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집은 부족한데 새로 지을 땅은 턱없이 모자랍니다.

결국 헌 집을 고쳐 짓는 재건축이 대안이지만, 공사비 상승과 분담금, 그리고 ‘이주 문제’에 막혀 번번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천 세대의 대규모 동시 이주는 인근 지역 전월세를 자극하고 집값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분당 신도시의 한 노후 단지입니다. 고령 입주자들은 인근 병원과 익숙한 편의시설을 떠나기 힘들어 이주 부담이 큽니다.

강남 개포의 한 재건축 현장 역시 주민들이 인근 대치동이나 경기 남부로 이동하면서 임대차 시장 수급 불균형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조원정 / 부동산PF 전문가> "이주는 정비 사업의 가장 중요한 병목 구간입니다. 단기간에 대규모 이주비 대출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주가 지연되면 하루 수천만 원의 이자가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그동안 유휴 부지에 임시 이주단지를 짓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수년 뒤 철거 비용 때문에 매번 무산됐습니다. 해결책은 정책이 아닌 '기술'에서 찾아냈습니다. 레고 블록처럼 쌓아 올리는 '모듈러 주택'입니다.

<김경수 /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 "급격히 수요가 집중되는 곳에 빠른 공급을 가능하게 합니다. 현장 생산을 최소화해 역세권 공사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천장과 바닥이 독립된 이중 구조로 설계돼 층간소음 차단 성능도 뛰어납니다. 제작이 진행 중인 스마트 '집 공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이경태 기자> "마치 출하를 기다리는 피자처럼, 완공률 80% 이상의 집 한 칸들이 배송을 기다립니다. AI 기반의 3차원 지그 장비가 2mm 이내 오차로 정밀하게 제어하며, 용접 로봇과 자동 절삭기가 인력난과 안전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춥니다."

<김정학 / 유창 E&C 부사장> "스마트 지그 활용으로 정밀도를 높여 현재 25층, 향후 30~40층까지 고층화가 가능하도록 구조적 기술을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급 속도 향상과 건설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30년까지 모듈러 주택 1만 6천 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다만 유닛의 연계 재활용과 인근 적정 부지 확보가 실현의 전제조건입니다.

정책과 자본을 넘어선 기술의 전환이 주택 공급과 이주 대란의 새로운 물꼬를 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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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ktc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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