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와 멀어진 집
[기획] "도심은 헐렁, 외곽은 빽빽"… 뒤집힌 수도권 밀도와 GTX의 과제
대한민국 국토의 약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2,631만 명(2024년 기준)이 몰려 살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중력의 중심부인 서울 도심과 강남 한복판은 상대적으로 저밀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서울 중구 인구는 12만 명에 불과하며, 강남 대표 주거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는 수십 년간 노후화된 3층 안팎의 저밀도 상권이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이 과도하게 억제되면서 주택 수요는 용인, 파주, 화성 등 수도권 외곽으로 터져 나갔다.
그 결과 수도권 외곽 역세권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뒤집힌 밀도' 현상이 나타났고, 시민들의 출퇴근 통근 시간은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나 큰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도시 문제의 해결책이자 양날의 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광역급행철도(GTX)다.
전문가들은 GTX가 단순한 교통망 확충에 그치지 않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거점 개발 및 일자리 정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심 정비 억제가 초래한 수도권 외곽 확산
서울 도심의 개발 억제와 외곽 개발의 불균형 문제는 통근 시간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계획과 교수(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서울은 도심이 재개발·재건축될 수 있는 힘이 있었는데 그걸 억지로 억누른 거고, 지방 도시 같은 경우에는 힘이 없었는데 외곽을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도심 정비사업이 인위적으로 억제되면서 발생한 수요가 외곽으로 밀려난 만큼, GTX를 무작정 외곽으로 연장하기보다 서울 내부 및 인근의 개발 밀도를 높이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무작정 외곽으로 확대를 시키는 개발지에 대해서 GTX를 연결하기보다는 서울 주변에 아직 개발 밀도를 높이지 않은 상대적인 곳에 인필 디벨롭먼트(Infill development·내부 채움 개발)를 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자리-주거 불일치 극복과 기업 중심의 도시계획
직장과 주거지의 물리적 거리 불일치 역시 수도권 교통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권진우 경기연구원 도시주택연구실장은 "일자리와 주거를 가까이에 놓으려는 시도가 충분하지는 않았다"며 "이제 기업이나 개인이 도시 계획 과정에 처음부터 협력해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도시계획 단계부터 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자족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권 실장은 이어 "수도권은 나름대로 성장해서 세계적인 대도시권이 될 수 있도록 해주고, 재정·행정적 지원은 비수도권에 집중하는 방식"이라며 수도권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난 국토 정책의 역할 분담을 주문했다.
GTX 역세권 중심의 고밀복합 개발과 자족도시 조성
외곽 지역이 서울의 침상도시(베드타운)로 전락하거나 서울로 인구가 흡수되는 '빨대 효과'를 막으려면 정차역 중심의 고밀 개발이 필수적이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경기도 외곽에 건설되는 철도 환승역을 고밀복합화해서 기업이 입지하면 서울로 통근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자족적인 역세권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TX 정차역 주변을 고밀 복합개발해 기업과 상권을 끌어들여야만 외곽 지역이 독립적인 경제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적어도 대도시 인근 광역교통망과 산업 생태계가 살아 있는 곳에 정주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속 교통망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연계 교통 구축
GTX가 신속한 연결성을 제공한다면 서울의 문화 및 여가 인프라를 지방에서도 쉽게 누릴 수 있어 서울 주택에 대한 집중 수요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부원장은 "서울의 문화나 상징적인 것을 누릴 수만 있다면 굳이 서울의 비좁은 아파트에서 살지 않아도 되므로 주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고속 교통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요금제 혁신과 환승 연계망 구축 같은 소프트웨어적 보완이 병행되어야 한다. 박 부원장은 교통 기술적 혁신으로서 통합 요금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GTX 정차역을 중심으로 고속 교통수단을 통해 넓은 공간을 압축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결국 GTX가 수도권 집중 및 지방 원도심의 빨대 효과를 야기하는 악재가 될지, 국토의 효율적 분산을 이끄는 솔루션이 될지는 철도 개통보다 앞서 조성되어야 할 '일자리'와 '정주 여건'에 달려 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이경태(ktcap@yna.co.kr)
[기획] "도심은 헐렁, 외곽은 빽빽"… 뒤집힌 수도권 밀도와 GTX의 과제
대한민국 국토의 약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2,631만 명(2024년 기준)이 몰려 살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중력의 중심부인 서울 도심과 강남 한복판은 상대적으로 저밀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서울 중구 인구는 12만 명에 불과하며, 강남 대표 주거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는 수십 년간 노후화된 3층 안팎의 저밀도 상권이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이 과도하게 억제되면서 주택 수요는 용인, 파주, 화성 등 수도권 외곽으로 터져 나갔다.
그 결과 수도권 외곽 역세권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뒤집힌 밀도' 현상이 나타났고, 시민들의 출퇴근 통근 시간은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나 큰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도시 문제의 해결책이자 양날의 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광역급행철도(GTX)다.
전문가들은 GTX가 단순한 교통망 확충에 그치지 않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거점 개발 및 일자리 정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심 정비 억제가 초래한 수도권 외곽 확산
서울 도심의 개발 억제와 외곽 개발의 불균형 문제는 통근 시간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계획과 교수(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서울은 도심이 재개발·재건축될 수 있는 힘이 있었는데 그걸 억지로 억누른 거고, 지방 도시 같은 경우에는 힘이 없었는데 외곽을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도심 정비사업이 인위적으로 억제되면서 발생한 수요가 외곽으로 밀려난 만큼, GTX를 무작정 외곽으로 연장하기보다 서울 내부 및 인근의 개발 밀도를 높이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무작정 외곽으로 확대를 시키는 개발지에 대해서 GTX를 연결하기보다는 서울 주변에 아직 개발 밀도를 높이지 않은 상대적인 곳에 인필 디벨롭먼트(Infill development·내부 채움 개발)를 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자리-주거 불일치 극복과 기업 중심의 도시계획
직장과 주거지의 물리적 거리 불일치 역시 수도권 교통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권진우 경기연구원 도시주택연구실장은 "일자리와 주거를 가까이에 놓으려는 시도가 충분하지는 않았다"며 "이제 기업이나 개인이 도시 계획 과정에 처음부터 협력해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도시계획 단계부터 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자족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권 실장은 이어 "수도권은 나름대로 성장해서 세계적인 대도시권이 될 수 있도록 해주고, 재정·행정적 지원은 비수도권에 집중하는 방식"이라며 수도권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난 국토 정책의 역할 분담을 주문했다.
GTX 역세권 중심의 고밀복합 개발과 자족도시 조성
외곽 지역이 서울의 침상도시(베드타운)로 전락하거나 서울로 인구가 흡수되는 '빨대 효과'를 막으려면 정차역 중심의 고밀 개발이 필수적이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경기도 외곽에 건설되는 철도 환승역을 고밀복합화해서 기업이 입지하면 서울로 통근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자족적인 역세권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TX 정차역 주변을 고밀 복합개발해 기업과 상권을 끌어들여야만 외곽 지역이 독립적인 경제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적어도 대도시 인근 광역교통망과 산업 생태계가 살아 있는 곳에 정주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속 교통망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연계 교통 구축
GTX가 신속한 연결성을 제공한다면 서울의 문화 및 여가 인프라를 지방에서도 쉽게 누릴 수 있어 서울 주택에 대한 집중 수요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부원장은 "서울의 문화나 상징적인 것을 누릴 수만 있다면 굳이 서울의 비좁은 아파트에서 살지 않아도 되므로 주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고속 교통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요금제 혁신과 환승 연계망 구축 같은 소프트웨어적 보완이 병행되어야 한다. 박 부원장은 교통 기술적 혁신으로서 통합 요금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GTX 정차역을 중심으로 고속 교통수단을 통해 넓은 공간을 압축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결국 GTX가 수도권 집중 및 지방 원도심의 빨대 효과를 야기하는 악재가 될지, 국토의 효율적 분산을 이끄는 솔루션이 될지는 철도 개통보다 앞서 조성되어야 할 '일자리'와 '정주 여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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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ktc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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