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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즘] '영혼의 살인' 아동 학대…실태와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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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뉴스프리즘] '영혼의 살인' 아동 학대…실태와 대책은
  • 2020-06-22 08:20:34

[뉴스프리즘] '영혼의 살인' 아동 학대…실태와 대책은

최근 경남 창녕과 충남 천안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또다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아동 학대는 어린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혀 '영혼의 살인'이라고까지 불리는데요.

이번 주 뉴스프리즘에서는 아동 학대 실태와 끊이지 않는 이유, 그리고 대책을 짚어봤습니다.

▶ 끊이지 않는 '영혼의 살인' 아동 학대…실태는

아동 학대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어린 의뢰인'>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애들이 있어요. 재수없는 애들. 내가 내 아이 때려죽이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가라고."

아동 학대는 남들이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이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그리고 무관심 속에 벌어집니다.

CCTV 속 한 어린이가 불안한 듯 쉼 없이 좌우를 돌아봅니다.

발에는 이웃 주민이 준 어른 신발이 신겨져 있습니다.

지붕 위를 맨발로 건넜던 탈출 순간의 긴박함을 짐작케 합니다.

불로 달군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지고, 쇠사슬로 목을 묶어 테라스에 가뒀던 학대 가해자는 부모였습니다.

<경남 창원시 학대아동 A양 계부> "(아이를 괴롭힌 이유가 뭡니까?) 00도 남의 딸로 생각해본 적 없고 제 딸이라고 생각하고 아직도 많이 사랑합니다."

과자 봉지와 인형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9살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이지만 찾아갈 주인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충남 천안시 학대아동 B군 계모> "(아이를 가방에 넣어두신 것 맞습니까? 왜 넣어두셨습니까? 때린 게 맞습니까?)…"

여행용 가방 안에 아들을 가둔 비정한 엄마는 아이의 마지막 순간 태연하게 119를 따라 집을 나섰습니다.

다급히 심폐소생술을 하는 구급대원의 뒤 엄마의 시선은 스마트폰에 가 있습니다.

A양, B군처럼 학대받는 아동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에만 3만8천여 명, 학대 끝에 숨진 아동도 40명이 넘습니다.

이 많은 아이들은 흉터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아동 학대를 다룬 또 다른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미쓰백'> "(근데 너네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천국. 나만 없어지면 천국이라고 그랬으니까."

마음 속 흉터는 어른이 돼서도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김봉석 /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울증 같은 정신의학적 후유증도 발생해 심할 경우에는 자해 및 자살행동까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아동학대, 이를 막기 위한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 (zizou@yna.co.kr)

▶ 학대 반복되는 이유는…"아이 소유개념 여전"

한 아파트 현관에 어린이용 킥보드, 신발 등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학대 피해를 본 어린이들이 가해자들에게 분리돼 생활할 수 있는 아동 보호 쉼터입니다.

재작년 기준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2만4,600여건인데 이중 고작 4%, 970명 정도의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이들이 이런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시설에 머무르는 어린이들 중 절반가량은 한 달 미만으로 머뭅니다.

전문가들은 쉼터로 오는 피해 아동이 적은 이유는 자녀에 대한 소유 개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 정황을 조사 중 분리 필요 여부를 밝힐 때 아동과 함께 부모의 의견도 고려합니다.

아동복지법이 '가정으로의 신속한 복귀를 우선시'하기 때문인데 이 과정이 어린이를 보호할 기회를 없애버린다는 겁니다.

<학대피해아동 보호 쉼터 관계자> "1번 신고돼서 분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분리를 할 수가 없어요, 구조상.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친권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한 점도 학대 사건이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동 학대로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267건.

하지만 이 중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33건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합니다.

현장에서는 물리적인 시설,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국에 아동 보호 쉼터 수용 가능 어린이 수를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담당인력은 서너명에 그쳐 쉼터도 제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학대피해아동 보호 쉼터 관계자> "대도시들 같은 경우는 8명, 9명도, 정원이 7명임에도 불구하고 10명도 받은 곳이 있어요. 24시간 365일 근무하는데 명절도 없고 주말도 없고…"

전국에 학대피해아동 보호 쉼터는 72곳에 그칩니다.

이들은 학대를 받은 어린이들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환경 말고 정상적인 환경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합니다.

2016년 처음 법으로 명문화된 아동복지, 앞으로 채워나갈 빈틈은 많아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이동훈입니다.

▶ 체벌 금지 법제화 추진…아동 학대 사라질까

지난 10일, 법무부는 체벌 금지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의 잇따른 아동 학대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행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징계권'을 삭제하거나 일부 수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입니다.

국회에서는 이 '징계권'을 아예 완전히 삭제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법적으로 더 이상 '사랑의 매'를 들 수 없게 하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아이 지도를 위해 있는 법률상의 표현이 학대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못하게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최근 동거 남성의 9살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40대 여성은 "체벌의 의미로 가방에 들어가게 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신현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 "훈육과 교육의 목적으로 폭력을 행하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가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폭력이라 함은 신체적인 폭력뿐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까지, 그리고 방임도 아동 학대에 포함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체벌 금지는 국제사회 흐름이기도 합니다.

스웨덴은 1979년 세계 최초로 가정 내 체벌을 금지하고 체벌 없이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밖에 핀란드, 독일, 프랑스 등 세계 56개국도 아동에 대한 모든 체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유교문화권으로 부모의 체벌을 인정해 온 일본도 달라졌습니다.

일본 참의원은 지난해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해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사전에 아동 학대를 막을 수 있게 보육 지원 시스템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곽금주 /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양육 스트레스 정도에서 벗어나서 양육 '번아웃(심신이 지친 상태)' 상태로도 될 수 있어요. 이런 위험군들을 미리 파악해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학대까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에 예산을 할애하는…"

'훈육'을 내세운 '폭력'이 더는 없도록 우리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최덕재입니다. (D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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