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재명 대통령의 개각 발표 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뜨겁습니다.
특히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집중 포화를 받았는데요.
한 때 '돈 전(錢)'자 '전국구'라는 멸칭으로까지 불렸던 비례대표의 역사, 박현우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최근 장관직에서 물러난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여의도로 돌아왔습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국회 복귀도 임박했는데요, '국무위원'에서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자연스레 바뀌는 건데, 장관직을 수행하며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번 개각 명단에 포함된 장관 후보자들 중에서도, 현직 의원 신분인 후보자들이 이렇게 세 명 포진해 있는데요.
그런데, 유독 용혜인 후보자에게만 장관을 할거면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압박이 거센 상황이죠.
양손에 장관직과 의원직이라는 떡을 모두 쥐려고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데, 용 후보자에게만 이같은 혹독한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바로 용 후보자의 신분이 '비례대표 의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비례대표의 역사는 1963년 박정희 정권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명칭은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경쟁해 선출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전국의 유권자로부터 받은 총 득표수에 따라 각 정당별로 전국구 의원 의석수를 배분했는데, 의석의 최소 절반은 제1당에, 3분의1은 제2당에 주는 구조로, 철저히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설계됐습니다.
1972년 유신헌법과 함께 사라졌다 전두환 정권 때 부활한 전국구, 역시 집권 여당의 의석을 부풀려 독재정권을 떠받치는 도구로 악용됐습니다.
'전국구'의 오명,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각 정당별로 당선권에 누구를 배치하느냐를 결정할, 그러니까 '당선권 줄세우기'에 대한 전권이 사실상 당 지도부에 있다보니, 전국구는 정치자금과 국회의원 배지를 맞바꾸는 뒷거래의 온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1992년 총선 사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 체제였는데, 전국구 공천을 하며 1인당 30억원의 '정액헌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른 당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30억원은 큰 돈인데 과거 기준으로 따지면 당시에도 서울 시내 최고가 아파트였던 압구정 현대아파트 10채를 넘게 살 수 있는 액수였습니다.
선거철 막대한 선거자금이 필요한 정당과, '금배지'를 달고 싶은 재력가들 간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결과인데, 이런 세태는, 전국에서 모인 표로 의석수를 배분한다는 뜻의 전국구가 아닌, '모인 돈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한다'는 의미의 '전(錢)국구'라는 멸칭과 비아냥, 정치 혐오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국구 국회의원'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정치개혁 분위기 속, '재력가'에 유리한 공천 시스템이 아닌, 각 분야 '전문가'가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습니다.
'비례대표'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도 바로 이 때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들이 '민의의 전당'에 모이다보니,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입각' 사례도 자연스레 늘었습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이었던 2000년, 김한길 당시 전국구 의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직 부름을 받자 의원직을 내려놨는데, 이후 여의도에선 비례대표 의원 입각 시 의원직을 내려놓는게 관행처럼 굳어졌습니다.
<윤건영/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서집중)> "지역구는 지역구 주민들의 선택에 의해서 국회의원이 됐다면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가지고 국회의원이 된 거잖아요. 장관으로 입각을 했다라는 건 행정부 내로 들어와서 (전문성을)펼쳐라라는 거가 되는 거거든요. 두 개의 영역을 같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본 것 같아요, 관례로 보면"
실제 이명박 정권 때였던 2009년 당시 이달곤 의원은 행안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의원직을 내려놨고,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에는 '겸직 고수' 논란 끝 강은희 여가부 장관 후보자도 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에는 신원식·이영 의원 등이 개각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의원직을 후순위에 물려줬습니다.
'전국구'의 진화한 형태로 여겨졌던 비례대표제는 2020년, 다시 한 번 격랑에 휩싸이게 됩니다.
'소수정당에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결국 이합집산과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와 기형만 양산하는 '퇴행'으로 이어진건데요, 그런 '위성정당'을 통해 다른 사람은 한 번도 달기 힘든 '비례대표 금배지'를 두 번이나 단 용혜인 후보자, 양 손에 떡을 쥔 채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게 과거 전례에 비춰 설득력과 정당성을 갖는지, 또 다른 청년들의 박탈감과 분노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내로남불'로 비치지는 않을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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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hwp@yna.co.kr)
이재명 대통령의 개각 발표 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뜨겁습니다.
특히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집중 포화를 받았는데요.
한 때 '돈 전(錢)'자 '전국구'라는 멸칭으로까지 불렸던 비례대표의 역사, 박현우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최근 장관직에서 물러난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여의도로 돌아왔습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국회 복귀도 임박했는데요, '국무위원'에서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자연스레 바뀌는 건데, 장관직을 수행하며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번 개각 명단에 포함된 장관 후보자들 중에서도, 현직 의원 신분인 후보자들이 이렇게 세 명 포진해 있는데요.
그런데, 유독 용혜인 후보자에게만 장관을 할거면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압박이 거센 상황이죠.
양손에 장관직과 의원직이라는 떡을 모두 쥐려고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데, 용 후보자에게만 이같은 혹독한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바로 용 후보자의 신분이 '비례대표 의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비례대표의 역사는 1963년 박정희 정권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명칭은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경쟁해 선출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전국의 유권자로부터 받은 총 득표수에 따라 각 정당별로 전국구 의원 의석수를 배분했는데, 의석의 최소 절반은 제1당에, 3분의1은 제2당에 주는 구조로, 철저히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설계됐습니다.
1972년 유신헌법과 함께 사라졌다 전두환 정권 때 부활한 전국구, 역시 집권 여당의 의석을 부풀려 독재정권을 떠받치는 도구로 악용됐습니다.
'전국구'의 오명,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각 정당별로 당선권에 누구를 배치하느냐를 결정할, 그러니까 '당선권 줄세우기'에 대한 전권이 사실상 당 지도부에 있다보니, 전국구는 정치자금과 국회의원 배지를 맞바꾸는 뒷거래의 온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1992년 총선 사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 체제였는데, 전국구 공천을 하며 1인당 30억원의 '정액헌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른 당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30억원은 큰 돈인데 과거 기준으로 따지면 당시에도 서울 시내 최고가 아파트였던 압구정 현대아파트 10채를 넘게 살 수 있는 액수였습니다.
선거철 막대한 선거자금이 필요한 정당과, '금배지'를 달고 싶은 재력가들 간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결과인데, 이런 세태는, 전국에서 모인 표로 의석수를 배분한다는 뜻의 전국구가 아닌, '모인 돈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한다'는 의미의 '전(錢)국구'라는 멸칭과 비아냥, 정치 혐오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국구 국회의원'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정치개혁 분위기 속, '재력가'에 유리한 공천 시스템이 아닌, 각 분야 '전문가'가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습니다.
'비례대표'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도 바로 이 때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들이 '민의의 전당'에 모이다보니,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입각' 사례도 자연스레 늘었습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이었던 2000년, 김한길 당시 전국구 의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직 부름을 받자 의원직을 내려놨는데, 이후 여의도에선 비례대표 의원 입각 시 의원직을 내려놓는게 관행처럼 굳어졌습니다.
<윤건영/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서집중)> "지역구는 지역구 주민들의 선택에 의해서 국회의원이 됐다면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가지고 국회의원이 된 거잖아요. 장관으로 입각을 했다라는 건 행정부 내로 들어와서 (전문성을)펼쳐라라는 거가 되는 거거든요. 두 개의 영역을 같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본 것 같아요, 관례로 보면"
실제 이명박 정권 때였던 2009년 당시 이달곤 의원은 행안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의원직을 내려놨고,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에는 '겸직 고수' 논란 끝 강은희 여가부 장관 후보자도 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에는 신원식·이영 의원 등이 개각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의원직을 후순위에 물려줬습니다.
'전국구'의 진화한 형태로 여겨졌던 비례대표제는 2020년, 다시 한 번 격랑에 휩싸이게 됩니다.
'소수정당에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결국 이합집산과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와 기형만 양산하는 '퇴행'으로 이어진건데요, 그런 '위성정당'을 통해 다른 사람은 한 번도 달기 힘든 '비례대표 금배지'를 두 번이나 단 용혜인 후보자, 양 손에 떡을 쥔 채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게 과거 전례에 비춰 설득력과 정당성을 갖는지, 또 다른 청년들의 박탈감과 분노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내로남불'로 비치지는 않을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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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hw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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