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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바닥난 요소수 '솟아날 구멍'은?

경제

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바닥난 요소수 '솟아날 구멍'은?
  • 송고시간 2021-11-13 22:00:12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바닥난 요소수 '솟아날 구멍'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요소수 공급 대란, 특히 화물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요소수를 구하느라 아우성인데요. 중국에서 일부 물량을 조만간 반입할 예정이어서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현장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소수 품귀 사태의 파장을, 최덕재 기자가 직접 알아봤습니다.

[요소수 부족에 곳곳 신음…"얼마나 버틸지" / 최덕재 기자]

경기도 의왕의 한 트레일러 차고지 입니다.

한창 일해야 할 시간에 대형 트레일러 수십대가 서있습니다.

요소수가 없어 운행을 못하는 차들입니다.

요소수 가격은 최대 기존의 10배, 부르는 게 값인데, 더 큰 문제는 돈을 주고도 못 사는 경우가 허다하단 겁니다.

25톤 콘테이너를 옮기는 차량입니다.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출력이 나오지 않게 돼있습니다. 지금 요소수가 이렇게 40% 정도 차있는데, 부산까지 내려가면 다 떨어지는 양입니다. 이 이후엔 비축분이 없어 난감한 상황입니다.

<김효준 / 트레일러 운영> "휴게소를 들러서 한 두 시간씩 대기를 하면서 요소수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평소에도 4, 5시간 밖에 못 자는데, 지금 거의 1, 2 시간 정도를 시간을 뺏겨버리니. 매달 할부금도 나가야 하고, 주유비도 나가야 하고. 그런데 지금 경유 값보다 요소수 값이 2, 3배 더 비싸버리니…"

화물차 뿐 아니라 선박에서 짐을 내릴 때 쓰는 장비들도 요소수가 필요합니다.

부두 인근 주유소 창고에는 요소수가 몇 통 남지 않았습니다.

<이강석 / 주유소 운영인> "1만원 정도에 팔던 요소수를 5, 6만원에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대부분 소비자들께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화물 종사자들이어서, 도저히 그 가격에는 판매할 수 없어서 가져온 가격 그대로 제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컨테이너 화물이 드나드는 항만 운영에 당장 차질이 빚어지진 않고 있지만 지금의 부족 사태가 계속된다면 수출입 물동량 처리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선 운송비 상향 등 구체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운송주선업 종사자> "운송비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마저 올라버리니, 점점 금액은 줄어들고, 요소수까지 올라버리고…운송이 기본적으로 30~50% 정도 줄 수밖에 없고요."

걱정은 화물 업계 뿐만이 아닙니다.

요소수를 넣어야 하는 버스, 구급차, 쓰레기 수거차,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레미콘까지.

소방서에는 "소방차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는 시민들의 익명 기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소수 품귀 파장이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일상 생활 전반에 큰 불편이 예상됩니다.

정부가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시장가격에 반영될 시점은 미지수입니다.

연합뉴스TV 최덕재입니다.

[코너:이광빈 기자]

이번 '요소수 대란'이 발생하기 전까지, 요소수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들어보기 어려운 용어입니다.

그럼 요소수란 무엇일까요. 물에 요소 성분을 섞은 것입니다.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중화시켜줍니다.

2015년 이후 등록된 경유차량에 필수적으로 사용돼왔는데요.

요소수를 제때 넣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계기판에 경고등이 뜨고,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요소수 없이는 사실상 운행이 불가능하도록 차량이 설계된 겁니다.

최근 요소수 대란 속에서 경유차 가운데 '승용차'는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요소수 10리터만 넣어도 1만키로 이상 주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승용차 1대당 한 번에 최대 10L의 요소수만 살 수 있게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앞선 리포트에서 보셨듯, 화물차입니다.

장거리를 운행하는 이런 차들은 하루에서 이틀에 한 번씩 채워 넣어야 합니다.

그나마 중국이 이미 계약된 물량에 대해 수출 검사 절차를 진행키로 해 발등의 불은 끌 것 같습니다. 두 달여간 사용할 수 있는 요소수를 확보한 셈인데요.

그런데 계속 요소 수입을 중국에 의존해야 할까요?

국내에서는 생산할 수 없는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요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국내에는 없습니다.

마지막 공장이 문을 닫은 지도 10년이 됐습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요소가 가격이 더 저렴하다 보니, 국내 생산품을 찾지 않게 된 것이죠.

국내에서 요소수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다, 경제성을 감안하면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는데요.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6월까지 요소 수입 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제적으로 상품 생산에 있어서 분업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상대적으로 상품을 저렴하게 만드는 국가가 해당 상품의 주요 수출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국가 간에 무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데다, 여러 변수가 발생하면서 이런 당연한 법칙이 위협을 받게 됩니다.

앞으로 '제2의 요소수'가 될 품목이 생길 수 있는 셈입니다.

[이광빈 기자]

이번 '요소수 대란', 그 시작은 중국의 석탄 부족이었죠. 최악의 전력난을 겪은 중국 내 상황이, 요소 수출 제한이라는 나비효과를 일으킨 건데요. 지금 중국 상황은 어떻게 진정되고 있는지, 베이징 임광빈 특파원이 현지에서 전합니다.

[중국 석탄대란 급한 불 껐지만…나비효과 한국까지 / 임광빈 기자]

지난 9월 말,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갑작스런 정전 사태가 발생합니다.

도심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고, 신호등까지 작동을 멈추면서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상인> "식당, 호텔 같은 곳은 전기가 없었습니다. 특히 이 근처에 노동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밥 먹을 수 있는 곳조차 없었습니다."

'10년 만에 최악'이라는 중국의 전력난은 지난 9월 중순부터 본격화됐습니다.

동북 3성에서 시작된 전력 제한 조치는 한때 중국 31개 지방정부 가운데 20곳까지 늘었습니다.

이달 초 베이징시 당국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가까운 층에 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걸어다니라는 지침까지 내렸습니다.

중국 정부는 호주와의 외교적 갈등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고 이는 곧 석탄 부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전력난에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까지 고스란히 피해를 봤습니다.

때 이른 한파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동요할 것을 우려한 중국 당국은 석탄 생산량을 끌어 올리라고 독려했습니다.

<양하이거 / 중국 산시성 타샨탄광 관계자> "10월에는 매일 30만 톤의 석탄을 나눠 배송했습니다. 5만 톤 이상의 석탄 열차를 매일 6~7번 나눠 수송했습니다."

지난주 하루 석탄 생산량은 1만 2천톤에 육박하면서 연간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습니다.

바닥을 드러냈던 발전용 석탄 재고량은 이달 초 20일분까지 늘었다고 중국 당국은 밝혔습니다.

해외 전기 수입도 늘렸는데, 접경 국가인 러시아와 미얀마는 물론 북한에서조차 전기를 끌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중국당국은 '전력난 해소'를 선언했습니다.

당장의 전력난은 해소했다지만, 불안감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닙니다.

석탄 발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소비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지난해 기준 중국내 전력 생산 증가에 대한 화력 발전의 기여도는 43%.

이상기후 요인까지 겹친 올해는 석탄 발전 의존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중국의 석탄 대란은 나비효과를 가져왔고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미쳤습니다.

석탄이 부족해진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요소 수요 우선 충족을 위해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국내 품귀 현상을 가져온 겁니다.

요소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석탄 부족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수급 불안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석탄가격 상승과 전력난으로 용광로의 가동이 차질을 빚은 탓에 중국의 마그네슘 생산량이 평시의 약 50%에 그치면서 각국 자동차 업계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경제 상황, 글로벌 공급망 회복 등을 감안하면 석탄과 전력 공급이 충분할지 의문인 상황.

그렇다고 마냥 석탄을 수입해 발전을 늘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닙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0년 중국의 탄소배출량 정점, 그리고 2060년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왕원빈 / 중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1일)>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인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여, 최단시간에 탄소배출량의 정점을 찍은 뒤 탄소 중립까지 이뤄내겠습니다."

석탄 증산을 비롯한 중국 당국의 강력한 대응 조치로 전력난 위기는 일단 고비를 넘긴 모습입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재연될지 모르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연합뉴스TV 임광빈입니다.

[이광빈 기자]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상황은 괜찮은 걸까요?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막으려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원자재 상황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이 내용은 김지수 기자가 짚어봅니다.

[요소 부족은 빙산의 일각…중국발 위기, 기업들에 숙제 안겨 / 김지수 기자]

중국의 전력난에 따른 중국 현지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다행히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중국 광둥성, 장수성 등에 산업용 전력 공급이 제한됐는데,

그 지역엔 위치한 LG화학 양극재 공장, 삼성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등은 가동 중단 사태는 피했고, 현대차는 현지 판매 감소에 따른 일부 중단 외에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는 발전용 석탄 확보로 전력 부족 현상이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하루 생산량이 약 3천톤으로 알려진 포스코 장수성 스테인리스 공장 중단 등을 고려해 보면 내년 봄까지 긴장 국면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전력난 해소와 상관없이 중국의 석탄 부족이 요소 등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학제품에까지 영향을 미쳐 화물차 운행 중단 등 국내 물류와 산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인도에 이어 2위의 중국산 요소 수입국입니다.

중국의 수출 규제에 따른 요소수 품귀에 우리 정부도 대체 수입처를 찾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가 워낙 커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중국산 요소 수입이 중단되면서 국내 최대 요소수 제조업체인 롯데정밀화학의 생산 라인 일부도 가동을 멈췄습니다.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중 60%인 200만대가량이 질소산화물저감장치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긴급 수혈받은 요소수 물량마저 바닥나 이들 차량이 멈춰선다면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며 이는 산업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입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각종 원료 생산 관리에 들어가면서 주요 산업에 쓰이는 광물자원 가격 급등도 문제입니다.

스마트폰·PC·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마그네슘은 올해 8월 톤당 3,000달러대였으나 중국 정부가 감산 또는 생산 중지를 명령하면서 지난달 8,000달러대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원판과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기초 원료인 규소 역시 톤당 가격이 지난 8월 대비 지난달 264% 상승한 바 있습니다.

<이규석 /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원자재 값 상승이)더 가속화되고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마그네슘, 규소같은 것들을 사용하고 있는 제조업들의 경우에 미리 체크하고 공급망들을 확보해야 될 부분이…"

중소기업 상황은 더 녹록지 않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더 취약해 절반 가까이는 납품대금에 비용 상승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추문갑 /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 "규모가 작은 영세 중소기업 같은 경우엔 대부분이 거래선이 한 군데인 경우가 많거든요. 중국이 직접적으로 수출 규제를 해 버리면…생산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게 되죠."

문제는 앞으로도 제2, 제3의 원자재 품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00여개 중 31%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입니다.

중국발 에너지난이 우리 기업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공급망 다변화 등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이 다시 한번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요소수 공급 대란, 한 편의 재난영화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요소수가 세상을 멈춰 세울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줬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따뜻한 장면도 목격했습니다. 익명의 기부자와 시민들이 요소수를 기꺼이 나눔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부는 늑장 대처로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문제 해결은 정부 몫입니다. 코로나 시국을 힘겹게 헤쳐온 시민들이 또 다른 재난에 직면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처가 필요하겠습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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