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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브리핑] 북한, 김정일 10주기 추모…새 대북제재엔 '침묵'

정치

연합뉴스TV [한반도 브리핑] 북한, 김정일 10주기 추모…새 대북제재엔 '침묵'
  • 송고시간 2021-12-18 19:20:49
[한반도 브리핑] 북한, 김정일 10주기 추모…새 대북제재엔 '침묵'

[앵커]

안녕하십니까.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외교·안보 이슈를 되짚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외교·안보 분야와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지성림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 소식을 비롯해 여러 가지 외교·안보 사안도 눈에 띄고요.

오늘은 북한 소식을 좀 많이 다뤄보도록 하죠.

일단, 오늘 말씀해주실 주요 이슈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어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한이 김정일 10주기를 어떻게 추모했는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주에 김정일의 삼촌인 김영주가 101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조카보다도 10년이나 더 오래 산 김영주와 관련한 일화들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지난주 미국이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북제재를 발표했는데요, 북한은 일주일 넘게 이에 대해 전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침묵'의 배경은 뭔지 짚어볼 거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한 계기에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그리고 종전선언과 관련한 언급도 했는데, 이 내용도 살펴볼 겁니다.

[앵커]

저희가 지난주에 미국 등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다뤄봤는데요,

연장선상에서 이 얘기부터 해보죠. 문 대통령이 이번 주 초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직접 밝혔습니다. 대통령 발언부터 들어보시죠.

<문재인 / 대통령>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의 권유를 받은 바가 없고, 한국 정부도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호주에 (대한) 국빈 방문은 중국에 대한 입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앵커]

문 대통령 언급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 이런 의미인 거죠?

[기자]

네. 방금 들으신 것은 호주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이 월요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입니다.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건데요, 미국과 호주 등의 '외교적 보이콧'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한국은 보이콧에 동참할 뜻이 없다고 밝힌 겁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는 상황인데요,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민감한 질문도 잘 피해 갔습니다.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이 외교와 안보의 근간"이라고 강조했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며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도 중국의 건설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한마디로 중국이 한국의 중요한 이웃 국가인 만큼 외교적 보이콧 동참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인 겁니다.

이처럼 베이징 올림픽에 한국 정부 대표단이 파견될 가능성은 매우 커진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 참석 여부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근 저희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현재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장·차관급의 정부 대표단을 보내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까진 좋은 생각이지만, 동맹국인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까지 선언한 마당에 대통령이 직접 중국에 가는 건 반대로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통령 방중 카드는 결국 쓰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문 대통령은 호주 방문 기회에 종전선언과 관련한 언급도 했는데요, 북한도 종전선언에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북한과 물밑접촉이라도 한 건가요?

[기자]

우선 문 대통령 발언을 직접 들어보시죠.

<문재인 / 대통령>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모두 원론적인,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회하는 것을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대화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에, 또 북미 간에 조속한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문 대통령도 북한과 아직 대화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는데요, 물밑접촉은 공식적인 대화가 아닌 만큼 북한과 어떤 형식으로든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 물밑접촉 과정에서 북한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면 종전선언 추진에는 진전이 있다고 봐야죠.

지난주 한 언론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한미 간에 종전선언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북한과 꾸준히 소통해왔다"고 말했다며 북한과 '내밀한 소통 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어제 미국외교협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북한과 외교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고 대화를 위한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는 얘기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북한과 물밑접촉이 과연 있었느냐는 의문이 드는 겁니다.

만약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9월 말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북한도 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주장한 거라면 안일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여정은 북미 적대관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이벤트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고, 김정은도 9월 말 시정연설에서 종전선언에 앞서 적대정책 철회가 먼저라고 강조했는데, 이걸 '찬성'이라고 볼 수 있을지요.

[앵커]

이젠 북한 내부 얘기를 해보시죠. 어제가 김정일 위원장 10주기였는데, 어떤 추모 행사들이 열렸습니까?

[기자]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가 있었는데, 금수산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시신이 안치돼 있는 곳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사망일인 어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당·정·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궁전을 참배했습니다.

김정은의 참배 행사에는 부인 리설주가 동행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는데, 이번 김정일 10주기에는 참배 행사에 불참했습니다.

참배 행사는 어제 금수산궁전 광장에서 열린 추모대회 직전이나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어제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김정일 10주기 중앙추모대회를 열었습니다.

추모사를 낭독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정일 '업적'을 열거하며 북한 정권을 수호한 것을 "불멸의 역사적 공적"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하지만 최룡해의 추모사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독려하는 데 더 무게가 실려있었습니다.

<최룡해 /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전당과 온 사회에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우며, 김정은 동지의 구상과 의도를 한마음 한뜻으로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야 합니다.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사회주의의 빛나는 새 승리를 향하여, 주체혁명의 줄기찬 전진을 위하여 힘차게 투쟁해 나아갑시다."

[앵커]

독재국가라 당연한 거겠지만, 평양뿐 아니라 전역이 추모 분위기였겠네요?

[기자]

네. 평양에서 열린 것은 중앙추모대회이고, 어제 도·시·군별로도 추모대회가 각각 열렸습니다.

또 어제 정오부터 약 3분간 김정일을 추모해 전역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자동차, 열차, 선박 등이 경적이 울렸는데요, 주민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금수산궁전 방향을 향해 묵념했습니다.

평일에는 오후 3시부터 방송하는 조선중앙TV도 어제는 오전 8시부터 방송을 시작했는데, 김정일 우상화 기록영화를 잇달아 방영하는 등 추모 프로그램 일색이었습니다.

김정일 사망과 함께 북한에서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만큼 김정일 10주기는 곧 김정은 집권 기간이 10년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는 김정일 '업적' 찬양과 함께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앵커]

앞에서 소개해주셨지만, 이번 주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촌인 김영주가 사망했다죠?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의 작은할아버지 아닙니까.

김영주라면 1972년 7·4 공동성명에 서명한 그 인물 아닌가요?

[기자]

북한 매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화요일 김영주 영전에 조화를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영주는 일요일이나 월요일쯤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데, 김일성 정권에서 자신과 권력투쟁을 벌였던 조카 김정일의 10주기를 며칠 앞두고 사망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3형제였는데, 둘째인 김철주는 19살 때 일본군에 사살됐습니다. 막내가 김영주인데, 1920년생입니다.

일제강점기 김영주의 경력과 관련해 일본 관동군 헌병 보조원으로 통역 일을 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영주는 해방 직후 모스크바로 유학 갔다가 7~8년이 지난 후에야 북한에 돌아왔습니다.

오랜 기간의 유학으로 일제강점기 경력을 '세탁'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귀국 후에는 형인 김일성을 등에 업고 권력 핵심부에서 활동했습니다.

1960년 북한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과 검열권을 틀어쥔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에 오르면서 김일성 시대의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됐습니다.

당시 김영주는 김일성 주석이 '갑산파' 등 반대파를 숙청할 때 '칼잡이'로 활약했는데, 이런 공적에 힘입어 1960~1970년대에는 김영주가 김일성의 후계자라고 알려졌습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함께 '상부의 뜻을 받들어' 서명하고,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설치된 남북조절위원회 북측 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이 1970년대 초 아들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정하면서 김정일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권력투쟁을 벌였던 김영주는 완전히 추락하게 됩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일가족과 함께 오지인 자강도 강계로 사실상 유배돼 그곳에서 20여 년간 살았습니다.

김정일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야, 1993년 국가 부주석에 임명되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허울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1998년부터는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하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 타이틀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앵커]

북한 정권 '창업자'인 김일성 주석의 동생이니 말년까지 좋은 대우는 받았을 테고요,

북한에서도 권력에서 멀어진 사람은 101세까지 장수할 수 있군요.

조카와 권력투쟁을 했는데, 조카보다 10년은 더 살았네요?

[기자]

김정일 위원장이 오래 살지 못한 겁니다. 김일성 주석도 82세까지 살았는데, 김정일은 만 69세에 사망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김정일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북한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합니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 없다고들 하지만, 김정일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다른 건 몰라도 장성택은 처형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 있었을 겁니다.

김정일은 매부인 장성택을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살려 뒀을 테지만, 부친 사망으로 20대 이른 나이에 권좌를 물려받은 김정은에게 장성택은 분명한 위협이었고, 그래서 집권 2년 만인 2013년 12월 반역죄로 처형한 겁니다.

장성택은 경제특구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등 북한에서 경제 개방에 가장 의욕을 보였던 인물입니다.

장성택이 계속 살아서 지금까지 북한 경제의 시장화와 개방을 추진했더라면 북한의 지금 모습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앵커]

미국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는데, 북한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일 10주기 추모 분위기 때문인가요, 배경이 뭘까요?

[기자]

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지난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북한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 출신인 리영길 국방상을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이번 대북제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 신규 제재인데요, 특히 바이든 정부는 제재 이유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명시했습니다.

북한이 가장 아파하고 거부감을 드러내는 게 '인권 문제'이고, 특히 바이든 정부가 대화하기도 전에 새로운 제재부터 내놓은 상황인데도 북한은 아직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국자 '담화'나 공식 매체 논평은 물론이고, 대외선전매체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첫 대북제재와 관련한 언급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김정일 10주기를 앞두고 추모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침묵'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바이든 정부가 '선방'을 날린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한 방'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미사일 카드는 중국을 고려한다면 사용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CNN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난 10월 이후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 것은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라며 중국이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의 불안정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무력 도발에 나서지는 않는다고 해도 매체를 통한 대미 비난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저도 대외선전매체마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 조금은 이상하긴 합니다.

더욱이 유엔총회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목요일, 김정일 10주기 하루 전날에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2005년부터 17년 연속으로 채택된 건데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한 북한 매체의 비난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정략적 도발이고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반발했지만, 김성 대사의 발언을 소개하는 보도도 아직 없습니다.

다음 주에는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달 말 열리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대남·대미 메시지가 나오기 전까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다음 주엔 북한의 반응을 잘 지켜봐야겠네요, 어떤 식으로 반발하거나 비난할지, 아니면 계속 침묵을 이어가는지. 지 기자. 그럼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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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