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살펴보는 구직자[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노동시장 정책이 노인이 된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처벌하고 있다'는 국제인권감시기구의 경고가 나왔습니다.

현지시간 8일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는 한국의 연령 기반 고용 정책들이 고령 근로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38%가 빈곤층이며, 60세 이상 근로자는 젊은 근로자보다 평균 29% 적은 소득을 올리고 있고, 70%가량이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단체는 42세에서 72세 사이 34명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세 가지 연령 기반 고용 정책, 60세 정년과 임금피크제, 재취업 정책이 고령 근로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먼저 휴먼라이츠워치는 정년 제도가 매년 수백만 명의 고령 근로자들을 퇴직으로 내몰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직원 300명 이상 기업의 95%가 정년을 두고 있었으며, 평균 정년은 60세였습니다.

36년간 간호사로 일한 후 정년 퇴임을 앞둔 59살 A씨는 단체와 인터뷰에서 "병원을 떠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마치 바람 부는 길에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연령대에서든 의무 퇴직을 허용하는 것은 국제 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게 단체의 주장입니다.

또 고용주가 은퇴 직전 근로자의 임금을 3~5년 동안 낮출 수 있게 하는 '임금 피크' 제도 역시 고령 근로자에게 정신적, 재정적 피해를 끼친다고 봤습니다.

임금 피크 제도는 젊은 근로자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휴먼라이츠워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가 실제로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 제도가 근본적으로 연령에 따른 고정관념과 차별에 기반하고 있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취업 프로그램은 고령 근로자를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몬다고 분석했습니다.

의무 퇴직과 임금 피크 제도에 따라 직장에서 밀려난 고령 근로자들은 재취업을 알아볼 수밖에 없는데, 이때 선택지가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로 제한된다는 겁니다.

지난 2022년 한국고령자노동력개발원(KORDI)이 운영하는 60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88만여 명의 고령자가 취업했지만, 이 중 71%가 다른 노인을 지원하는 등 자원봉사 역할인 '공공 서비스' 직책에 배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 같은 고용 정책에 불충분한 사회보장제도가 더해지며 "근로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처벌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등 차별 대우를 없앨 법 개정을, 정부에는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보장할 사회보장 시스템과 고령 근로자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 지원 등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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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zwoon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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