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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양두구육'부터 '사필귀정'까지…사자성어 新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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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여의도풍향계] '양두구육'부터 '사필귀정'까지…사자성어 新 풍속도
  • 2022-09-18 10:43:07


[여의도풍향계] '양두구육'부터 '사필귀정'까지…사자성어 新 풍속도




[앵커]




여의도 정치권을 '사자성어'가 흔들고 있습니다.




공세부터 신념의 표출까지, 국면의 변곡점마다 다양한 사자성어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정치 현실의 단면을 압축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사자성어'. 교훈이나 유래를 담은, 옛사람들이 만든 네 글자 말인데요.




압축적인 표현과 은유의 미(美)로, 일상에서도 자신의 처지나 심경을 표현할 때 종종 쓰이곤 합니다.




특히 간결하고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에서 오래전부터 즐겨 사용돼 왔는데, 최근 들어 사자성어가 자주 정쟁의 한복판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지난 6월, 6.1 지방선거 직후 벌어진 국민의힘 내홍 사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발단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놓고 '자기 정치'라고 비판한 5선 정진석 의원과 이 전 대표 간 신경전이었습니다.




설전 끝에 정 의원이 내민 한 장의 사진은 '소이부답(笑而不答)'.




'그저 웃을뿐 답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가 적힌 사진을 SNS에 올린 것입니다.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꽤 오랜 시간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이 전 대표가 먼저 운을 띄웠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SNS에 '그 섬에서는 앞에선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선 정상배들에게 개고기를 받아와 판다'고 적었습니다.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 파동 다음 날이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을 빗댄 것이 아니냐는 당내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을 낳았습니다.




'양두구육'을 기점으로 이번에는 친윤계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과 사자성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의원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며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仰天大笑)' 할 일"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이후에도 '달을 보고 짖는 개'라는 뜻의 '망월폐견(望月吠犬)'까지, 이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내홍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가운데, 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윤핵관'의 핵심은 2017년 대선에서 3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라고 직격했습니다.




'세 개의 성을 가진 종'이라는 뜻으로 소설 '삼국지'에 등장한 표현인데, 장제원 의원을 지칭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갈등이 심화하며 지난달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선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양금희 /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지난달 27일)> "이준석 전 당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 경고하며 추가 징계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합니다."




이 전 대표는 대구 기자회견에서 작금의 상황과 새 비대위 설치를 위한 당헌 개정을 각각 '지록위마(指鹿爲馬)', '위인설법(爲人設法)' 등 사자성어에 빗대 응수했습니다.




<이준석 / 국민의힘 전 대표(지난 4일)> "사자성어만 보면 흥분하는 우리 당의 의원들을 위해서 작금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지록위마'입니다."




당 윤리위원회는 앞서 의원총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달 말 전체 회의를 열어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안을 논의할 전망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태입니다.




마치 유행처럼 여의도에서 사자성어를 구사한 화법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쓰임새도 다양합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을 경계하며 고사성어를 활용했습니다.




민주당의 정권 흔들기에 허둥대거나 나 몰라라 한다면 '천장지제 궤자의혈(千丈之堤潰自蟻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중국 사상가 한비자의 '유로(喩老)편'에 담긴 말로 '천장 높이의 둑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진다'는 뜻입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중통외직(中通外直)'이라는 말로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습니다.




속은 비어있지만 겉은 곧고 단단하다는 의미입니다.




박 의원은 과거 법무부장관 퇴임식에서도 '군주민수(君舟民水)'에서 따 온 '검주민수'라는 말로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전했습니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는 말을 '검찰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고 바꿔 표현했는데,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반면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호가호위(狐假虎威) 하지 말라'고 해, 부적절한 비유로 지적받기도 했습니다.




'호가호위'는 힘이 없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다는 뜻인데요.




때문에 권력자인 대통령에 대해선 문맥에 맞지 않는 사자성어를 썼다는 것입니다.




사자성어는 그 의미와 취지에 맞게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기만 한다면, 정치인들이 자신의 뜻을 알리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인들이 사자성어를 사랑해 온 이유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의 사자성어를 '시화연풍(時和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는 뜻으로 당시 기치로 내걸었던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알리는 시너지 효과를 냈습니다.




사자성어를 즐겨 쓰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을 꼽을 수 있는데요.




지난 대선 과정,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를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는 뜻의 '면후심흑(面厚心黑)'에 빗대는가 하면, 자신의 처지는 '일모도원(日暮途遠)'으로 압축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자신의 의지나 심경을 사자성어로 대변해왔습니다.




친형 강제입원 등 의혹으로 경찰에 출석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두 가지 사자성어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2018년 10월 / 당시 경기도지사)> "인생사 다 새옹지마 아니겠습니까. 행정을 하는데 권한을 사적인 용도로 남용한 일이 없습니다. 사필귀정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정치적 위기 앞에 무협소설의 표현을 빌어 어떤 독도 뚫을 수 없다는 '만독불침(萬毒不侵)'이라는 말로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대학 교수들이 그 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는데요.




지난 연말에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가 꼽혔습니다.




공리보다 사욕에 치우친 정치권을 꼬집는 말로 회자됐습니다.




끊임없는 의혹과 비방 속에 어려운 사자성어도 난무하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 앞에서 한 가지 널리 알려진 성어 하나를 떠올려봅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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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