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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장애아 부모들의 소망…"우리 아이 학교 갔어요"

사회

연합뉴스TV [현장IN] 장애아 부모들의 소망…"우리 아이 학교 갔어요"
  • 송고시간 2018-09-23 09:02:00
[현장IN] 장애아 부모들의 소망…"우리 아이 학교 갔어요"

[명품리포트 맥]

[앵커]

장애아동의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한 지 1년 만에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가 첫 삽을 떴습니다.

이들의 '무릎 호소' 뒤에는 장애아동에게 열악한 교육 현실이 있습니다.

박효정 기자가 이번주 현장인에서 특수교육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9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논의하기 위한 주민토론회.

우리 아이도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어머니의 호소가 강당에 울려퍼집니다.

<이은자 / 장애아동 어머니> "장애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배려해 달라는게 아닙니다. 장애가 있건 비장애건 학교는 가야 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돌아오는 건 주민들의 야유와 조롱 뿐. 발언을 채 마칠 수 조차 없었습니다.

<이은자 / 장애아동 어머니>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 강서구 주민> "다만 저희 못사는 지역을 위해서 좀 더 생각해달라고 그렇게 이야기 하는데 언론사는 교육청은 저희가 님비라면서…"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커녕 토론회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장애아동 학부모들은 급기야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한방병원 건립을 공약하면서 좌초 위기에 놓였습니다.

주민들은 구내 이미 특수학교가 1곳 있고, 낙후된 지역에 한방병원을 세워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특수학교 건립을 드러내 놓고 반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릎 호소'가 있은 뒤 1년. 우여곡절 끝에 특수학교 건립 계획이 확정됐습니다.

<조희연 / 서울시 교육감> "함께 손을 잡고 강서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그동안의 오해와 갈등을 소통과 협력을 통해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는 내년 9월이면 서진학교가 들어섭니다.

지적장애 학생 140명이 다니게 되고, 학교 시설 일부는 주민들을 위한 문화센터로 이용됩니다.

하지만 말처럼 아름다운 합의는 아니었습니다.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대신 구내 통폐합하는 학교가 생길 경우 한방병원 건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조건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도 아닌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시설을 만드는 데 조건을 내걸어 나쁜 선례를 담겼다는 평가는 학부모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성규 / 서울시립대 교수> "장애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막연한 혐오감으로 지역 여론을 만들어내고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상처주고 이런 것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죠."

학교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어머니들의 절규 뒤엔 장애아동들에겐 냉혹한 교육현실이 놓여있습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현재까지 9만 700명인데 반해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2만 5,000여명에 불과합니다.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는 시도는 지역마다 여러 번 있었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 일쑤였습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8개 구에서는 아직 특수학교가 1곳도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특수학교 특성상 소규모 수업을 하다보니 그나마 있는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도 쉽지 않고,

<장애아동 어머니> "한 학년이 6명에서 7명만 있는거고, 중학교부터 두반씩이래요. 지금 서진학교에 대기하려는 애들이 6~7명 보다 많을 것 아니에요."

운 좋게 특수학교에 보낸다고 해도 대부분 멀리 있어 통학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현정 / 장애아동 어머니> "아침 7시 30분에 셔틀버스를 타요. 그래서 도착하면 8시 40분~50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등교하고 있어요. 긴 시간을."

특수학교 대신 아이가 일반 초중고교에서 비장애 아동과 같은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학부모도 진학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7살 아들을 키우는 임세희 씨는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었지만 특수학급이 따로 있는 학교가 없었습니다.

<임세희 / 장애아동 어머니> "학교가 노후화됐고 교실이 부족하고 여건이 여의치 않다. 최선의 노력을 해보겠지만 현재상황으로는 어렵다는 민원의 답변을 받았어요."

특수교육법상 단 1명이라도 특수교육을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학급을 설립하도록 돼 있지만, 사실상 학교장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선 교실이 부족하거나 다른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특수학급 설립을 주저하거나 미루는 게 다반사입니다.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 "과밀이 예상되고 저희는 이 학생을 받아들일때 모두가 만족하는 학교 생활하는게 최선이잖아요. 여러가지 검토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과정…"

"우리 아이 학교 갔어요" 이 평범한 이 한마디가 장애아동 부모에겐 이토록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현장인이었습니다.

ba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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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