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떠난 군산, 배 대신 '집'을 짓다

자동차와 조선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전북 군산이 두 산업의 침체로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배를 짓던 사람들의 솜씨는 남았고, 이들은 이제 배가 아닌 '집'을 짓고 있습니다.

매년 10척 안팎의 배를 수출하던 군산 조선소는 2017년 가동을 멈췄고, 협력업체 83%가 문을 닫아 6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까지 철수하면서 청년 인구는 전성기 대비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침체된 군산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올랐습니다. 배를 만들던 솜씨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짓는 것은 '모듈러 주택',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80% 가까이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 인력난과 신속한 주택 공급 필요성이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현장을 채운 것은 과거 군산의 조선업 숙련공들입니다.

엔알비 김효석 부장은 "현대중공업이 문을 닫아 고향으로 내려가려다 모듈러 공장이 생기면서 다시 취직했다"며

±1mm 안쪽으로 관리하는데, 배 밑바닥을 평평하게 하는 것이나 집 밑을 평평하게 하는 것이나 비슷한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소 용접사·취부사들도 새 기회를 얻었습니다.

정부도 모듈러주택 특별법 제정을 통한 공공주택 신속 공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용한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라멘 구조라 층간소음에 유리하고 100년 이상 쓸 수 있다"고 평가했고,

엔알비 강건우 대표는 "하루 한 층씩 올라가 22층 아파트도 한 달이면 준공된다"며 공기 단축을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군산에는 모듈러 업체들이 모여 밸류체인을 갖춘 산업단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근 업체 거광의 문은경 대표는 "폐허처럼 비어 있던 조선소 납품업체 터였지만, 넓은 땅과 숙련된 용접공이 많다는 점이 강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군산의 자생적 모듈러 산단은 유휴 자산의 산업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 재생 모델로 평가됩니다.

산업이 떠난 자리를, 혁신이 다시 채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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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ktc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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