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여의도풍향계] 참여 정치냐 갈라치기냐…팬덤 정치의 딜레마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풍향계] 참여 정치냐 갈라치기냐…팬덤 정치의 딜레마
  • 송고시간 2022-06-26 09:50:07
[여의도풍향계] 참여 정치냐 갈라치기냐…팬덤 정치의 딜레마

[앵커]

'팬덤 정치'가 또 한 번 정치권을 달구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유권자의 목소리가 더 힘을 얻게 된 것은 분명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은데요.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한 가지 열쇳말로 문을 열어봅니다.

바로 '팬덤'인데요.

규범 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좋아하는 집단을 뜻하는 합성어입니다.

지난 대선과 6·1 지방선거 전후, 정치권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팬덤 정치 논란의 도화선이 된 건 이재명 의원의 지지층인 '개혁의 딸', 통칭 '개딸'입니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발로 불거진 이른바 '이대남·이대녀' 갈라치기에 대한 반발로, 강성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시각이 많은데요.

이 의원에 대한 지지 표현을 넘어 일부 배타적 공격성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내 '친문'으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의 사무실에 붙인 '치매 대자보'입니다.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6일)> "우리가 패배했던 큰 원인 중 하나가 이재명 의원이 계양으로 나서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이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친이계에서도 몸을 낮추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자 사과에 나섰는데, 최근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점퍼를 입은 합성 사진이 등장하는 등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억압적 행동은 반감만 키운다"고 거듭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당내 분열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18일)> "약간 다투는 모양만 보여도 싸운다고 동네에 소문이 나요. 별로 좋은 일은 아니죠.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덤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팬클럽 회장을 맡은 강신업 변호사가 정치평론가 등과 온라인에서 거친 논쟁을 벌이며 여당 안팎의 우려가 일었습니다.

여기에, 김 여사의 사적인 사진을 팬카페에 공개하는 부분 역시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팬덤 문화가 정치권에 자리한 지는 꽤 오래 됐습니다.

연예인을 좋아하듯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인간적 호감과 지지를 표명해왔던 건데요.

처음부터 배타적 성격을 띄었던 건 아닙니다.

그 시초 격으로는 2002년 결성된 '노사모'가 있습니다.

지역주의 타파와 싸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보에 공감한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었는데, 사실상 첫 정치인 팬클럽이었습니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에 나서는 등 건강한 지지로 대선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정치권에 전이된 팬덤 현상은 정치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한편, 이처럼 민심의 향배를 가르는 동력으로도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정치 팬덤은 그 범주와 영향력을 더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지지 모임으로서의 성격은 때로 변질되고 질곡을 겪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팬카페에서 출발한 '박사모'.

그러나 탄핵 사태를 계기로 '태극기 부대'의 주축으로 변모하며 과격한 양상을 나타냈습니다.

<현장음> "탄핵 무효, 탄핵 무효!"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달빛기사단', '문꿀오소리' 등 다수 팬클럽이 뒤따랐는데요.

그러나 일부는 '대통령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노사모'와 달리 무비판적 지지와 공격성을 드러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후 자서전을 보면, '노사모'에 대한 꽤 구체적인 언급들이 있습니다.

'노무현'을 지지했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보편적 가치를 따르며 함께 해 준 지지자들에 대한 고마움이 담겼는데요.

시민의 소리로 정치 그 자체를 만들어가는, 팬덤의 순기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팬덤은 이익 집단이 아닌 일종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분류되는데, 정치 팬덤의 경우 더 그렇습니다.

정치 팬덤 자체를 향한 비난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그 가치관에 있어 정치인도, 팬도 기억해야 할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연예계의 화두가 됐던 '선한 영향력'처럼, 바로 배타성이 아닌 '이타성'이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