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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풍향계] '갈라파고스'에 갇힌 보수 야당의 생존법은?

정치

연합뉴스TV [여의도 풍향계] '갈라파고스'에 갇힌 보수 야당의 생존법은?
  • 송고시간 2018-06-17 09:10:01
[여의도 풍향계] '갈라파고스'에 갇힌 보수 야당의 생존법은?

[명품리포트 맥]

[앵커]

2016년 총선에 이어 지난 대선, 이번 지방선거까지 보수야당이 연거푸 세차례나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민심의 쓰나미에 휩쓸린 야권의 현실인식과 한계, 생존법을 여의도 풍향계에서 정윤섭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보수야당이 6ㆍ13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했습니다.

유권자들은 2016년 총선에서 레드카드를 들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난해 대선에선 야권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총선과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 자유한국당은 선거를 앞두고 '숨은 보수표'를 주장하며 반전을 자신했습니다.

<홍준표 / 자유한국당 전 대표> "표면상으로 여론조사는 민주당, 민심은 자유한국당. 밑바닥 민심은 나는 우리 쪽이다 그렇게 느꼈습니다."

대안야당을 내세운 바른미래당도 민주당을 견제할 힘을 달라며 기호 3번의 선택을 호소했습니다.

<안철수 / 바른미래당 전 서울시장 후보> "오만과 독선의 세력, 국정농단 세력, 거대양당 과거세력을 한꺼번에 심판하실 기회입니다. 안철수를 뽑으면, 민주당은 정신 차리고…"

하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은 야당 심판이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야권 참패라는 단어로는 모자랄 지경입니다.

보수의 텃밭으로 불린 부산, 울산, 경남에 더불어민주당이 깃발을 꽂았고 강남과 송파 등 기초단체장 선거도 민주당이 싹쓸이를 했습니다.

보수색이 짙은 지역에서도 유권자들이 한국당에 등을 돌린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지킨 곳은 대구와 경북, 단 두곳에 불과합니다.

과거 충청 기반의 지역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에 빗대 한국당에는 'TK 자민련', '자유경북당'이라는 별칭마저 생겼습니다.

참패를 넘어 보수 궤멸, 몰락 또는 침몰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한국당과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정치 세력이 합친 바른미래당도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광역단체장이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단 한곳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한때 대권을 넘봤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민주당은 물론, 한국당에도 밀려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쳤습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보수야권이 연거푸 세 번의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돌아서는 민심을 외면한 채 스스로를 갈라파고스 섬에 가뒀거나 섬에서 탈출할 생각을 했지만, 민심의 바다로 향할 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민심의 쓰나미는 섬마저 덮쳤습니다.

쓰나미에 휩쓸린 야권 지도부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사퇴했고,

<홍준표 / 자유한국당 전 대표>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습니다.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도 백의종군을 선언했습니다.

<유승민 /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작하겠습니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헤아려 앞으로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안철수 전 대표는 또다시 미국행 짐을 쌌습니다.

<안철수 / 바른미래당 전 서울시장 후보> "다 후보가 부족한 탓입니다. 거에 패배한 사람이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지방선거 참패는 야권발 정계개편론의 불을 당겼습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통합하고, 새로운 보수의 간판을 내세우자는 겁니다.

빅텐트론도 나옵니다.

기존 정치권의 바깥에 야권 대통합의 기지를 구축하고, 참신한 외부 인재를 수혈하자는 주장입니다.

형태야 어찌됐건 새로운 인물로, 새 집을 짓자는 점은 동일해 보입니다.

하지만, 야권의 이같은 몸부림도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민심이 보수야당을 심판한 근본 이유는 낡은 사고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시작된 판문점발 훈풍이 지방선거를 강타하는 동안, 한국당은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 걸맞은 대안을 내놓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전쟁보다는 평화를 염원한다는 민심을 읽지 못했다는 겁니다.

야당이 선거기간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국민은 되레 야당을 심판하며 너희들의 대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지의 지'(無知의 知)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보수야당이 세차례나 심판을 받은 것은 결국 민심을 몰랐기 때문일 겁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그동안의 행태를 철저히 반성한다면 국민이 조금씩 마음을 열지도 모릅니다.

여기에다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대안까지 제시하는 실력을 갖춘다면 보수야당도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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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