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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공공재라는 옴부스맨의 의견에 동의 할 수 없습니다
  • 정승 *
  • 2020-08-25 00:59:28
  • 881
공공재라함은

표준국어대사전
명사
1.
공중(公衆)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나 시설. 도로, 항만, 교량, 공원 따위를 이른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우리 사무실에 공공재를 아껴쓰자는 말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지급한 복사지나 볼펜을 아껴쓰자는 말로 알고 있습니다. 의사는 물건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부모님께서 허리띠 졸라매며 하고 싶은 일 안 해가시며 뒷바라지 해주시고 그에 부응하기 위하여 남들 잘 때 남들 놀 때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해서 15년 쌓아진 결과입니다. 지금도 학교 때 가장 슬픈 기억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공부방 창밖으로 어린아이들이 캐롤을 부르고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커텐을 내리고 내일 시험을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는 일이었습니다. 나라에서 볼펜 한자루, 등록금 한번 내준 적 없습니다. 오직 부모님의 희생과 노력으로 일구어진 겁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군대를 40개월 갔다 왔습니다. 그것도 배로 19시간 이상을 가는 섬에 근무하였습니다.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읍사무소 면사무소 말단 공무원들이 자기말 안들으면 군대영창 보내버린다는 겁박과 시달림이었습니다. 눈길을 헤치면서 환자있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피가 모자란 응급환자에게 마침 혈액형이 같아서 제 피를 수혈한 적도 있습니다. 폭풍이 불어도 링겔병을 들고 해군함정을 타고 환자를 후송했습니다. 배가 못 뜨면 미군헬기를 요청하고 안되는 영어로 환자를 안전한 병원까지 데려갔습니다. 이렇게 일한 하룻밤 당직비가 공무원 숙직비인 1800원 이었습니다.
어느날 밤 밖에 있어서 전화를 못받았습니다. 군립의료원 수위에게 주먹으로 맞았습니다. 나이드신 분이라 그냥 맞고만 있었습니다.
의사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복지부와 의료보험공단의 현장실사입니다. 그 강압적이고 무서운 시간들은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의사들은 공부만 해서 세상을 잘 모릅니다. 법도 더욱 더 모릅니다. 세상경험도 없어서 세상위기에 잘 대처할 줄도 모릅니다. 오직 책과 환자와 씨름한 경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비상사태가 터져서 하루에 860여명의 코로나 검사를 직원들과 함께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이겨내야겠다는 결심을 스스로 다졌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의대정원확대와 공공의대설립을 의사들의 의견을 하나도 묻지 않고 발표하였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 집에 돌아왔는데 가정의 삶은 팍팍해졌습니다.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의사는 공공재가 아닙니다. 물건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여러분과 같은 인간입니다. 의사가 가운을 벗을 때는 두가지 순간입니다. 은퇴할 떄와 가정을 지켜야할 때입니다. 제 생각으론 이번에 두 번째 이유로 가운을 벗은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