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통령의 몸짓, 손짓 하나에도 정치적 해석이 잇따르는데 선물은 오죽할까요.

매년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데요.

올해 정치권 추석 선물엔 어떤 시대 상황과 정치 철학이 담겨있었을지, 이채연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이재명 대통령, 이번 추석 선물로 뭘 골랐을까요?

이른바 '5극 3특' 세트입니다.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라는 이번 정부가 꺼내 든 핵심 전략, 국토 균형발전 구상을 담은 겁니다.

내용물 한번 볼까요.

경기 김포의 '홍삼절편', 충북 충주의 '밤칩', 경북 안동의 '안동소주', 전남 장흥의 '표고채', 경남 밀양의 '대추칩'으로 '5극'을, 3특 지역에선 전북 전주의 '이강주', 강원 영월의 '곤드레', 제주 '고사리'까지, 나름 전국 각지의 특산품을 골고루 담았습니다.

해석하자면 국토불균형을 넘어 '상생·통합' 의미를 담았다 볼 수 있죠.

<이재명 / 대통령 (지난달 26일)>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나치게 과밀화돼서 폭발 위기를 겪고 있고 지방은 그 반대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균형발전은 선택이나 시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 또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국가유공자, 산업재해 피해 유족, 사회적 배려 계층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게 전달됐는데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별도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 전원에게 돌린 선물이 또 있었습니다.

'노무현 평전'인데요.

탄생 80주년에 맞춰 지난 8월 출간됐습니다.

참모인 저자가 기록해 둔 600권의 수첩 등으로 노 전 대통령 삶을 그려냈죠.

계파를 나누는 대신, 민주당의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세우겠단 메시지가 읽히죠.

지난 전당대회에 이어 진보 연대와의 합당 문제, 청와대 인선 등을 둘러싸고 부각된 당 내홍을 극복하고 '통합'을 강조한 걸로 보입니다.

<이재명 / 대통령 (지난 18일 기자회견)>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입니다."

야권에서는 이번 인사청문회 정국서 '대여 공격수'로 나선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선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부산 북구 대표 먹거리, '구포국수'를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보내며 구애에 나선 거죠.

복당을 염두에 두고 친정인 국민의힘과 접점을 넓혀가는 모습인데, "함께 힘 모으겠다"는 손편지에도 당 지도부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한 모습입니다.

배경엔 장동혁 대표와의 신경전이 있었죠.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보수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고, 장관 후보자들이 잇단 낙마를 두고 그 성과가 누구 것이냐 각을 세운 겁니다.

정치권 명절 선물은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이 이어지는 만큼 구설에 자주 오르내립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땐 포장 그림 때문에 '종교 편향' 논란이 일거나,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나서 선물을 인증하면서 전달 대상이 적절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집권 첫해였던 2008년 추석 선물로 황태·멸치 등을 계획했다, 내부에서 "불교계에 생물을 보내는 건 결례"란 지적이 일면서 결국 다기 세트로 막판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난처함을 겪었는데요.

상자 겉면엔 독도 연상 그림이 그려져 있단 트집으로 외교 논란으로 번져, 당시 주한 일본대사가 선물을 돌려보냈었다 하죠.

선물 하나에도 외교와 종교, 정치적 이슈가 따라붙는단 걸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야 지도부의 추석 선물 보실까요.

각기 다른 색깔을 띠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돼지고기와 과일세트를,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수해 입은 경남 지역에 위로 의미를 담아 지역 특산물을 택했습니다.

추석을 계기로 여야가 민생을 외쳤지만, 각자 속사정도 시끄러운데요.

<김민석 /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휴 이후로는 매달 민생을 지키는 최고의 정책 입법 활동을 선정하고 포상하는 거당적인 민생 정책 경주를 시작하겠습니다."

<장동혁 / 국민의힘 대표> "이 정권이 언제 민생 한번 제대로 챙겨봤습니까? 오로지 이재명 감옥행 막는 데만 올인하지 않았습니까?"

여당은 커지는 내분에, 야당 역시 한 의원 복당을 둘러싼 이견이 대여투쟁 결집력 장애물이 된 상황입니다.

저마다의 메시지를 실어 보낸 추석 '선물'이, 말 그대로 선물처럼 실제 정치권 온기로 이어질지는 명절이 지난 뒤 드러날 걸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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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연(touc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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