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LH 사태' 민심 달랠 방안은?

뉴스프리즘

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LH 사태' 민심 달랠 방안은?
  • 2021-03-28 09:31:40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LH 사태' 민심 달랠 방안은?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뉴스프리즘>,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코로나 사태 속에서 부동산과 주식이 들썩이더니 이번에는 '코인'입니다.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너도 나도 몰려들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에 이어 다시 시작된 '코인 광풍' 속에 홍정원 기자가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LH 전·현직 짬짜미 투기 의혹…커지는 비판 여론 / 나경렬 기자]

신도시가 들어설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의 한 야산.

LH 광주전남본부에서 일하던 A씨가 지인들과 함께 이 지역 땅을 샀는데, 공동소유자 중 LH 퇴직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현직 직원들의 '짬짜미 투기'가 의심됩니다.

실명 거래를 피하기 위해 이들이 법인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현직들의 출자를 받아 퇴직자들이 법인을 만들고, 이를 통해 토지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선 퇴직자, 차명 거래도 폭넓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김주호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본인 이름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조사나 수사 과정에서 피해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농지 법인을 통한 투기도…차명, 퇴직자 등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를"

LH 직원들의 카르텔은 이런 과정을 거쳐 더 단단해졌을지 모르지만 피해는 결국 국민들 몫입니다.

땅을 찾지 못하는 농민이 늘면 농산물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고, 이들 행위로 땅값이 뛰면 신도시 집값도 안정될 수 없습니다.

<김주호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농지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나중에 보상을 해줄 때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3기 신도시 입주를 하게 될 입주민들은 높은 분양 가격, 높은 임대료에 들어갈 수밖에…"

국민들의 분노가 LH로 향하는 이유입니다.

한 시민단체는 LH 해체를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습니다.

<현장음>

"LH 해체하라, 해체하라! 해체하라! 해체하라!"

전문가들은 이런 LH 해체론엔 선을 긋고 있습니다. 당장 LH의 역할을 대체할 기구가 없는데다 조직 해체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업 부문별로 조직을 나누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권대중 /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택지를 개발하는 토지공사,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공사 등 전문 분야별로 분할시키는…유기적으로 협조 관계는 필요하겠지만 전문 분야별로 정보가 단절되기 때문에 투기를 예방할 수…"

하지만 정부는 LH를 분리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택 정책의 최일선 조직 LH를 손보는 과정에서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극단적 조직 개편 없이 개발 정보를 통제하면서도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LH 혁신안을 정부가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요즘 모든 언론이 가장 많이 쓰는 영어 단어는 단연 'LH'일 겁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는 토지개발, 공공주택공급 업무를 담당하는 공기업입니다.

L과 H, 각각 땅과 집이라는 뜻입니다.

LH공사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으로 출범했습니다. 두 기관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많아서 10년 넘는 논의 끝에 통합이 이뤄졌는데요.

이제는 반대로, 기능이 너무 비대해졌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필요에 따라 사유지를 강제로 매입할 수 있는 토지 수용권, 공공택지를 개발할 수 있는 용지 독점 개발권, 땅의 용도를 바꾸는 용도 변경권까지 모두 갖고 있습니다.

스포츠로 치면 선수가 경기 룰을 정하고 심판까지 보는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권한 독점이 이뤄지다 보니 견제 수단이 약해져 구조적으로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각종 개발 정보를 다루는 곳이어서, 돈벌이를 위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정보를 암암리에 전하고 투자를 유도하거나 직접 투자하는 것, 어쩌면 이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국민이 특히 분노하는 이유는 투기도 적당히 티 안나게 한 게 아니라 그 수법이 아주 교묘하고, 또 치밀했기 때문입니다.

도로에서 떨어져 사실상 쓸모가 없고, 거래도 잘 안 되는 '맹지'를 구입하거나,

택지 예정지에 미리 땅을 사놓고 버틴 뒤에 비싸게 파는 일명 '알박기',

또 건물이나 땅의 지분을 나눠서, 개발 시 분양권이나 토지 보상을 최대한으로 챙기는 '지분 쪼개기' 등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수법이 다 동원됐습니다.

게다가 실제 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경자유전' 원칙이 완전히 무너진 것도 분노에 기름을 부었죠.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에서 투기 목적으로 사들인 토지의 98.6%가 농지로 드러났는데요.

실제 현장을 가보니 이렇게 좁은 면적에 나무를 다닥다닥 심어놓았습니다.

'에메랄드그린'이라는 종인데요.

토지 보상을 할 때 땅에 있는 수목도 돈을 쳐줍니다.

그런데 에메랄드그린, '용버들' 이런 종은 단가표 기준에 없는 종이어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합니다.

또 특별히 관리를 안 해도 금세 잘 자라고,

빼곡하게 심어도 관상수가 아닌 꽃꽂이 용도라고 둘러댈 수 있어 보상 금액을 확 늘릴 수 있는 겁니다.

프랑스 화가 밀레의 이 유명한 그림, 이삭줍는 사람들의 패러디물이 등장하기도 했죠.

농지 매입을 위해서는 농업경영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어떤 작물을 기르고 어떤 장비는 몇 대 쓸지까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또 농사를 안 짓는 게 들통나도, 농사를 짓는 것처럼 꾸미기만 하면 처분이 유예되는 등 취득, 관리상 허술한 점이 이번에 드러났죠.

앞서 정부는 비농업인이 농지를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줬습니다. 농촌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한 거죠.

실제로 전체 농지의 절반 가까이는 농업인이 아닌 사람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가 시세차익을 얻으라고 판을 깔아주는 셈이 된 것입니다.

LH가 한글 '내'와 생김새가 같다는 점에 착안해, 다 LH꺼다, LH 혼자 산다, 이런 조롱 섞인 비난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준흠 기자]

이런 분위기 속에 'LH 불신'은 '신도시 불신'으로 옮아가고 있습니다. "신도시 지정을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삐걱대는 3기 신도시 사업을 둘러싼 여러가지 목소리를 구하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신도시 지정 취소? 그대로 진행?…논란 가열 / 구하림 기자]

지난 2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투기장이 돼 버린 신도시 개발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공공성을 내세운 공공주택 사업 과정에서 비리 정황이 나온 만큼,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입니다. 사업 주체인 LH의 비리가 터져 나오자, 신도시 지정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과림동에서 수 십 년을 살아온 원주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LH의 투기 정황이 나오자 배신감까지 더해져 밤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전영복/광명시흥지구 과림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LH는 공기업이니까 민간기업보다는 공정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보니까 LH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안익수/광명시흥지구 과림주민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신도시로 지정할 것 같으니까 LH 직원들이 이렇게 한 것 아닙니까, 미리 알고. 광명·시흥 지역은 지구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대부분 주민들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기 신도시 지정을 환영했던 사람들은 이번 일로 혹시나 신도시 사업이 무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입니다.

부동산 관련 웹사이트에는 신도시만 믿고 사전청약을 기다려왔는데 심란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적지 않습니다.

공공주택 전문가들은 기존 신도시 사업을 일단 진행하는 대신, LH 비리를 엄단하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만드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김남근/변호사·민변 개혁입법특위 위원장>

"이미 개발을 하기로 한 지역으로 돼있는 상황에서 다시 개발제한지역으로 돌리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보여지고요. 3기 신도시에서 저렴한 공공주택이 공급돼서 내 집 마련을 하겠다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안정적 주거를 마련하겠다고 하는 젊은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좌절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차질 없이 기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 벼랑 끝에 놓인 3기 신도시의 미래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구하림입니다.

[이준흠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권도 LH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투기 방지법이 잇따라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추가로 이번 사태에 대한 특별검사, 국정조사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서형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땅투기·부패 방지법 잰걸음…부실입법 우려도 / 서형석]

국회는 'LH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제정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신동근 / 더불어민주당 정치개혁TF 팀장 >

"앞으로 부동산을 통한 투기와 불로소득을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내고 공직 사회를 전환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투기·부패 방지 5법'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중 공직자의 투기행위 처벌을 최대 무기징역까지 강화하고, 부동산 관련 업무에 있는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등의 세가지 법안은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부동산 거래법'과 '이해충돌 방지법' 처리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입니다.

이달초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속전속결'

당연히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속도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영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위원 >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 시킬 때 무려 8개의 법안이 올라와있었습니다. 이틀 전, 전날 국회에 올라온 법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통과된 공직자윤리법은 차명거래는 걸러내지 못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도 정작 현재 문제가 발견된 직원들에게는 적용이 안된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신동근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치개혁TF 팀장 >

"(투기) 이익을 환수한다든지 합당한 처벌을 해야되는데 소급 입법이 되지 않음으로써 처벌이 분명히 되지 못하는 아쉬움…"

선거를 앞둔 입법 경쟁,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 속에,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영 / 국민의힘 의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

"지금 필요한 건 정확하고 빠른 수사지 6개월 뒤에 시행 될 부실한 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야는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위한 실무협상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조사 범위 등을 두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언제부터 조사에 들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연합뉴스TV 서형석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이번 LH사태를 보면서, 조선시대 청백리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연산군 때 풍기군수로 임명된 윤석보는 아내가 궁색한 살림에 세간을 팔아 밭을 사자, 나라의 녹을 먹으며 땅을 장만한다면,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겠냐며 사직서를 냈습니다. 조선의 관리들 사이에는 사불삼거, 해서는 안 될 일 네 가지, 거절해야 할 일 세 가지, 불문율이 있었는데요.

사불은 부업 갖지 않기, 집 늘리지 않기, 재임지 명산물 먹지 않기, 그리고 땅 사지 않기입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조선의 공직윤리까지 떠올리게 하는 이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