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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뒤를 쫓는 '검은 그림자' 스토킹, 죄와 벌

사회

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뒤를 쫓는 '검은 그림자' 스토킹, 죄와 벌
  • 송고시간 2021-10-09 22:00:09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뒤를 쫓는 '검은 그림자' 스토킹, 죄와 벌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이번 달 말이면 스토킹 처벌법이 본격 시행됩니다. '세 모녀 살인사건', 피해자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던 '강서구 아파트 전처 살인' 등 스토킹에서 비롯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요. 스토킹 처벌법 신설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먼저 장효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스토킹' 강력 처벌…"피해자 보호책도 필요" / 장효인 기자]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이 만남을 거부하자 일가족인 세 모녀를 무참히 살해한 김태현.

<김태현 /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살아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게 생각이 들고, 유가족분들, 저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정말 사죄…"

과거 동거하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그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백광석.

이들의 잔혹한 범죄 이전엔 모두 스토킹이 있었습니다.

주거침입부터 성폭력, 살인까지. 스토킹에서 시작되는 각종 범죄를 막기 위해 이달 21일부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됩니다.

지금까진 스토킹을 저지르는 사람을 형사 처벌할 근거가 없어, '지속적 괴롭힘'이라는 경범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 벌금 10만 원 수준에 그쳤던 처벌 수위가 최대 5년 이하의 징역까지 강화됩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이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의 긴급 응급조치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수사 기관들이 엄정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지만, 법령 시행을 앞두고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양새입니다.

대표적인 게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 부족 문제.

경찰에 접수된 신변 보호 요청 건수는 2018년 약 9천 건에서 2019년 만 3천여 건으로 45%나 많아졌지만, 같은 기간 스마트워치 보유량은 약 10% 늘어났습니다. 보유량이 요청 건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스토킹 처벌법을 통한 가해자 처벌 강화가 어디까지나 사후적 조치란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스토킹 피해자한테 스마트워치를 주고 (가해자) 100m 접근 금지를 하고 CCTV를 확인하겠다? 가해자가 오는 게 100m면 20초 안인데… CCTV도 범죄를 예방할 수 없잖아요. 피해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가 부여돼야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란 옛말, 스토킹엔 해당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범죄 스토킹. 가해자 처벌 뿐 아니라 피해자와 그 주변인을 보호하기 위한 후속 법령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장효인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한 번 상상해보십쇼. 늦은 밤 누군가 자기를 따라오거나, 어디선가에서 계속 지켜본다거나, 끊임없이 연락이 온다는 상상말입니다.

성인 남성인 제가 그런 일을 당한다고 생각해도 소름이 끼치는데, 여성들은 오죽할까 싶은데요.

걱정되고 신경 쓰여서 하루종일 긴장 상태로 불안에 떨 것 같습니다.

설사, 앞서 보신 심각한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런 행위 자체가 당하는 사람에게는 삶을 뒤흔드는 위협입니다.

하지만 이 스토킹처벌법이 생기기 전에는 경범죄 처벌법에 있는 장난 전화,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거의 유일한 처벌 근거였습니다.

가장 강한 처벌이 10만 원 이하 벌금, 30일 미만 교도소행이니 범죄를 제대로 예방할 리 만무하죠.

앞서 22년 만에 성과라고 말씀드렸는데, 첫 법안이 발의됐던 게 1999년입니다.

매 국회 때마다 관련 법안에 관심을 갖는 국회의원들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왜 그랬냐면, 스토킹이 문제긴 문젠데, 법까지 만들 정도는 아니라고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구애 행위다",

"단순 애정 표현과 스토킹을 구분하기 어렵다"

이런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던 겁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스토킹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대부분 아는 사람이 가해자입니다.

전 애인, 전 배우자가 가해자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행위가 위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때 친밀한 관계였던 이들은 피해자의 동점심에 호소하고 애원하기도 합니다.

피해자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거나 자해를 하기도 하죠.

스토킹처벌법의 가장 큰 전제는 가해자의 이런 행위 모두가 정신적 압박, 공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스토킹 처벌법을 도입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재범, 흉기 휴대 여부, 또 피해자의 연령에 따라 징역 3~5년이 부과됩니다.

영국은 2회 이상 폭력의 공포를 느끼게 하면 법원이 최대 징역 5년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일본은 원치 않은 전자메일을 보내는 행위까지도 스토킹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준흠 기자]

우리의 스토킹 처벌법은 간신히 첫발을 떼긴 했지만, 적용 기준이 협소하고 피해자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스토킹' 등 다양해지는 범죄 양상에 대응하기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 내용은 장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스토킹 처벌법 22년만 '첫발'…빈틈 보완책은 / 장윤희 기자]

지난 3월, 압도적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22년 만입니다.

<김창룡 / 경찰청장(지난 5일 국정감사)>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도입, 스토킹 처벌법 제정으로 여성 대상 범죄를 사전 차단하는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을 범죄로 정식 규정하고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킹 기준이 협소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을 제대로 보호하기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법에 따르면 스토킹의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피해자 의사에 어긋나는 행동인지, 정당한 이유가 없는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는지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고 '지속'되어야 스토킹 '범죄'가 됩니다. 이에 스토킹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반의사불벌죄' 조항도 쟁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보복이 두려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킹 처벌법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온라인 스토킹도 처벌할 수 있는 문을 일부 열어놨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글과 이미지 등을 당사자와 가족에게 보내는 행위 정도로만 제한해 온라인 스토킹 기준이 협소하다는 지적입니다.

스토킹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은 사회생활을 하거나 생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스토킹 처벌법에서 관련 조치가 부실하고 다양한 범죄 유형을 못 따라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보완 발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상희 부의장은 온라인 스토킹 기준과 처벌 수위를 높이는 개정안을, 양정숙 의원은 피해자 신변보호조치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입법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입니다.

<김다슬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 "빠른 보완 입법이 필요한데 구체적으로는 신변 안전 조치라든지 고용상 불이익 처벌이나 피해자나 신고인에 대한 비밀 보호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22년 만에 첫걸음을 떼는 스토킹 처벌법, '빈틈'을 보완한 온전한 첫걸음이 절실합니다.

연합뉴스TV 장윤희입니다.

[이준흠 기자]

스토킹을 사소한, 개인적인 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합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를 받고도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토킹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지이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혼자가 아니에요"…스토킹 피해 상담은 여기서 / 한지이 기자]

스토킹 피해 긴급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과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지원 절차에 따라 거주 인근 지역 전문 상담소에서 추가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연계 안내가 이뤄지고, 의료비, 법률 상담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토킹 범죄 처벌법 시행 전에도 긴급피난처 같은 일시 보호, 보호시설입소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김미순 /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여성폭력방지본부장>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들에서 다른 피해자가 지원을 받는 것처럼 동일한 피해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선제적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기관에서 잘 조력 받을 수 있도록 알려주시고…"

체계적인 전문상담 지원이 이뤄지도록 스토킹 관련 피해자 상담 매뉴얼도 각 상담소에 배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원 기관을 통해 법적인 조치부터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최유연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일회성이 아니라 굉장히 오랜 기간 폭력에, 스토킹에 노출됐던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적극적으로 이제 신고하시고 상담소 같은 지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시면 좋겠습니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온라인 스토킹은 개인 정보를 알아내는 데서 나아가 획득한 정보를 다른 범죄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도움받을 것을 강조했습니다.

스토킹 범죄는 완전히 모르는 남남보다 친밀한 사이에서 관계 중단을 요구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계적인 대응과 보호, 상담 지원을 통해 스토킹 범죄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연합뉴스TV 한지이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1980년 12월 8일,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 다섯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집니다. 쓰러진 사람은 세계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 광적인 팬, 마크 채프먼이 그를 쏜 것입니다. 존 레넌도 '스토킹 살해'의 피해자였습니다.

이 스토커는 자신의 이름 대신 '존 레넌'을 사용하고, 존 레넌처럼 일본계 미국인과 결혼하기도 했습니다.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이 행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주위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장한 폭력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스토킹은 강력 범죄의 전조증상이며, 스토킹 처벌은 더 큰 비극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늦어도 너무 늦은 스토킹 처벌법,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를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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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