인 지원이 정부차원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청소년 상담사들에 대한 지원 또한 강화되면 좋겠습니다. 전문성 있는 전문가들이 현장에 훨씬 더 많이 유입이 될 것이고…"

청소년들이 홀로서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복지 지원과 학교 안팎의 사회안전망 확충이 뒷받침 되어야 할 때입니다.

연합뉴스TV 한지이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청소년 성매매'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논란이 된 드라마 <인간수업>, 하지만 직후, n번방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드라마 내용은 현실보다 훨씬 '순한맛'이었습니다. 이들의 행동, 잘 쓰는 거친 욕설 등 청소년의 현실을 가장 잘 그렸다는 평을 받는 이 드라마는 역설적으로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청소년들은 어른들 생각보다 더 영악하고, 더 잔인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선 논의를 이어갈 수 없겠죠. 하지만 동시에, 이들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기를 책임과 의무도 우리 사회에는 있습니다. 소년법의 진짜 취지는 소년의 '건전한 육성'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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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