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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족집게] 이해인ㆍ레이건ㆍ노무현…문 대통령 '인용의 정치학'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 족집게] 이해인ㆍ레이건ㆍ노무현…문 대통령 '인용의 정치학'
  • 송고시간 2017-10-08 09:01:00
[여의도 족집게] 이해인ㆍ레이건ㆍ노무현…문 대통령 '인용의 정치학'

[명품리포트 맥]

[앵커]

국가 지도자의 말에 실린 무게는 남다릅니다.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혹은 국가를 대표해 외국 정상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기 때문인데요.

취임 15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경우에는 단어의 선택뿐 아니라 적절한 인용법이 특별히 눈에 띈다고 하는데요.

고일환 기자가 '여의도 족집게'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수사법 중 인용법이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남의 말이나 글에서 필요한 부분을 인용해 글의 뜻을 더욱 분명히 하는 표현방법입니다.

적절히 사용하면 말의 신뢰도가 올라가고, 청취자의 흥미를 올리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후 인용법을 적절하게 사용했습니다.

가장 최근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민에게 보낸 인삿말에서 인용법이 사용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해인 수녀의 시집 '기쁨이 열리는 창'을 펼쳐 들고 '달빛기도'라는 시를 낭독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문 대통령은 2분 가량의 동영상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이해인 수녀의 시를 낭독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이라는 대목이 눈에 띕니다.

이념과 세대, 지역이라는 갈등의 골을 메우자는 화합의 메시지입니다.

문 대통령이 이런 화합의 메시지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이해인 수녀의 시를 빌려 전달한 것은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의 인용법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기조연설 때도 적절한 인용을 활용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평화론'을 인용했습니다.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해 군사적 옵션이 아니라 '외교적·평화적·정치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평소 소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지니고 있는 의미입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국 보수층의 영원한 아이콘이라고 불립니다.

보수층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은 트럼프 행정부도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계승할 정도입니다.

이런 레이건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것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초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우회적으로 '자중'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유독 인용법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제가 지켜보는 눈앞에서 군사분계선을 직접 걸어 넘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되고 점차 금단의 선이 무너질 것입니다'"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사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인용됐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의지가 읽혀지는 발언이었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인용법이 자주 사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중요하고,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도 많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많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적절한 인용법으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연설에서 인용법을 사용할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한반도 안보위기는 하루빨리 원만하게 해결돼 더 이상 문 대통령이 특별하게 언급할 필요가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족집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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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