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을 아울러 부르는 '지옥고'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치솟는 집값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평범한 내 집 마련조차 거대한 야망이 되어버린 게 요즘 도시 청년들의 현실인데요.

최근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일자리와 삶의 여유를 찾아 지방으로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도시를 떠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선 이들,

엘리베이터도 없는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 4층.

서울 생활 10년 차 김의정 씨는 물이 새던 반지하 원룸을 벗어나기 위해 옷도, 화장품도 사지 않으며 치열하게 돈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10년을 버틴 끝에 찾아온 건 "이 빌라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무력감이었습니다.

김 씨는 결국 사회복지사 자격증 등을 취득하며 강원도 원주로의 '농사 없는 귀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가 30살, 35살이 돼도 이 빌라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다…

저를 적절한 곳에 잘 쓰실 수 있다면은 아무 곳이나 연락을 주시면 어디든 가서 일하겠습니다."

이미 지방에서 새로운 답을 찾은 청년도 있습니다.

경북 청도로 내려온 지 1년째인 한금성 씨. 만원 지하철 대신 노래 두 곡을 들으며 자전거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여유롭게 러닝을 즐깁니다.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다 어린 딸과 함께 청도로 이주한 임미나 씨 역시,

경제적 화려함 대신 '저녁이 있는 삶'과 딸과의 보람찬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도시에서의 경력을 살려 지역 공유오피스의 로컬 마케터로 일하며 정년 없는 제2의 직업도 얻었습니다.

"저희는 경제적으로는 굉장히 많이 소박해졌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었고, 아이의 하원 시간에 맞춰서 같이 밥도 먹고 같이 놀고…"

이들이 낯선 시골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서로의 길라잡이가 되어준 청년 네트워크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시골언니 프로젝트' 같은 구체적인 일자리·주거 지원이 있었습니다.

귀촌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도전입니다.

의지할 동료와 괜찮은 일자리만 있다면, 팍팍한 도시를 떠나 지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청년들의 발걸음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글/취재 :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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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ktc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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