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커먼웰스 은행(Commonwealth Bank)의 은행에서 25년간 성실하게 일해온 은행 출납원 캐서린 설리번(63)은 지난 7월 정리해고 됐습니다.

설리번은 "저와 동료들은 충격이 컸다"며 "우리가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전했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현지시간 4일 호주 뉴스닷컴에 따르면, 설리번이 해고 되기 전 회계연도에 커먼웰스 은행은 102억 5천만 호주 달러, 우리 돈으로 9조 3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설리번은 해고가 되기 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업무를 대신할 AI 챗봇을 훈련시키고 있었습니다.

해고 전 설리번의 마지막 업무에는 AI 챗봇의 답변을 작성하고 테스트하는 일이 포함됐습니다.

설리번은 "메시징 업무가 해외로 이전될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25년간 다닐 회사에서 정리해고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설리번은 일부 영역에서 AI의 역할은 지지하지만,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AI의 필요성은 받아들이지만, 저작권 침해나 인간을 대체하는 것에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은행 측은 이후 잘못을 인정하며, 해고 조치 이후 AI가 완전히 직원들의 업무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시인했습니다.

결국 은행은 직원들에게 복직을 제안했지만, 설리번은 복직 대신 퇴직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제안받은 역할이 원래 업무와 다른 데다,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커먼웰스 은행 대변인은 "처음에는 45개의 직무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 내렸지만 오판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직원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접근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내부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커먼웰스 은행의 AI 도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커먼웰스 은행 CEO 맷 코인은 오픈 AI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양사가 사기 및 사이버,금융 범죄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호주 중앙은행 총재 미셸 불록은 AI로 인해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고용주가 교육과 훈련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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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