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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한 발 가까워진 청렴사회…소상공인 고통 과제로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한 발 가까워진 청렴사회…소상공인 고통 과제로
  • 송고시간 2017-10-01 09:03:00
[현장IN] 한 발 가까워진 청렴사회…소상공인 고통 과제로

[명품리포트 맥]

[앵커]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내디뎠던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 1년을 맞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한켠에서 소상공인과 농축산 업계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순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박효정 기자가 '현장IN'으로 짚어봤습니다.

[기자]

서울시 공무원들의 점심시간.

계산대 앞에서 각자 원하는 메뉴를 골라 계산도 따로 합니다.

눈치 보지 않고 메뉴를 고를 수 있으니 점심시간이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성민지 / 서울시청 주무관> "예전같은 경우는 메뉴 고를 때 통일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각자 좋아하는 메뉴 알아서 먹을 수 있어서 그 점도 편해진 것 같습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1년, 공직사회에 각자 먹은 만큼 계산하는 더치페이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것은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불필요한 접대 자리가 줄어 저녁시간을 돌려받게 됐고 예의상 주고 받던 선물도 사라졌습니다.

<박범 / 서울시청 감사담당관> "승진 전보 인사 철이 되면 흔히 볼 수 있었던 축하난 주고 받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직무 관련자와 식사하는 경우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요."

추석 명절을 앞둔 국회 의원회관 풍경도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실감케합니다.

이맘때쯤이면 의원회관 로비는 선물 상자로 발디딜 틈이 없었지만 올해 만큼은 과거같은 선물 더미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던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 박스가 크게 줄어든데 이어 올해도 여파가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의원회관 방호원> "3~4년에 여기 근무했거든요? 그때보다 훨씬 줄었어요. 예전에는 물건이 다 쌓였고 이것의 한 네다섯 배 (정도 됐어요.)"

무엇보다 많이 바뀐 것은 교육 현장입니다.

학부모가 선생님 선물을 준비하는 부담이 사라졌고 대학가에서는 선물 대신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이강혁 /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카네이션 드리고 편지만 읽어드리는 쪽으로 바뀌었는데요. 교수님들과도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을 하며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부 산하 연구소가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87.3%가 청탁금지법 시행에 찬성했습니다.

공무원만 따로 추려 물었더니 93.4%가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답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국민들에게 하나의 행동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농축산업계의 어려움이 커진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직장인들이 회식 장소로 자주 찾던 여의도 고깃집.

매출 부진에 2만 9천원 짜리 김영란세트도 만들었지만 단체손님이 줄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직원 3명을 내보냈습니다.

<황연옥 / 여의도 식당 운영> "회식을 많이 자제하는 분위기다 보니까 매출이 좀 많이 줄었어요. 계산을 하실 때도 보면 김영란법 범위 내에서만 계산을 하시고 나머지는 개인 부담을 해서…"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30년 가까이 정육점을 운영해 온 강성우 씨도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2년 전 추석 이맘때만 해도 500건은 채우던 주문 건수가 100건도 넘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강성우 / 마장동 정육점 운영> "금액대에 맞는 선물을 만들어 낼 수가 없어서 문의 전화는 많이 오는데 지금 그 주문 자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화훼 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 보입니다.

1년 사이 소매 거래 금액이 33%나 떨어졌고 도매 거래량도 7% 감소했습니다.

<지웅식 / 화훼공판장 중도매인연합회장> "전체적인 시장으로 봐서는 모든 것이 다 감소하지 않았는가…농가부터 망해서 없어지다 보니까 꽃값은 비싼데 판매는 안 되고…"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소상공인 절반 이상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5인 미만 영세사업자의 고통이 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으로 정한 가액을 올리거나 농축수산물을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빼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관련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3·5·10 규정은 '더치페이 정신'을 내세운 청탁금지법의 취지와 깊은 관계가 없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시행령 개정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행 1년을 맞아 법 자체의 미흡한 부분을 이참에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부정청탁의 개념이 무엇인지,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적용받는지 불명확하다는 시행 초기의 지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형근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부정청탁 금지 유형이 14가지로 광범위하게 나열돼 있지만 군데 군데 흠결이 있기 때문에 보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부분을 정의할 규정이 필요합니다."

여러 논란에도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과거의 악습에서 벗어나 청렴한 사회로 나아가자는 청탁금지법의 취지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김영란 / 서강대 교수> "청탁금지법은 한 사회의 오래된 문화를 문제삼는 법입니다.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지만 청탁금지법이 지향하는 신뢰사회를 향하는 발걸음을 되돌리는 일도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1년.

사적 신뢰 대신 공적인 신뢰를 쌓아나가고 공직자에게 거절할 근거를 만들어주자는 법의 본 정신에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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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