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20대 초반이던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부부의 흑백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국' 게시판에는 어제(1일) ‘1952~1953년쯤 내 조부모님과 아버지’라는 제목의 글과 10장의 흑백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사진 속에는 한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한국인 여성과 미국인 남편,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아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첫 번째 사진은 면도 크림을 바른 남편 앞에서 아내가 거울을 들어주는 장면으로, 두 사람은 꿀이 떨어지는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또 다른 사진에선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육군 제8군 소속임을 나타내는 마크가 새겨진 군복을 입은 남편과 한복 차림의 아내가 아기를 사이에 두고 웃고 있습니다.

사진마다 신혼부부의 설렘과 행복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돌잔치로 보이는 사진 속에는 한복을 입은 아기 앞에 각종 과일과 떡, 전이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차려져 있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자신을 두 사람의 손녀라고 밝힌 글쓴이는 "할머니는 북한 출신이었고, 전쟁 중 고향이 폭격을 당해 월남한 후 할아버지가 있는 군부대의 간호사로 취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글쓴이는 "전쟁 중에 만난 두 사람은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며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함께 모험하는 것을 즐겨, 여행과 캠핑을 많이 다니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할아버지께서는 한국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는지 말씀해주셨다"며 "이 사진들은 어두운 시기,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삶에서 빛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할머니에게는 9명의 형제자매가 있었는데 대부분 폭격을 당했을 당시 증조부모와 함께 사망했고, 살아남은 2명의 형제와는 편지를 계속 주고받았다고 글쓴이는 설명했습니다

사진 속 여성이 미성년자가 아니냐는 의심에 글쓴이는 "할머니는 20살쯤 할아버지를 만났다"며 "여권에 할머니의 출생연도가 1932년으로 적혀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2004년에 노환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나이가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당시 영양 부족으로 나이보다 어려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글쓴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끝까지 서로를 사랑했다"며 "할머니가 무엇을 부탁하든 할아버지는 늘 들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할머니는 사랑으로 손주들을 돌봐주셨다"며 "떡을 넣은 미역국을 끓여주시기도 하고, 포도 껍질을 일일이 까주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해물 순두부를 먹을 때는 매운 음식도 잘 먹는다며 자랑스러워하셨다"며 "할머니의 음식 덕분에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하게 됐다"고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이 게시글은 하루 만에 4만 개가 넘는 추천을 받으며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누리꾼들은 "내가 본 커플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커플이다", "할머니의 미소를 보니 왜 할아버지가 반했는지 알 것 같다", "사진들이 정말 감동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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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