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로나19'와 '폭염' 혹독한 2021 여름

뉴스프리즘

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로나19'와 '폭염' 혹독한 2021 여름
  • 2021-07-31 23:49:56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코로나19'와 '폭염' 혹독한 2021 여름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폭염까지, 이번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택배기사나 선별진료소 의료진 같은 야외 노동자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점심 장사로 근근이 버티는 자영업자들도, 불볕더위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곽준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폭염에 곳곳에서 힘겨운 여름나기…자영업 '이중고' / 곽준영 기자]

섭씨 35도를 웃도는 평일 오후.

6년차 택배기사 박승환씨의 폭염과 사투가 시작됐습니다.

그늘 한점 없는 땡볕 아래서 택배 더미를 수레에 올리고 실어나르길 몇 차례.

어느덧 땀이 비 오듯 줄줄 흐르고, 숨은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박승환 / 택배기사> "(처리할 물량이 시간당 몇 개 정도…) 보통 시간당 적게는 40~50개에서 많게는 80개 정도를 쳐야 돼요."

휴식이라곤 다음 배송지로 가기 전 얼음물로 목을 축이는 시간이 전부입니다.

공회전 금지에 에어컨조차 틀 수 없습니다.

<박승환 / 택배기사> "어휴 지금 막 어지러워요. 너무 올라오니깐 몸의 온도가…"

코로나로 택배 물량은 급증했지만 이처럼 쉴 틈 없는 근무 환경 속에 최근 동료가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박승환 / 택배기사> "폭염 시작되고 같이 일하는 분 중 한 분이 너무 덥고 어지러워서 쓰러지셨어요. 택배기사들은 사실 본인이 휴식 시간을 내거나 모든 것들이 다 본인에게 책임이 전가돼있어요."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불볕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선별진료소 직원들입니다.

방역복을 입고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장갑은 땀으로 젖어버렸습니다.

휴게공간이 따로 있지만 바쁠 때면 1평 남짓한 창고에서 잠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에 만족해야 합니다.

<이지애 / 선별진료소 직원> "방호복을 입다 보니 열 배출이 안 돼서 더 체온이 많이 올라가고 머리가 띵할 정도로. 나름 물도 마시고 잠깐잠깐 쉬면서 하려고…"

밖에는 대형 냉풍기와 선풍기가 있지만, 사방에서 밀려오는 한낮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입니다.

<김준석 / 선별진료소 직원> "거의 출근하면 땀으로 다 젖다시피 하고 요즘은 정말 더위 때문에 하시는 말씀이 많죠. '출근하기 힘들다'부터 시작해서…"

이미 코로나에 손님이 뚝 끊긴 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이중고에 처했습니다.

한창 점심시간이지만 식당가는 뜨거운 날씨에 손님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안동재 / 식당 주인> "점심시간 매출은 거의 반에서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봐야 되고, 저희 같은 경우 계절 영향을 많이 타는 음식이다 보니 폭염과 코로나가 겹치면서 확실히 매출이 급감한…"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 시국 속 폭염까지, 곳곳에서 힘겨운 여름나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곽준영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2021년 여름은 '코로나'와 '폭염'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번 폭염은 고기압이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처럼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 현상' 때문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마치 돔 형태로, 뜨거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그야말로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 경우, 특히 도시가 더 덥습니다.

가뜩이나 건물이나 자동차가 많아서 열이 많이 발생하고, 도로 위 아스팔트가 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밤이 돼도 기온이 안 떨어집니다. 최저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번 여름 더위가 역대 최악의 수준이었던 2018년 폭염보다는 그 강도가 약하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요새는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그때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낮이고 밤이고 계속 기온이 높으면 일사병, 열사병 같은 각종 온열 질환이 생길 수 있고, 면역력이 떨어져 기저질환자는 증상 악화 위험도 높습니다.

자주 열을 식히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름철 온열 질환자만 해마다 1,000명 이상, 10명 넘게 목숨까지 잃습니다. 그야말로 생명을 위협하는 더위인데요.

올해만 해도 벌써 환자 800명, 사망자는 10명을 넘어섰습니다.

환자는 대부분 노동 친화적이지 않은 근무 환경,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속출합니다. 폭염은 가난하고 어려운 자에게 더 가혹합니다.

이런 폭염 취약계층들, 코로나19로 복지시설이 문을 닫자 지하철로, 공항으로 에어컨 쐬러 이동한다고 하죠.

지자체별로 이렇게 야간에 호텔식 무더위 쉼터를 만들거나,

곳곳에 냉장고를 두고 생수와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더위가 시원하게 가시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여름에 가장 더운 지역으로 유명한 대구, 대구의 한 은행에서는 덥고 힘드니 이자라도 더 붙여주겠다며 '더위 우대 금리' 상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웃기면서 슬픈, '웃픈일'입니다.

이런 폭염은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닙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에서도 폭염에 선수들이 쓰러진다고 하죠. 우리 태극전사들도 건강 잘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이준흠 기자]

여름나기에 비상이 걸린 건 산업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위에 지친 노동자 보호와 더불어, 안정적인 전력 수급책 마련이라는 두 가지 과제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김지수 기자가 현장으로 가봤습니다.

[코로나에 폭염, 정전위기까지…산업계 여름나기 비상 / 김지수 기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 건설 현장입니다.

한낮의 더위 속에서 현장 근로자들의 지하 합벽 작업이 한창입니다.

얼음물로 더위를 잊어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별도 휴게시간은 보장한다 해도 30% 정도 공정이 진행된 상태로 공기를 맞추기 위해선 일손을 멈추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환자라도 발생하면 공사를 완전히 멈춰야 하기에 모든 과정에서 방역 지침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스탠딩>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의 날씨입니다. 이곳 공사 현장에서는 방역 지침에 따라 마스크까지 낀 채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열기를 식히기 위한 살수 작업도 수시로 진행됩니다.

<조철선 / 동서건설 현장소장> "식염 포도당을 개별적으로 지급을 하고 있으며 매시간 마다 얼음물 및 얼음을 각각의 작업자들에게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 6만여 건설 현장뿐 아니라 조선소, 제철소 등도 열사병 우려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에 현대·삼성 중공업 등은 탈수 예방을 위한 제빙기를 설치하고 점심시간 연장에 나섰습니다.

원전을 조기 재가동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전력사용량이 치솟으면서 안정적 전력 수급도 문제입니다.

산업계는 순환 정전 같은 전력 대란 사태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로 에너지 절감과 자체 발전으로 대비 중입니다.

현대제철은 부생수소와 LNG교차 발전을 통한 자가 발전을 이용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공운전 예방을 통한 전력 낭비 최소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 "제품의 품질이라든가 공급을 맞추는 게 어려움이 있고…기업들은 전력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예비 전력장치를 만든다든가 그런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름철 불볕더위에도 멈출 수 없는 산업 현장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입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이준흠 기자]

정부도 폭염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국회에 발의된 노동자 보호 법안은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정전 사태를 두고 정쟁을 벌이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요. 이 내용은 임혜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정부 폭염대책 마련 부심…현장 수용성 부족 지적도 / 임혜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참모회의에서 폭염 대책에 대한 세밀한 점검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폭염에 취약한 야외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 장기화에 무더위까지 이중고를 겪는 선별검사소를 찾아 의료진을 직접 만나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챙겼습니다.

정부도 분주합니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들은 폭염 상황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합동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물, 그늘, 휴식 등 열사병 예방 3대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하루 중 기온이 정점을 찍는 오후 시간,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 일시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2주에 한 번 직접 현장에서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점검 기능도 강화했습니다.

이밖에 작업 중단에 따라 시공이 지체된 기간에 대한 지체상금을 면제해주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국회에서도 폭염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폭염이나 한파 상황에 작업중단으로 노동자를 보호하고, 사업자가 입게 될 금전적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의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다만 법안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데다, 여전히 기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를 위한 대책 논의는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정전사태는 오히려 정쟁의 요소가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김도읍 /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전력 비상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때문입니다. 정부의 탈원전 고집만 아니었다면 이 무더위에 국민이 전력 상황까지 걱정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박완주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전력수급 문제와 연관이 없음에도 탈원전 정책을 전력수급 불안을 가져온 요소로 규정짓는 여론몰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나마 마련된 대책들도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실성과 수용성 모두 갖춘 묘안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억되는 1994년. 어찌나 더웠던지 아예 집 밖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열정적인 레게 음악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고온 현상이 '이상고온'이 아닌 '평상 고온'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갈수록 폭염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는 세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더웠던 그해 여름"으로 기억하기엔 이제 그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폭염은 불평등한 재난입니다. 누구나 더운 날씨는 견디기 힘들죠. 하지만 야외 노동자, 노숙인, 에너지 빈곤층 등에겐 더욱 고통스러운 나날입니다. 이들에 대한 복지, 나아가 기후 변화의 영향까지, 우리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