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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브리핑] 바이든 정부 첫 대북 제재…'베이징 종전선언' 무산

정치

연합뉴스TV [한반도 브리핑] 바이든 정부 첫 대북 제재…'베이징 종전선언' 무산
  • 송고시간 2021-12-11 19:07:36
[한반도 브리핑] 바이든 정부 첫 대북 제재…'베이징 종전선언' 무산

<출연 : 연합뉴스TV 지성림 북한전문기자>

[앵커]

안녕하십니까.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외교·안보 이슈를 되짚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외교·안보 분야와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지성림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주에는 북미관계, 그리고 미·중 갈등과 관련한 사안들이 눈길을 끄는데요, 우선 오늘 말씀해주실 주요 이슈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대북 압박이 올해 들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한주였던 것 같습니다. 북미관계를 중재해야 하는,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맞춰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참 고민이 많은 시기입니다. 우선, 미국은 인권 유린 행위를 이유로 북한과 중국의 단체와 개인을 경제 제재 목록에 추가했는데요, 특히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새로운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음으로,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월요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화했는데요. 이 결정도 역시 이유는 중국 당국의 인권 침해였습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하면서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미중 종전선언 구상은 무산됐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종전선언과는 별개로 베이징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낼지 말지, 또 보낸다면 어느 정도 급의 정부 인사를 보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앵커]

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대북 제재라면 상당히 의미가 있는데요, 우선 새로운 제재 내용부터 들어보죠.

[기자]

12월 1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권의 날'입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세계 인권의 날 당일 북한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을 추가로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고 밝혔는데요. 리영길은 지난 9월까지 우리의 경찰청장 격인 사회안전상을 지낸 인물입니다. 재무부는 이번 제재와 관련해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 체계는 불공정한 법 집행을 자행하고, 이는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행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외국인들도 불공정한 북한 사법 체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며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를 명시했습니다.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생이던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 목적으로 방북했다가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고, 그해 3월 '체제 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북미 간 교섭 끝에 웜비어는 다음 해 6월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됐지만, 엿새 만에 사망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검찰과, 경찰 수장 출신을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올린 건 자국민인 오토 웜비어 사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네요. 이외에도 추가 제재 대상이 또 있다고 하죠?

[기자]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김정은 정권의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인데요. 미 재무부는 북한 노동자 해외 취업을 불법으로 알선해주는 업체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북한 4·26 아동영화촬영소가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중국에 불법 취업시킨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고, 이와 관련한 중국 업체들도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러시아 대학인 '유러피안 인스티튜트 주스토'도 수백 명의 북한 대학생들에게 러시아 건설 노동자 비자를 내준 혐의로 제재 명단에 올랐습니다.

[앵커]

미국은 현재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라고 촉구하는 상황 아닙니까? 대화하자고 하면서 새로운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한다, 이건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기자]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한에 새로운 제재를 가한 것은 처음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9월엔 북한 여행금지를 1년 연장하고, 11월엔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명단에 북한을 여전히 포함했지만, 이런 것은 이전 정부의 조처를 연장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미 재무부 발표는 새로운 제재 대상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바이든 정부의 첫 대북 제재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 즉 북한이 계속 대화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인권 문제 등을 명분으로 계속 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는 메시지다, 이런 관측이 나옵니다. 물론, 전혀 미동도 없는 북한을 움직이게 하려면 일종의 자극이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이런 해석도 일리는 있지만, 미국의 이번 제재가 오직 북한만을 겨냥한 건 아닙니다. 미 재무부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유린과 연관된 일부 단체와 간부, 그리고 대량살상을 동반한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폭정을 펴는 미얀마 군부도 제재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제재 발표가 세계 인권의 날에 맞춰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대화는 대화고, 북한이든 중국이든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인권을 우리 외교 정책의 중심에 놓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블링컨 국무장관의 발언이 의미심장하네요. 미국이 며칠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선수단만 보내고 정부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할 때도 중국의 인권 침해를 이유로 들었죠. 그러고 보면 외교 정책의 중심에 인권이 있다는 원칙은 북한보다는 중국에 더 포커스를 맞춘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기자]

백악관이 미국 시간으로 월요일에 발표한 내용이죠. '외교적 보이콧'의 이유도 설명했는데요, 백악관 대변인 발표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젠 사키 / 백악관 대변인>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신장에서 자행하는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 등을 고려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떠한 외교적 또는 공식적인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이후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잇따라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해 이 다섯 나라는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를 결성해 공조하고 있고, 이 중에서도 미국과 영국, 호주는 대중국 안보 동맹인 '오커스'로 묶여있습니다. 하지만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이탈리아가 대표적인데, 이탈리아에서는 2026년에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이 열립니다. 또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도 '외교적 보이콧'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결정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미국과 동맹국이니,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해주기를 바라겠죠.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고 이웃 나라라 무작정 미국 편만 들 수는 없을 텐데요, 아직 정부 입장은 확실히 정리되지 않았죠?

[기자]

물론 미국도 동맹국들에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결정은 각자 몫이라는 건데요, 일단 문재인 정부는 현재로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젠 사키 / 백악관 대변인> "우리는 동맹국들에 우리의 결정을 분명히 알렸고, 그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입니다."

<최영삼 / 외교부 대변인> "우리 정부로서는 현재 베이징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에 관해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 대표 참석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논의 단계가 아니라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래도 베이징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야 하지 않겠냐"라는 의견들이 우세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 목요일 라디오에 출연해 평창과 일본 동경, 중국 베이징 등 동북아에서 릴레이 올림픽이 열리는 점을 강조하며 "직전 (동계올림픽) 주최국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부가 사실상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이 기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앵커]

정부로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겠네요. 베이징에 정부 대표단을 보낸다고 해도 대통령이 갈지, 장관급이 갈지, 이런 것도 결정해야 할 텐데요. 전문가들은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기자]

사실 바이든 정부가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측면도 있지만, '외교적 보이콧' 배경에는 인권 문제 등으로 중국을 계속 압박함으로써 미중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적인 의도도 깔려있습니다. 진짜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냉전 시대 때처럼 권위주의 국가가 주최하는 올림픽에 선수단도 보내지 말아야겠죠. 정부 대표단은 물론이고 선수단도 보내지 말아야 '반쪽짜리 올림픽'이 되는 거고, 그게 진짜 '보이콧'인 겁니다. 1979년에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서방 국가들은 이를 이유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과 공산권 국가들은 1984년에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는데, 이런 사례가 진짜 '보이콧'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전면전'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베이징에 선수단은 보내겠다는 것이고요. 따라서 외교적 보이콧 카드는 '인권' 우선 가치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전략적 행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의 이러한 외교 전략에 동참할 의무도 없고, 또 이번 사안에서 굳이 미국의 편을 들어 중국과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도 현재의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하는 전략적 태도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항상 '이익 균형' 원칙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에 가느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문 대통령은 올해 7월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도 가지 않았는데, 굳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한다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은커녕 어떤 정부 인사도 안 보내겠다는데 동맹국인 한국에서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전략적 균형을 깨는 행위입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려면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에는 동참하지 않되, 베이징에 보내는 정부 대표단의 급을 적당히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정부는 중국의 초청을 받고 관례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참석자로 통보한 상태입니다.

[앵커]

우리 정부의 고민에 공감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그래도 이 얘긴 안 할 수가 없죠.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종전선언 찬스가 하나 날아갔다, 이런 식으로들 얘기하던데요?

[기자]

정부 당국자들이 이른바 '베이징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직후 10월 4일에 북한이 선제적으로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고, 미국도 계속 북한에 대화 제안을 하는 상황이고, 또 한미 간에는 종전선언 문안 협의까지 하는 단계가 되면서 정부 내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중 4자가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구상이라기보다는 어떤 환상적인 그림에 대한 기대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걸 당국자들도 잘 알지만, 기대는 해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북한도 계속 대화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거기에 미국이 베이징에 정부 인사를 안 보낸다고까지 선언하면서 '베이징 종전선언' 환상은 완전히 깨져버린 거죠. 그래서 정부 당국자들도 이런 상황이 올 줄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베이징 종전선언' 구상과 거리두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인영 / 통일부 장관> "베이징 올림픽과 종전선언이 반드시 서로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는 걸로 해석하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평화의 올림픽이 되기를 우리도 희망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종전선언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연결하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정부는 '베이징 이벤트'와는 상관없이 종전선언 추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북한이 종전선언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오면, 또 북미 간에 서로 원하는 기준을 맞춰 합의에 도달한다면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가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그림이 더 역사적인 장면이 될 겁니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남의 나라에 가서 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하면 더 좋겠죠. 문제는 북한의 태도입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에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서 어떤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거라고 별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이 이달 하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하는데, 이 회의에서 대남·대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어떤 메시지가 나오는지 봐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좀 전망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앵커]

듣고 보니 미국은 중국 견제가 최우선이고, 북한은 딱히 종전선언에 관심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참, 우리 정부로서는 답답한 상황이겠네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미국 주도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 얘기는 생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내부 상황도 짚어보지 못했는데요, 다음 주에는 북한 내부 얘기도 다뤄볼까 합니다. 지 기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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