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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적자 '한전' 국민이 감당해라?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뉴스프리즘

연합뉴스TV 사상 최대의 적자 '한전' 국민이 감당해라?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2022-06-05 23:52:00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물가안정을 이유로 억누른 전기요금이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적자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습니다. 전력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까지 나오는데요.

김지수 기자입니다.

[벼랑 끝 한전 대규모 적자… "전력산업 위기 우려" / 김지수 기자]

지난 1분기 한전의 영업손실은 8조원에 육박해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 규모를 이미 넘어 섰습니다.

올해 한전 적자는 20조원에서 30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옵니다.

유가를 비롯한 LNG 등 주요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은 지난 4월 기준 ㎾h당 202.11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배를 훌쩍 넘긴 수준입니다.

<정연제/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팀장>

"전력 정산 대금도 제대로 못줘서 그걸 쉽게 이야기하면 외상으로 사올 수 있게한다 이런 식으로 규칙 개정도 이뤄졌잖아요. 전기가 제대로 공급이 안된다는 건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너무 쉽게 생각 하는 것 같은데…"

한전은 해외 사업 구조조정, 지분·부동산 매각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약 6조원의 재무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이 단기간에 호전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미봉책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석광훈/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 사회하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 국가들 간에 에너지 거래 자체가 아예 차단이 되거나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가 몇 달 버틴다고 해서 가격이 옛날처럼 돌아갈 상황이 전혀 아니란거죠."

무리한 전기요금 인상 억제를 해결해야 한다는건데, 2020년 이미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현재는 ㎾h당 분기 기준 ±3원 까지, 연간 기준 ±5원까지 조정이 가능합니다."

그간 6차례 이뤄진 요금조정에서 인상요인이 제대로 반영된 적은 없습니다.

지난해 9월 한 차례 인상이 있었지만, 이는 2020년 12월 도입 당시 직전 하락분을 반영해 3원 낮췄던 것을 원래 수준으로 돌려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한전은 조정요금 결정 때마다 요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매번 물가 자극 등을 우려한 정부의 정무적 판단에 막혔습니다.

<석광훈/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전기 요금(결정)은 시장으로 보내고 요금 규제는 전문화된 규제 기관이 하도록 하고 정부는 요금에 대한 개입 보다는 비가격적인 에너지 복지수단들…(장기적으론)주택 단열을 통해서 난방비 이런 것들을 최소화 시키는 정책들이 급하게 필요합니다."

전기요금 결정에 있어 시장과 정부가 해야될 역할을 합리적으로 분리하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단 겁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이광빈 기자]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급등하는 원료 가격에 연동하는 원가주의 원칙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이유인데요. 실제로 얼마나 인상할 수 있을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김장현 기자입니다.

[전기요금 상승 불가피하다는데…인상폭 관건 / 김장현 기자]

한국의 전기 소비구조는 공장에서 쓰는 산업용이 55%로 절반을 넘고, 집에서 쓰는 주택용이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중 산업용 전기가격은 2019년 기준 1킬로와트시 당 9.5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7개국 중 22번째입니다.

16.4센트인 일본이나 14.6센트인 독일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주택용 전기가격은 더 싼 편으로 1킬로와트시 당 10.2센트에 불과해 OECD 37개국 중 36위, 최하위권입니다.

33.4센트인 독일이나 25.4센트인 일본, 13센트인 미국보다도 쌉니다.

한국의 전기요금을 지금보다 50%는 높여야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를 만회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전력공급 안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최소한으로 조정한다면 20% 정도는 올려주고 나머지 30%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그때 만회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정부가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런 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지금까지는 정치적, 물가관리 목적으로 총괄원가주의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걸 정상화시켜 전기생산 원가에 연동해서 전기요금을 조정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입니다."

하지만 원료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모든 산업체와 소상공인이 쓰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산업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요금 현실화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 구조와 요금 체계에 시장원리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교수>

"기업과 같은 대규모 소비자는 필요한 전기를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제도를 활용한다면 요금변동을 피할 수 있습니다. 대용량 수용가가 원전과 계약을 해서 전기를 사들인다면 화석연료 단가 상승을 피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전기 선택권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교수>

"일정 부분 재생에너지를 쓰겠다거나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쓰겠다고 결정하면, 전기요금 변동이 생겼을 때 수용성이 좋아질 것입니다. 전력수급 계획을 세우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국 현저히 낮은 전기요금을 먼저 현실화하고, 독점구조인 전기시장에 시장논리를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연합뉴스TV 김장현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전기요금 인상,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전의 적자도 문제이고, 소비자 장바구니를 위협하는 인플레이션도 문제입니다.

당장 전기요금 인상에는 단순히 원가 문제만을 따질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대내외 경제 상황도 감안해야 할텐데, 일단 전기요금 동결로 당장의 문제를 최소화하려고 판단하면 더 곤궁한 상황에 몰릴 수 있습니다.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 결국은 국민이 메워야 하는 구멍입니다.

특히 전기요금 문제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 사안입니다. 에너지 전환은 공짜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기후변화라는 빛만 남긴다면 우리 세대의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생명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미래세대가 감당할 무게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미래세대에도 살만한 환경을 남겨놓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더 효율적인 전력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선도국인 독일의 전기요금이 비싼 이유는 이런 투자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전기요금의 절반 가량은 세금과 기후변화 부담금입니다. 독일의 전기 발전단가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는데 전기요금이 3배 가량 비싼 이유입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생산단가가 낮아지기 전까지 전기 생산에는 화석에너지가 사용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는 유럽 선도국들은 최근 시험대에 섰습니다.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에 에너지 위기를 불렀습니다.

러시아 가스에 의존해온 취약성이 이번에 에너지 대란을 초래한 것인데요. 가스 등 화석에너지의 필요성이 단기적으로 높아지기도 했지만, 대체 에너지에 대한 중요도 역시 높아졌습니다.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전환 시기를 앞당기기도 하고, 소형 원자로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수급이 용인한 러시아 가스에 의존했던 유럽 국가들이 전쟁의 여파로 겪는 에너지 대란을 살펴보겠습니다. 전기요금을 위시로 한 물가 상승률이 몇십년만에 최고수준을 보이는데요.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시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로마에서 전성훈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우크라 전쟁이 몰고온 전기요금 인상 압력…유럽도 고통 / 전성훈 기자]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지역 산업단지(로이터5603),,

이곳에 입주해 있는 4만3천여개 기업들의 한해 수출액은 우리돈으로 약 79조8천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개월 사이 제조업 사정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와 공급망 차질에 따른 어려움을 간신히 넘기는 와중에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업들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회사들마다 생산 계획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파올로 몬가르디/ SACMI그룹 회장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 공정에 있어 생산비용이 높아져 걱정입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올해 370억 유로, 약 50조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작년 대비 1.5배 이상 많은 겁니다

에너지 대국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공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을 초래했고, 그 여파는 유럽의 산업과 민간부문 모두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프레데릭 발단/ 벨기에 컨설팅회사 대표/로이터

"우리는 이 제재, 이 정치적 결정 때문에 에너지를 매우 높은 가격에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이건 정말로 사업을 하는데 부정적인 조건입니다"

설상가상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그 보복으로 루블화 결제 원칙을 내세워 폴란드, 핀란드, 네덜란드 등 몇개 나라엔 대한 자국산 에너지의 공급을 막았습니다.

유럽연합 EU는 난방·전기·산업용 에너지의 90%를 천연가스로 충당하며 이 중 약 40%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어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

유럽 경제가 입은 충격은 물가상승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3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7.0%로 뛰면서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스페인도 3월 물가상승률이 9.8%로 3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독일의 5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제1차 석유 파동 이후 50년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38.3%나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에너지 가격이 오르자 유럽 각국은 앞다퉈 다양한 민생 안정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영국은 앞으로 5년간 내야 하는 전기 요금에서 500파운드를 깎아주기로 했고, 프랑스는 전기 요금 인상을 4%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독일은 통근자 등에게 45억 유로 상당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스페인은 연료 가격을 리터 당 20센트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해 연금 수급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도 전기 요금 인상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원유 및 천연가스의 국제가격 상승의 여파로 전기 요금을 약 10% 올리기로 했습니다.

인도의 경우 지난 4월 연료와 전기요금 관련 상승률이 10.8%를 기록했습니다.

데모스테네스 플로로스 /이탈리아 에너지경제분석가

"러시아와의 에너지 계약을 다시 협상하고 석유를 기준으로 천연가스 가격을 계산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유럽 각국은 전력 수요가 높은 여름철을 간신히 버티더라도 올겨울 난방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제조업과 가정 내 전기 요금 부담은 커질 것이고, 유럽 경제는 더 불리한 시나리오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연합뉴스 전성훈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른 탓에 문제가 커졌습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한전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업에 부채가 발생하면 대주주가 손실을 책임지면 되지만 공기업 부채는 국민의 몫입니다. 전기요금 문제, 앞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을 낳을 텐데, 우리 사회는 이를 어떻게 조정해나갈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