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 해체'에 이어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까지 통과시키며 이른바 '검수완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검찰'이라는 이름뿐만 아니라 '수사권'마저 완전히 사라지며 정치권과 검찰의 해묵은 '악연'도 종지부를 찍게 됐는데요.

여의도와 서초동의 '영욕의 역사', 박현우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영화 '쇼생크 탈출'을 얘기할 때면 흔히들 '숟가락'을 함께 떠올립니다.

감옥에 갇혀있던 탈옥수가 '숟가락'으로 벽을 파 탈출한 사례가 종종 회자되기 때문일텐데요.

최근 여의도에서도 '숟가락'이 등판했습니다.

바로 이 발언이었는데요.

<정청래 /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6월)> "숟가락만 한 보완수사권이라도 주면 그 숟가락으로 칼을 만들어서 정권에게 언제 그 칼을 들이댈지 모를 일입니다"

영화에선 숟가락이 '다른 용도'로 쓰였을 때 결과론적으로 '좋은 도구'가 됐지만, 현실 정치에선 '칼'이 돼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고한 겁니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수완박'의 마침표를 비로소 찍었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주 통과시키며 '검찰개혁'은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조정식 / 국회의장(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여의도와 서초동, 정치권과 검찰은 실로 영욕의 세월을 함께 해왔는데, 가장 큰 '악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이었습니다.

'검찰개혁'을 주창한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과의 직접 토론에도 나서며 민주적 방식의 '개혁'을 시도했지만 강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이쯤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노 전 대통령의 한 마디는 당시 상황을 '박제'한 발언으로 역사에 남아있스니다.

결국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무리 한 노 전 대통령은 이후 혹독한 검찰 '칼날'과 마주해야 했고, 그 결과는 우리 헌정사의 비극으로 남아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민주·진보 진영이 강력한 '검찰개혁'을 부르짖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노 전 대통령 이후, '진보 진영 대통령'이 다시 정권을 잡았던 시절엔 오히려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 기조 아래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며 칼을 쥐어주면서 입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2019년 7월)>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또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라고"

좌천돼 변방을 전전하던 윤석열이라는 검사가 빛을 보게된 게 바로 이때였습니다.

'적폐청산' 수사로 화려하게 복귀한 서초동 '칼잡이'는 과거 발언까지 소환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갔고,

<윤석열 / 당시 여주지청장 (2013년 10월)>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윤석열 / 당시 검찰총장(2020년 10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결국 여의도 '무혈 입성'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서초동과 여의도가 가장 가깝게 밀착한 시기였는데, 또 다른 '비극'의 서사가 새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입니다.

'정치 초보' 대통령의 상명하복, 일방 추진식 국정 운영에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고, '검사 버릇' 못버렸다는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폭발한 '서초동 출신 대통령'은 한밤 중 비상 계엄을 선포하며, 쫓겨나는 신세가 됐습니다.

또 한 번의 탄핵 끝에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의 고삐를 조이고 나섰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절 이뤄진 민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위법·정치 수사로 규정짓고 곧바로 '검찰 해체'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난 1월)> "이게 다 업보죠. 저는 극단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검찰이 하도 저지른 업보가 많아서 마녀가 된 거 아니냐. 뭐든지 미운 거예요. 뭐든지 믿을 수가 없어요"

야권의 반발에도 여권은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을 처리하며, 검찰개혁 완수를 비로소 코앞에 두게 됐습니다.

내부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막바지 제도적 보완점을 도입해 개정안을 다듬은 범여권은, 제도 시행 이후 추가적 보완에 대해서도 여지를 열어놓은 상황입니다.

다시 쇼생크 탈출 이야기로 되돌아 가보겠습니다.

영화를 보며 '탈옥범'인 주인공을 응원했던 이유는 주인공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숟가락'에 이어 이 지점도 현실 정치와 맞닿아 있는데요.

혹시나 발생할 부조리에 대한 우려를 배제하지 못한 탓입니다.

여야 공방 속,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위한 입법 조치는 사실상 모두 완료됐습니다.

이제는 한 명의 '억울한 국민'도 나오지 않도록 제도 보완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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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hw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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